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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만 빛바랜 아일랜드 '행운의 여성' 동상, 결국 보호용 화단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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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명물 '몰리 멀론' 동상 훼손에
시의회 대책 마련… "이전도 검토 중"
17세기 '아일랜드의 恨' 민요 주인공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서퍽스트리트에 위치한 '몰리 멀론' 동상. 관광객들의 손이 많이 탄 결과, 가슴 부분만 변색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서퍽스트리트에 위치한 '몰리 멀론' 동상. 관광객들의 손이 많이 탄 결과, 가슴 부분만 변색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상징물이자 관광 명소인 '몰리 멀론' 동상이 가슴 부위만 밝은색으로 변색되면서 결국 당국이 '화단 설치' 등 특단의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행운'을 바라는 관광객들이 과도한 접촉을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더블린 시의회가 시내 서퍽스트리트에 위치한 몰리 멀론 동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그 주변에 화단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아일랜드 국영방송 RTE 등 현지 언론들 역시 "화단 설치로도 보호가 어려울 경우 동상을 다른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슴 만지면 행운' 속설 탓에 관광객 손때


더블린 시의회 예술 담당관 레이 예이츠는 최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동상의 가슴을 문지르는 행위는 이제 뿌리 깊은 관행이 됐다"며 "동상 순찰은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상 주변에 화분을 두는 대책을 추진 중이며,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아예) 동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몰리 멀론 동상이 특정 부위만 변색된 건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 탓이다. 시의회는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올해 5월 순찰 관리인을 고용했지만 역부족이다. 관리인이 없는 틈을 타 관광객들이 여전히 가슴 부위를 만지고 지나가고 있어서다.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의 '줄리엣' 동상. 처음 세워진 동상도 관광객의 손길로 훼손돼 2014년 현재 동상으로 교체됐는데, 새 동상 역시 다시 구멍이 생겼다. 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의 '줄리엣' 동상. 처음 세워진 동상도 관광객의 손길로 훼손돼 2014년 현재 동상으로 교체됐는데, 새 동상 역시 다시 구멍이 생겼다. EPA 연합뉴스


이 같은 행위는 세계적 관광지의 유명 동상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의 '줄리엣' 동상은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로 수십 년간 관광객 손길이 닿으며 오른쪽 가슴에 구멍이 생겼다. 또 "생식기를 만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속설이 있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돌진하는 황소' 동상 역시 특정 부위만 밝게 변색된 상태다.

몰리 멀론, '식민지 시절 가난·애환' 상징


일각에서는 '사람들의 관심 표현' 정도로 넘어갈 문제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당국이 적극 대응하고 나선 이유는 아일랜드에서 '몰리 멀론'이 지니는 상징성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몰리 멀론은 유명 아일랜드 민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17세기 더블린에서 산 것으로 전해지는 멀론은 낮에는 생선 장수로, 밤에는 매춘부로 힘겹게 생계를 이어 가다 젊은 나이에 열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살아 있는 조개와 홍합이 있어요"라며 어패류를 파는 후렴구가 구슬픈 이 민요는 멀론의 기구한 삶뿐만 아니라 17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아일랜드의 애환을 담고 있어, 지금도 많은 아일랜드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더블린시는 그를 기리고자 6월 13일을 '몰리 멀론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동상은 1988년 더블린 조각가 잔 란하트가 제작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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