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전세기로 일시에 압송
단일 국가 대상 역대최대 규모
코리안데스크 중심 현지 공조
“도피 범인, 반드시 법의 심판”
단일 국가 대상 역대최대 규모
코리안데스크 중심 현지 공조
“도피 범인, 반드시 법의 심판”
보이스피싱 범죄 등을 저지르고 필리핀 등으로 도망친 도피사범 49명이 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청이 필리핀에 도피 중이던 보이스피싱 사범 등 주요 범죄자 49명을 전세기를 투입해 한꺼번에 한국으로 압송했다. 이번 강제 귀국 조치는 단일 국가에서 일시에 성사된 최대 규모의 해외도피자 송환 사례다.
3일 경찰청은 필리핀 당국과 협력해 현지에 도피하던 피의자 49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송환자를 대표 혐의별로 구분하면 사기 범죄 피의자가 25명으로 가장 많고, 도박개장 혐의 17명이 뒤를 이었다. 특수상해 혐의를 받는 조폭 등 강력 사범 3명과 횡령, 외국환거래법위반, 조세범처벌법위반, 성폭력처벌법위반 등 혐의 피의자도 1명씩 강제 귀국 조치됐다.
송환자 가운데 45명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국내 수사기관이 내린 수배만 총 154건에 달한다.
이번 송환 대상에는 올해 선정한 집중관리 대상자 3명뿐 아니라, 지난해 ‘핵심’ 등급으로 분류된 1명과 2022년 ‘중요 도피 사범 100인’에 선정된 1명도 포함됐다. 경찰청은 죄질과 피해 규모 등에 따라 국외도피 사범을 핵심·중점·일반 3단계로 구분하는 ‘주요 국외도피 사범 집중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중요 도피사범 100인으로 분류된 이는 이번 송환자 중 최고령인 A씨(63)다. A씨는 2009년 국내 한 기업의 대표이사로 지내던 당시 200억원대 법인 자금을 횡령한 후 필리핀으로 출국해 16년간 은신했다. 송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39세, 평균 도피 기간은 3년 6개월이다. 최연소 송환자는 필리핀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24세 남성이다.
범죄수익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오던 피의자들이 일괄 송환되면서 국내 수사와 재판 절차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등을 저지르고 필리핀 등으로 도망친 도피사범 49명이 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송환된 피의자들이 그동안 저지른 범죄로 인한 피해는 막대하다. 사기 피해자만 1322명, 피해액은 약 605억원에 이른다. 대표 혐의가 ‘사기’로 분류된 25명에는 보이스피싱범 14명이 포함됐다. 현지 콜센터에서 근무한 여성 4명 등 하부 조직원뿐 아니라 총책급 피의자에도 강제 귀국 조치가 취해졌다.
도박개장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운영한 도박 사이트의 도금(누적 베팅액) 규모는 약 10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송환된 인원에는 2018년부터 누적 베팅액 기준 약 5조3000억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단체 조직원 10명도 포함됐다. 붙잡힌 조직원 10명 중 8명은 지난 6월 4일 필리핀 현지 주거지에서 검거됐다. 이 작전에는 한국인 사건·사고를 전담하는 경찰 협력관 ‘코리안데스크’, 파견된 한국 경찰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추적팀 요원 30여 명이 공조했다.
이번 송환은 단일 국가를 대상으로 한 사례로는 종전 최대 규모였던 2017년 필리핀 도피사범 47명 송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인터폴을 통해 한국이 국제 공조 수사 체계를 맺은 여러 나라들 중 필리핀은 비교적 협력이 원활한 국가로 꼽힌다. 경찰청은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늘자 필리핀 당국을 설득해 2012년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했다. 필리핀 한국대사관의 경찰 주재관이 재외 국민의 전반적인 안전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것과 달리 코리안데스크는 특화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현지 당국과의 교섭 과정에선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의 역할이 컸다. 구체적인 송환 규모, 신병 인도 절차, 전세기 운항에 필요한 세부 사항 등을 조율해 필리핀 당국과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이날 오전 송환에 앞서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선 현지 언론 브리핑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상화 주필리핀한국대사는 “이번 단체 송환은 필리핀이 더는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아니라는 점과 국외로 도피한 범죄자는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양국 국민의 안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송환을 위해 경찰은 약 4개월간 국내외 관계기관과 협력했다. 작전에 참여한 국내 기관만 해도 외교부, 국토교통부, 인천공항공사,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등 10여 곳이 함께했다.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송환자들은 대테러기동대 등 경비 경찰력 100여 명이 배치된 삼엄한 감시 속에서 호송 차량에 올랐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이번 송환은 해외도피 범죄자들에게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점을 각인시킨 사례”라며 “앞으로도 도피 사범을 끝까지 추적·검거하겠다”고 말했다.
필리핀으로 도피한 범죄자들이 3일 필리핀 니노이 아키노 공항에서 한국으로의 강제 송환을 위해 호송되고 있다. [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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