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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며 알게 된 ‘만해’ 이름의 상… 영광”

조선일보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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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마을 ‘숲속의 호수’ 설립 로스 킹·다프나 주르 교수 인터뷰
“한국을 연구하는 학자라면 모를 수 없는 만해의 이름으로 상을 받아 영광입니다.”

올해 만해문예대상 수상자 로스 킹(64)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와 다프나 주르(52)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르 교수는 “‘님의 침묵’ 같은 아름다운 시집이 없었다면 문학을 연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과거 백담사에 답사를 갔던 기억도 떠오른다”고 말했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숲속의 호수’는 세계 유일의 한국어 마을. 1999년 킹 교수가 설립하고 현재는 제자인 주르 교수가 촌장을 맡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온 7~18세 학생들에게 한국어·문화·역사 등을 가르쳐 4주 과정을 마치면 짧은 글을 쓸 수 있을 정도가 된다. 학점 인정도 된다. 스태프와 학생의 비율이 4대 1로, 하루 종일 한국어만 쓰도록 하지만 조금 틀려도 지적하지 않는 게 원칙. 학생들이 위축되지 않고 더 많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장차 ‘조금씩이라도 한국어를 평생 배워 나가게 하는 것’이 목표다.

22국 언어를 공부한 킹 교수는 능통하게 쓸 수 있는 언어만 8개다. 그중에서도 한국어를 택해 마을까지 만든 이유는 뭘까. 킹 교수는 “1980년대 미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400명이 채 안 됐다”며 “나만 잘하면 학계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도전 의식이 컸다”고 했다. 주르 교수는 중학생 시절 동네 태권도장에 재미를 붙이면서 한국에 빠졌다. 두 교수 모두 배우자는 한국인. 한국에 갈 때마다 콩국수(킹)와 이문설렁탕(주르)을 찾는다. 킹 교수는 최근 영화 ‘좀비딸’을 봤고, 주르 교수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주르 교수는 “예전엔 한국에서 나 말고 외국인을 보기가 어려웠다. 요즘 해외 K팝 콘서트장에 수만 명이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매번 놀랍다”고 말했다.

‘숲속의 호수’가 설립된 1999년 즈음 해외엔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인프라가 없었지만 지금은 미네소타에 있는 중국어 마을 등 14개 언어 마을 중 예약이 가장 빨리 찬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한국 문화에 대해 두 교수는 한국어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했다. 과거 변변한 기숙사가 없어 근처 러시아어 마을의 공간을 빌려 써야 했을 정도로 열악했다. 최근 한국 기업 ‘시몬느’ 박은관 회장이 사재를 기부하며 한옥 스타일 건물이 생겼지만 여전히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부족하다. 킹 교수는 “한국 정부의 해외 한국어 교육 지원 예산이 최근 20% 삭감됐다”며 “지금은 오히려 세계적 위상에 맞도록 적극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주르 교수는 “스태프와 공간 문제 등으로 여름방학 기간의 절반 정도만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르 교수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에 대한 조언’을 묻자 “빨리 시작해라. 미네소타로 오면 좋다”면서 웃었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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