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물고기 100마리 중 80마리 죽어서 올라와" 녹조 창궐에 어민이 전한 현실

한국일보
원문보기
환경단체, 2박 3일 낙동강 녹조 조사 나서
몇 년 새 농산물·콧속·거주지서 독소 검출
'문제 없다'던 환경부, 정권 바뀌고 사과
"먹는 물 외에도 녹조 독소 기준 마련해야"


무더위가 이어진 지난달 29일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인근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해 조류경보 '경계'단계가 발령된 가운데 녹조제거선이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무더위가 이어진 지난달 29일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인근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해 조류경보 '경계'단계가 발령된 가운데 녹조제거선이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4대강 사업 전에는 낙동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잇던 어민이 500여 명 정도 됐습니다. 지금은 다른 먹고 살 길이 없는 10명 정도만 남아 있어요. 그중에 이런 말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물고기를 잡으면 제일 먼저 부모님 보신하시라고 드렸는데, 녹조가 발생하면서 겁나서 줄이다가 최근 2,3년 전부터 아예 드리지 않는다'고요. 물고기 100마리를 잡으면 그중에 한 80마리는 죽어서 올라온다고 합니다. 생태계 자체가 이 지경이라는 겁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2일 국회 녹조 심포지엄에서

'녹조라떼'로 불리는 대규모 녹조 창궐 현상은 2012년 4대강 사업이 끝난 뒤 처음 나타나 이후 13년 동안 매년 반복돼왔다. 그 사이 사회적 경각심이 무뎌졌고 녹조는 여름철마다 찾아오는 일상이 됐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이 강물은 물론이고, 4대강 인근 거주 주민들의 콧속, 지역 농산물 등에서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몇 년 전부터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대책 마련이 없다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성환 환경장관, 4대강 관련 첫 공식 사과



더위가 이어진 지난달 29일 대구 달성군 죽곡취수장 인근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하여 조류경보 '경계'단계가 발령된 가운데 녹조제거선이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위가 이어진 지난달 29일 대구 달성군 죽곡취수장 인근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하여 조류경보 '경계'단계가 발령된 가운데 녹조제거선이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이학영 국회 부의장과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2박 3일 동안 낙동강 지역에서 녹조 현장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들은 "만성 노출 시 청산가리의 6,600배 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틴(LR) 등 고농도 녹조 독소가 강물에서 검출됐고, 쌀, 무, 배추 등 국민 밥상에서도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며 "세계 경제 순위 10위권의 대한민국은 식수원에서 대규모 녹조가 창궐하는 후진국형 사회재난을 왜 방치해왔는가"라고 비판했다.
연관기사
• "불안해서 아(아이) 못 키워"···유해 녹조 독소, 낙동강 주민 절반 콧속서 발견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0315200002434)

녹조는 보통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의 창궐이 원인인데, 일부 남세균은 간·생식 독성을 보이는 독소를 만들기도 한다. 여름철 높은 수온에, 유속은 느리고, 강물에 영양분이 과다하게 공급되면 광합성하는 남세균이 빠르게 증식해 녹조가 발생한다. 환경단체가 '4대강 보가 물 흐름을 방해한다'며 녹조 대책으로 재자연화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환경부 자체 보고서를 봐도, 특히 "낙동강 수계는 높은 수온·영양염류, 본류 구간 설치된 8개 보 등으로 인해 조류 발생이 매우 심한 지역이 타 수계보다 많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교수·대한하천학회장이 지난 2022년 9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서는 낙동강에서 검출된 남세균(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강물에서뿐만 아니라 낙동강 주변 공기에서도 에어로졸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고영권 기자

박창근 가톨릭관동대교수·대한하천학회장이 지난 2022년 9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서는 낙동강에서 검출된 남세균(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강물에서뿐만 아니라 낙동강 주변 공기에서도 에어로졸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고영권 기자


2022년부터 환경단체는 △낙동강 금강 노지 재배 농작물 △대구 정수장 공급 수돗물 △낙동강 민물어류 △낙동강 주변 거주지 △낙동강 주변 주민 콧속 등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며 대책을 요구해왔다. 윤석열 정부 당시에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던 환경부는 최근 공기 중 조류 독소(에어로졸) 위해성 연구를 추진하고, 농산물 영향 여부도 분석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도 최근 "어느 정부냐를 떠나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죄송하다"며 4대강 사업 관련해 정부로서 첫 공식 사과를 밝혔다.
연관기사
• 환경부, 공기·농산물 녹조 독소 살펴본다··· 올해 내 종합대책 발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1912430002573)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녹조 조사와 대책 마련이 제대로 될지 우려한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녹조 사회재난 해소를 위한 환경보건 심포지엄'에서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환경부의 녹조 조사 방식 변경 발표 이후) 8월 말 조사 현장에 갔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이 접근을 막아 모니터링하지 못했다"며 "정부와 장관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직 말단에서는 그 의지가 발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는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민관학 공동조사를 요구한다. 송미영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녹조 독소 관리 기준을 정부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국내에는 먹는 물 관련 기준은 있지만, 미국 일부 주, 뉴질랜드,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이미 설정해놓은 농업용수, 레저(에어로졸 형태 노출) 노출 기준은 없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김원훈 신인상 수상
    김원훈 신인상 수상
  2. 2백악관 황금열쇠
    백악관 황금열쇠
  3. 3탁재훈 추성훈 신스틸러상
    탁재훈 추성훈 신스틸러상
  4. 4서강준 연기대상
    서강준 연기대상
  5. 5쿠팡 개인정보 유출
    쿠팡 개인정보 유출

한국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