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영 기자]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의 삶 뿐만 아니라 산업의 경쟁력까지 뒤흔들고 있다. 석유와 가스 산업을 등에 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법이 당장은 힘을 얻는 듯 보이지만, 글로벌 비즈니스의 규칙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RE100'은 더 이상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기업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결코 만만치 않은 RE100 달성
필자는 지난 주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온 관계자들과 만났다. 미국에서 온 빅테크 기업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자사의 2030년 RE100 목표에 맞춰 협력사들도 빠른 시일 내에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도록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RE100 충족은 협력 여부를 가르는 기본 조건이 되고 있음을 분명히 전하고자 한국을 찾은 것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의 삶 뿐만 아니라 산업의 경쟁력까지 뒤흔들고 있다. 석유와 가스 산업을 등에 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법이 당장은 힘을 얻는 듯 보이지만, 글로벌 비즈니스의 규칙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RE100'은 더 이상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기업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결코 만만치 않은 RE100 달성
필자는 지난 주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온 관계자들과 만났다. 미국에서 온 빅테크 기업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자사의 2030년 RE100 목표에 맞춰 협력사들도 빠른 시일 내에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도록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RE100 충족은 협력 여부를 가르는 기본 조건이 되고 있음을 분명히 전하고자 한국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3년간 경기도는 원전1기 규모에 해당하는 1GW의 태양광을 새로 설치하며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 가운데 93%는 정부의 공급의무제도(RPS)로 편입됐고, 실제 RE100 기업의 전력조달로 이어진 것은 7%에 불과했다.
만약 이 1GW가 반도체 기업에 직접 조달됐다면, 지난주 빅테크 기업들과의 미팅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국내에서 RE100 달성이 어렵다"는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국내 사업장 RE100 이행률은 9%, SK하이닉스는 11%다. 반면 해외 사업장에서는 각각 97%, 100%를 달성했다. 같은 기업, 같은 기술이지만 국내외 격차가 극명한 이유는 조달 여건의 차이 때문이다.
대만의 TSMC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지원을 기반으로 RE100 선도기업 이미지를 확보했다. RE100이 반도체 경쟁력을 전부 설명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이미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경기도 산단이 보여준 성과와 한계
여기서 우리가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전력수급과 RE100 조달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이다. 에너지를 자립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RE100이 되는 것도 아니다. 국제 프로토콜에 맞춰 '사용 전력의 출처'가 재생에너지로 인증되어야만 RE100으로 인정된다. 전력은 안정적으로 공급되더라도, 그 전력이 석탄에서 나왔다면 기업의 RE100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를 단순히 생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업이 직접 조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조달 제도를 다변화해 지자체의 성과가 기업의 RE100으로 연결되도록 정비해야 한다.
경기도의 산업단지 RE100은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노후 산단과 임대 산단을 제외하면 시장잠재량의 40%를 이미 설치했고, 지난 13년간의 누적 설치량 중 60%를 최근 2년 만에 설치했다. 상대적으로 용이한 입지는 대부분 활용이 된 상태인 것이다.
남은 산단들은 기업 신용 리스크, 지붕 구조 보강, 건물 양도 시 태양광 지붕 승계 문제 등 복잡한 과제와 얽혀 있을 가능성이 높아 이를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기도 산단 내에서 더 이상의 급속한 확산이 되기 어렵다. 산단의 넓은 지붕은 매우 매력적인 RE100 입지이지만, 이제 경기도만의 의지로는 한계가 있다.
RE100 달성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
경기 RE100 비전 선포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한 약속이 있다. 도산하 모든 공공기관은 RE100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이다.
실제 공공기관 RE100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말 조기 달성이 예상된다. 내년이면 40MW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는데, 그야말로 '티끌 모아 태산'이다. 주택·아파트·마을의 340여개 마을을 지원해 101MW를 설치했다. 주민 4만3000명이 전기료를 아끼거나 햇빛소득을 배당 받고 있는데 101MW의 태양광 설비 규모는 전남의 최대 규모의 태양광 단지 '솔라시도(98MW)'보다 큰 규모다. 단일 부지가 아니라 마을, 주택, 유휴부지를 합쳐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분산형 자원을 묶어내면 대규모 단지를 능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정부는 RE100을 생활 인프라와 결합해 추진할 수 있다. 경기도가 준비 중인 '기후안심그늘' 처럼 태양광은 발전 설비를 넘어 폭염 대응, 비가림, 주차장 그늘막 기능까지 수행하며 주민의 삶을 지키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가 불편한 설비가 아니라 일상적 편익을 제공하는 복합기능시설이라는 인식 전환도 가능하다.
도는 과학 행정을 위해 기후(RE100) 플랫폼도 구축했다. 재생에너지 최적 입지 분석, 건물 에너지 모니터링, 탄소 회계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업과 행정, 시민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동하도록 돕는다. 이는 정책의 과학화를 넘어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기반이 된다.
이렇듯 지방정부의 역할은 단순한 집행자가 아니다. 규제를 개선하고, 공공이 먼저 모범을 보이며, 기업의 조달 경로를 열어주고, 주민 참여를 이끌며,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다섯 가지 축을 동시에 담당해야 한다. 경기도의 사례는 이 길이 어렵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RE100은 특정 지역의 성취를 넘어 대한민국 산업과 기후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과제다.
글=김연지 경기도 에너지산업과장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김연지 경기도 에너지산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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