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식은 포기해도 '프로포즈'는 챙긴다.
‘낮은 혼인율의 주범’으로 몰린 MZ세대를 기성세대는 ‘정숙하지 못 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결혼 직전 수 백만원을 들여 별도의 ‘프로포즈’(프포)까지 하는 모습은 부모 세대에게 낯설고 낭비로도 비친다. 그러나 MZ세대의 생각은 다르다. ‘나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확인하는 중요한 절차’라는 것이다. 돈이 부담스럽다면, 결혼식 대신 차라리 멋진 프포를 택하겠다는 이들도 많다. 결혼을 향한 MZ 커플의 ‘첫 관문’으로 굳어진 프포. 그들의 다양한 행태와 생각과 그에 따른 불만을 정리한다.
프포 고민남1: 결혼 약속했고 양가 상견례까지 마쳤는데 여친이 프로포즈 해 달라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어. 상견례까지 했는데, 프포라니.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대부분 상견례 후에 하더라고. 여친은 “검소하게 해달라”는데, 그 검소함이 어딘까진지 모르겠네?
댓글녀1: 그게 '한국식 프로포즈'지. 난 어느 날 문득 여행간 어딘가에서 산책하며 거닐다가 반지 꺼내며 “나랑 결혼하자” 이거 한마디 듣는 게 소원임. 번쩍번쩍한 호텔 가방 명품 다이아 금 다 필요 없어.
편집자주
기성 세대에게는 안드로메다 문화처럼 어색한 MZ세대의 이성관과 결혼관. '결준'(결혼준비)부터 '돌끝'(아이의 첫 돌이 끝나는)까지 단계별로 경험하는 그들의 고민을 당사자 인터뷰, SNS 갈무리 등을 토대로 방담식으로 소개합니다.삽화=신동준 기자 |
‘낮은 혼인율의 주범’으로 몰린 MZ세대를 기성세대는 ‘정숙하지 못 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결혼 직전 수 백만원을 들여 별도의 ‘프로포즈’(프포)까지 하는 모습은 부모 세대에게 낯설고 낭비로도 비친다. 그러나 MZ세대의 생각은 다르다. ‘나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확인하는 중요한 절차’라는 것이다. 돈이 부담스럽다면, 결혼식 대신 차라리 멋진 프포를 택하겠다는 이들도 많다. 결혼을 향한 MZ 커플의 ‘첫 관문’으로 굳어진 프포. 그들의 다양한 행태와 생각과 그에 따른 불만을 정리한다.
프로포즈 어디까지 해봤어
인스타그램 '호텔 프로포즈' 관련 연관 게시물 갈무리. |
프포 고민남1: 결혼 약속했고 양가 상견례까지 마쳤는데 여친이 프로포즈 해 달라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어. 상견례까지 했는데, 프포라니.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대부분 상견례 후에 하더라고. 여친은 “검소하게 해달라”는데, 그 검소함이 어딘까진지 모르겠네?
댓글녀1: 그게 '한국식 프로포즈'지. 난 어느 날 문득 여행간 어딘가에서 산책하며 거닐다가 반지 꺼내며 “나랑 결혼하자” 이거 한마디 듣는 게 소원임. 번쩍번쩍한 호텔 가방 명품 다이아 금 다 필요 없어.
댓글녀2: 맞아. 화려한 이벤트보다, 결혼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지 말해주고, 잘 살자고 얘기해주는 거.
프포 고민남2: 그럼, 프포를 자취방에서 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녀3: 와 별로다. 기왕 하려면 장소 섭외를 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합니다.
댓글남1: 저는 미리 마련한 신혼집에서 했는데, 집 예쁘게 꾸며놓고 멋진 조명아래 목걸이와 꽃을 줬습니다. ‘잘했다’고 칭찬 받았습니다.
프포 고민남3: 그래도 호텔 예약해서 명품 선물해주는 프로포즈 많이 하던데...
댓글녀4: 명품백과 특급 호텔 빌리는 건 흔치 않지만, ‘한국식 프로포즈’ 안하는 경우는 못봤어요. 남자 입장에서도 어차피 할 절차라서. 여자가 받고 싶은 걸 아예 미리 찍어 주는 걸 서로 편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프포 고민남4: 최소 500만원, 1,000만원 하는 가방 사주면서 결혼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댓글남2: 각자 능력과 여유에 맞춰 비싼 프포도 할 수 있죠. 명품 가방 사주면서 프포하는 게 사치가 아닐 수도 있어요. 여자 측에서 프포 받은 답례로 남자에게 ‘답프포’로 명품을 주는 경우도 많아요.
댓글남3: 대한민국 남자들 결혼하기 힘드네…
결혼식 못해도, 프포는 받아야
프포 고민남1: 원래 프포는 결혼을 요청하는 게 아니었나? 그런데 왜 다들 결혼식 날짜 잡고 해?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다.
댓글남1: 따지지 말고 여친이 원하는 걸 해줘. 그냥 ‘골 세리머니’라고 생각하면 편해.
댓글녀1: 원래 사귀고 있었어도 사귀자는 말을 해야 ‘1일’로 치는 거야. 프포도 그런 거야.
댓글녀2: 요즘은 결혼 전에 이미 동거하는 사람들 많잖아. 그런 커플들에게 결혼식은 '같은 집에서 같은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 손잡고 식장에 가는' 행사일 뿐이야. 그래서 오히려 결혼식을 뛰어넘는 진정한 의미의 사랑 고백이 필요한 건 아닐까.
댓글남2: 솔직히 인스타에 멋진 프포 받았다고 자랑하려고, 남친에게 프포 강요하는 건 아닐까. 특급호텔 가서 명품백 받는 거 결국 SNS에 올리려고 하는 것 같아.
댓글남3: 맞아. 저런 허상에 집착하는 걸 보면, 정말 SNS가 문제다.
댓글녀3: 솔직히 나는 명품백보다 더 비싼 선물 받은 거 올릴수록 멋있어 보이는데.
댓글남4: 결혼 준비하는 여성들은 결혼 준비 과정을 죄다 SNS로 중계하다시피 하지. 당연히 프포 받은 것도 자랑처럼 SNS에 올려. 우리 와이프도 결혼 전에 “프포 안해주면 결혼준비 시작 안 한다”고 떼를 썼어. 외국 SNS에 올라오는 것처럼 ‘서프라이즈’로 결혼 승낙을 받는 프포는 한국에서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댓글남2: 따지고 보면 한국식 프포는 남자한테도 ‘안전빵’ 아닌가. 서양은 프포하고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잖아. 프포하려면 최소한 괜찮은 반지 하나는 마련해야 하는데, 막상 거절당하면 큰 문제일 듯.
댓글남4: 나도 한국식이 ‘안전빵’이라고 생각해. 거절당하는 남자도 난감, 거절하는 여자도 난감하겠지.
반강제로 받아내는 프포
인스타그램 속 '답 프로포즈'와 '선 프로포즈' 게시글 검색 시 나오는 태그 수 갈무리. |
프포 고민녀1: 프포 다 받으셨나요? 주변에서도 물어보는데 너무 스트레스받네요.
프포 고민녀2: 저도요. 대충 받으면 섭섭할 것 같고요. 원하는 방식으로 프포 받은 분 있나요?
댓글녀1: 로망이 있으면 미리 말씀하시는 게 좋아요. “나는 꼭 이런 방식으로 프포 받고 싶다”라고 말 안하면 상대가 모를 수도 있어요.
댓글녀2: 남친 만날 때마다 ‘나만 프포 못 받았어. ㅜㅜ~’라고 떼쓰세요.
댓글녀3: 저도 프포 기다리는 중인데, ‘선 프포’라도 해서 남친 프포 받아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프포, 여자가 먼저 하면?
인스타그램 '여자가 먼저 프로포즈' 혹은 '선 프로포즈'로 검색시 연관 게시물 갈무리. |
선프포 고민녀1: 남친이 결혼에 대해 엄청 고민하는 눈치던데 먼저 프로포즈하는 건 어떨까요. 보편적인 일이 아니라서 엄청 망설여지네요.
댓글남1: 멋있네요. 못할 거 없죠. 남자 입장에서는 ‘평생 지킨다’는 마인드가 돼 버리죠.
댓글남2: 나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여친이 먼저 결혼하자고 했음. 나도 모은 거 없어서 자신 없었는데, 놓칠 것 같아서 결혼했음.
선프포 실행녀1: 남친이 힘들어하길래 내가 먼저 프포했어! 선물은 갖고 싶다던 가민 최상위 모델 시계. 여자가 먼저 프포하는 것도 의미있는 것 같아서 추천!
선프포 실행녀2: 여자프포 추천해~남친이 엄청 감동하더라. 선물은 순금바, 플레이스테이션, 영상, 프라다 넥타이. 남들과 다르게 내가 먼저 해도 의미 있을 거 같아서 그냥 먼저 선수쳤어.
댓글녀1: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거죠. 순서는 중요하지 않아요~.
댓글녀2: 스레드 진짜 ‘남미X’(연애 지향적인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 집합소다!
댓글녀3: 애까지 낳아주는데, 프로포즈까지 해 준다고? 진짜 왜들 그러냐.
호텔 패키지까지 등장
프로포즈는 MZ세대에게는 결혼으로 향하는 필수 과정이 됐다. 자연스레 관련 시장도 급팽창하는 추세다. 대표사례가 호텔의 ‘프로포즈 패키지’다. 한 특급 호텔이 내놓은 ‘프포 패키지’를 보면, 기본 장식비만 50만 원이고 버진 로드 60만 원, 침대 위 꽃잎 장식 18만 원, 욕조 장식 14만 원 등이다. 고급스런 옵션을 추가할수록 비용은 불어난다. 영상 촬영과 고급 선물까지 포함, 관련 업체가 상업용으로 판매 중인 ‘세트’상품은 최소 500만 원에서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프포 문화를 부정적으로만 볼게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커플의 합의와 소통의 장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가족문제 전문가 김승혜 변호사는 “프포는 결국 ‘이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표현”이라며 “다만 낭만에서 허영을 배제하려면 화려한 연출에 부화뇌동하기 보단 각 커플만의 고유한 의미와 방식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결준에서 돌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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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조사=변한나, 강주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