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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어버이날'…BTS 정국도 턴 해킹총책 1년 반 추적 전말

SBS 유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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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BTS)의 정국과 대기업 회장 등 국내 재력가들을 노린 해킹 조직을 검거한 김경환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 2팀장(왼쪽)과 김재현 경찰청 인터폴공조계 반장


지난 5월 8일 태국 방콕의 한 호텔 12층.

"객실 청소하러 왔습니다"라는 직원의 말소리가 복도에 들렸습니다.

문이 '철컥' 열리자 벽에 붙어 숨죽이던 한국과 태국 경찰 12명이 순식간에 진입했습니다.

웃옷을 벗은 남성은 당황했지만, 곧 경찰 지시에 따라 두 손을 모으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작전명 어버이날(Operation Parents' Day).

1년 6개월여를 쫓던 해킹 조직의 총책 전 모(35)씨를 붙잡는 순간이었습니다.


전 씨에 대한 수사와 송환을 이끈 김 모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 팀장(경감)과 김 모 경찰청 국제협력관실 인터폴공조계 반장(경감)은 체포 순간이 "마치 영화 같았다"고 그제(1일) 입을 모았습니다.

김 팀장은 16년간 사이버수사를 해온 베테랑입니다.

김 반장은 8년의 경력 중 3년을 국제 공조 업무에 매진했습니다.


이들이 잡은 '알뜰폰 무단 개통 해킹조직'의 총책인 중국 국적 조선족 전 씨는 새로운 방식의 범행을 벌였습니다.

기관·기업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해킹한 뒤 DB 속 무작위 인물의 자산을 탈취하는 게 전통적 수법이라면, 전 씨 조직은 먼저 재력가를 타깃으로 삼고 그의 개인정보를 갖고 있을 법한 정부·기관·IT업체 등을 해킹한 것입니다.

그렇게 당한 피해자가 방탄소년단(BTS) 정국과 대기업 총수 등 26명으로 상당수는 입대·수감 상태였습니다.


전 씨 조직은 해킹한 개인정보로 이들 명의 알뜰폰을 개통해 본인인증 수단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계좌들이 뚫렸습니다.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금융보안 체계를 무력화한 것입니다.

실제 피해를 본 16명은 390억 원을 잃었습니다.

한 기업인은 증권계좌를 탈취당해 경영권이 흔들릴 뻔했습니다.

2023년 9월 남대문경찰서에 접수된 한 기업 회장의 피해 신고를 시작으로 유사 사건들이 전국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서울청 사이버수사대는 집중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전 씨를 정점으로 한 18명의 조직도를 완성한 것은 작년 4월.

국내에서 행동책과 중간 간부를 차례로 검거하며 '윗선'을 추적하는 반년 간의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총책 전 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경찰은 그가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자국 내 처벌을 원하는 중국은 소재 파악 단계부터 미온적이었습니다.

과거에도 '중국에 벽'에 부딪힌 적이 있다는 김 팀장은 "공안의 협조를 받으려 공적, 사적 방법을 끊임없이 찾았지만 잘되지 않아 무력감마저 들었다"고 했다습니.

반전이 일어난 것은 전 씨가 중국 밖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첩보였습니다.

특히 올해 4월 인터폴을 통해 전 씨가 태국에 있다는 첩보가 접수됐고,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한국과 태국은 서로 경찰 협력관을 파견한 유일한 국가입니다.

양국 협력관을 통해 전 씨의 호텔이 특정되면서 멈췄던 추적은 급물살을 탔습니다.

김 반장은 "5월 초순 안에 잡지 못하면 도망갈 가능성이 높다는 첩보가 있었다"며 "우스갯소리로 '작전명 어버이날'이라며 5월 8일을 기일로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작전 당일, 들이닥친 양국 경찰을 본 전 씨는 덤덤한 척했지만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영장을 제시하자 그는 저항 없이 체포됐습니다.

또 다른 총책 A(40)씨도 함께 붙잡혔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노트북엔 기업인 신상정보와 자산 내역이 담긴 파일이 열려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 기관과 통신사의 홈페이지 취약점을 분석하며 또 다른 해킹을 시도하려 한 정황도 발견됐습니다.

제때 검거를 못 했다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압수한 휴대전화에도 100대 기업 대표의 재산, 개인정보 등이 담겨있었습니다.

검거된 전 씨는 자신은 골프 여행을 위해 태국에 왔다며 "주범은 따로 있다. 여행을 와 생활비를 벌 목적으로 범행을 도와준 것"이라고 발뺌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전 씨가 조직 최상단에서 범행을 계획·지휘한 증거는 충분했습니다.

전 씨의 국내 송환은 그로부터 석 달 반이 걸렸습니다.

태국 경찰을 설득한 뒤 전 씨의 중국 송환 시도도 막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해진 8월 22일 송환 당일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피의자가 여권을 찢어버리는 등의 변수에도 대비했습니다.

태국 경찰도 기관총을 소지한 특공대 3명을 송환에 지원했습니다.

김 반장은 "한국에 와서야 겨우 안도감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전 씨가 지난달 29일 검찰로 송치되며 경찰 수사는 1막을 마쳤습니다.

서울청 사이버수사2대 수사2팀과 경찰청 인터폴공조계, 태국 경찰 등 약 20명의 합작품입니다.

검찰로 넘긴 사건기록은 약 100권, 4만∼5만 쪽 분량입니다.

수사팀은 아직 태국에 수감 중인 다른 총책 A 씨의 송환에 전력을 다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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