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베이징=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09.03. /사진=류현주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가운데, 이번에도 '전용 화장실'이 그의 해외 순방길에 동행했다.
앞서 2일 일본 닛케이신문은 김정은이 이용한 전용 열차에 건강 상태를 추적하거나 암살로 이어질 수 있는 생체 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특수 장비가 설치돼 있다고 한국·일본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김정은이 북한 내 군 관련 시설이나 국영 공장을 시찰할 때도 전용 화장실과 개인 욕실을 차량에 실어 이동한다고 전했다. 북한당국은 과연 김정은의 배설물과 체액 속 어떤 생체정보를 숨기기 위해 이토록 극도의 보안 태세를 유지하는 걸까.
대한대장항문학회 정순섭 이사장(이대목동병원 외과)은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만약 김정은의 대변이 외부로 유출된다면 당장은 대변 찌꺼기로 그가 먹은 음식, 복용하는 약물을 알아낼 수 있다"며 "혈변을 보는지, 장에 염증이 있는지, 암이 있는지 등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도 색깔(선홍색 )에 따라 추정할 수 있는 의심 질환이 다양한데, 선홍색의 혈변은 소장·대장·직장 같은 하부 위장관의 출혈을 의미한다. 이는 대장암, 대장 용종, 궤양성 대장염, 직장암, 치질(치핵), 치열, 치루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앞서 2023년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정은의 몸무게는 140㎏대 중반이며, 상당한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 또 말보로·던힐 등 외국 담배와 고급 안주를 다량 들여오고 있어 알코올(술)·니코틴(담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순섭 이사장은 "만약 김정은이 혈변을 보고, 그게 유출된다면 혈변의 혈액에서 암 유무를 알아낼 수도 있다"며 "비만 환자에게 많은 '뚱보균'도 검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피르미쿠테스'라는 유해균은 비만 환자에게 많이 검출되는데, 장내에서 당 발효를 증진시키고 지방산을 생성해 비만을 유도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중국 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전쟁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일 전용열차로 출발해 2일 새벽 국경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
혈액 한 방울만으로도 암 관련 유전 정보를 찾아내는 '액체생검'도 진화했다. 지난달 27일 고려대 안암병원 허준석 신경외과 교수와 한양대 의대 허준호 교수, 서울시보라매병원 김진수 교수, 서울성모병원 김명신·김용구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 공동 연구팀은 혈액 속 극소량의 암 변이 신호(ctDNA)를 정밀하게 잡아내는 액체생검 원천기술(MUTE-Seq)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정상 DNA를 선별적으로 제거해 암 변이 신호인 ctDNA만 남기면 암 조직과 혈액 돌연변이 간 일치도를 분석해 폐암, 췌장암, 급성 골수성백혈병 등이 있는지 알아내는 방식이다.
사람의 대변엔 장 속 마이크로바이옴과 장벽 상피세포의 DNA가 들어있는데, 그 사람의 거의 모든 신체 정보를 담고 있다. 그중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미생물 무리를 뜻한다. 마이크로바이옴에는 5000~7000종의 유익균이 100조 마리 들어있다. 세계 의학계에선 마이크로바이옴이 사람의 수명뿐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마다 구성 성분과 변화 패턴이 다르다. 이동호 소화기내과 전문의(전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전자를 파악해 보니 사람의 유전자보다 200배 이상 크다는 게 확인됐다"며 "사람의 유전자뿐 아니라 사람과 공존하는 '또 다른 나'인 마이크로바이옴을 알면 그 사람에게 나타난 병의 원인과 예후 등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 마련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을 작성할 책상과 의자에 북측 경호원들이 분무기를 활용해 소독약을 뿌리고 닦아내고 있다. 또 다른 경호원은 도청장치 검색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대변뿐 아니라 소변에서도 DNA가 검출된다. 소변에 섞여 나오는 요로 상피세포를 통해서다. 이런 DNA는 한번 갖고 태어나면 변하지 않는다. 다만 생활습관에 따라 DNA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를 'DNA 메틸화'라고 한다. DNA에 메틸기라는 화학분자가 붙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나이·생활습관에 따라 메틸화 정도가 달라진다. 예컨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경우 DNA의 특정 부분에 메틸기가 많이 붙는다. 이런 DNA 감식을 통해 인종, 나이(±3세) 생활습관, 알코올 중독 여부, 흡연 여부 등을 알아낼 수 있다.
배설물뿐 아니라 타액·머리카락에서도 유전정보를 캐낼 수 있다. 특히 남성에게만 있는 'Y염색체'는 할아버지에서 아빠를 거쳐 아들로 유전된다. 김정은뿐 아니라 아빠 김정일, 할아버지 김일성의 신체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엄마(고용희)에게서 유전된다. 부계·모계의 신체정보까지 파악할 근거가 될 수 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의 전용 열차가 중국 난닝역에 정차했을 때,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자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재떨이를 들고 나타나 담배꽁초를 수거했다. 사용한 성냥까지 성냥갑에 다시 넣는 장면도 목격됐다. 또 2018년 4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측은 별도의 전용 화장실을 운반해 설치했고, 김정은은 이를 이용했다. 같은 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당국은 전용 화장실을 비행기에 실어 운반했다.
수행원들은 김 위원장이 이동할 때마다 모발을 손으로 수거하고, 좌석 등받이나 팔걸이 등을 천으로 여러 차례 닦아내는 등 모든 흔적을 제거하는 데 주력했다. 공동선언문 서명 때도 외부 펜이 아닌 북한이 준비한 필기구를 쓰도록 해 지문 채취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후문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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