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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심포니 떠나는 라일란트 예술감독 "클래식 미래는 한국에"

연합뉴스 임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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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임기 마치고 퇴임…"韓음악가들, 영원히 기억되는 성취 남길 것"
5일 고별연주회서 '전람회의 그림' 연주…"제 정체성과 맞닿은 작품"
질문 듣는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5.9.3 jin90@yna.co.kr

질문 듣는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5.9.3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클래식 음악의 과거는 유럽에 있었지만, 미래는 여러분에게 있어요."

3년의 임기를 마치고 곧 한국을 떠나는 다비트 라일란트(46)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단원들에 남긴 마지막 말은 의미심장했다.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인 라일란트는 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퇴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수백 년 역사를 가진 유럽의 클래식 음악은 흘러간 시절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럽이 수백 년에 달하는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클래식 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할 주체는 여러분들"이라며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자기의 음악적 재능과 문화에 대한 존중과 호기심을 합쳐 '문화의 문화'를 창조해낸다면, 영원히 기억되는 음악적 성취를 세상에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일란트는 한국 음악가들의 높은 집중력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헌신적 태도도 높이 샀다. 그는 "한국의 음악가들은 프랑스 등 유럽과 달리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항상 돼 있었다"며 "유럽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공연 시작과 끝의 집중력이 현저히 다른데, 한국 단원들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한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유럽의 단원들은 굉장히 개인적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빛날까'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며 "반면 한국의 단원들은 '내 재능을 어떻게 하면 전체 오케스트라를 위해 잘 사용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면서 연습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인터뷰하는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9.3 jin90@yna.co.kr

인터뷰하는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9.3 jin90@yna.co.kr


지난 3년간 자신을 지지해준 한국 관객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라일란트는 "한국 관객은 SNS를 통해 끊임없이 공연에 대한 감상을 얘기하고, 지지하고 소통한다"며 "이러한 열정은 유럽의 관객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소통 방식에 굉장히 감동했다"고 말했다.


특히 연주에 대한 집중력과 자제심도 한국 관객의 좋은 덕목이라고 인정했다.

라일란트는 "(공연에서) 제가 겪은 한국 관객의 가장 좋은 반응은 침묵이었다"면서 "하나의 악장이 끝나고 박수도, 아무것도 필요 없는 침묵만이 다가올 때 가장 강력한 영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한국 팬들에게는 자신을 지휘자가 아닌 좋은 인간으로 기억해달라고도 당부했다. 라일란트는 "우리는 모두 음악가이고,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전체를 이뤄내는 협력자"라며 "그래서 모든 음악가는 평등하고,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 예술감독 인터뷰(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9.3 jin90@yna.co.kr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 예술감독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9.3 jin90@yna.co.kr


국립심포니 예술감독으로서 마지막 공연은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라일란트와 국립심포니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할 예정이다. 라일란트는 특히 '전람회의 그림'이 '프랑스적이면서도 독일적인 감수성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자신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작품은 저의 이중적인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작품은 러시아 피아노곡이고, 라벨이 협주곡으로 만들어서 두 얼굴을 가진 작품이 됐다"며 "이런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저와 조금은 연결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람회의 그림'이 현실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에도 주목해 보라고 권했다. 라일란트는 "이 작품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복잡한 맥락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작품 중 '키이우의 대문'이라는 악장이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실제 키이우의 대문은 다 파괴돼 복잡한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라일란트는 국내 공연을 마친 다음 날인 6일 출국해 주 활동무대였던 유럽으로 복귀한다. 2018년부터 맡고 있는 프랑스 메스 국립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과 스위스 로잔 신포니에타의 수석 객원지휘자 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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