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MT시평]인도의 반발과 급선회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원문보기
최준영 위원

최준영 위원



1999년 미국 방문을 위해 대서양 상공을 비행하던 당시 러시아 총리 예브게니 프리마코프는 미국과 NATO가 세르비아를 공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프리마코프는 즉시 비행기를 되돌려 러시아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다. 압도적인 미국의 힘에 당시 러시아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어떻게 미국에 맞설지를 고민하던 프리마코프는 러시아·중국·인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일명 프리마코프의 전략적 삼각형이 등장한 것이다. 프리마코프는 러시아는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국제사회의 중요한 행위자로서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되며 다른 강대국과 협력해 일극체제가 아닌 다극체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중국 및 인도와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꿈만 같던 그의 꿈은 2025년 중국 톈진에서 이뤄졌다.

중국이 개최한 상하이협력기구 안보회의에 참석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손을 잡고 다정한 모습으로 입장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친근하게 대화했다. 모디 총리는 이 장면을 통해 2020년 국경분쟁으로 인해 얼어붙었던 양국관계의 극적인 전환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압력과 제재에 맞서는 든든한 동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부당한 압력과 대우를 받는 국가들을 지원하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책임 있는 국가로 자신을 포장했다.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이런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인도는 미국과 끈끈한 관계를 자랑했고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이후 지속된 미국 대통령들의 인도 끌어안기 노력은 인도를 과거 비동맹 국가의 대표가 아닌 미국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세력으로서 변화시키는 것으로 보였다. IT분야를 중심으로 한 양국 기업과 인력의 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빠른 제조업 성장을 위해 중국 엔지니어와 중국산 장비수입을 간청하는 기업가들의 요청에 대해 모디 총리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인도에 대한 25%의 상호관세는 경쟁국 파키스탄의 19%에 비해 불리했다. 인도로서는 왜 자신들이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불만이었다.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도입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력화한다고 비난하면서 수입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의 수입중단 요구를 거절한 인도에 총 50%에 이르는 관세가 부과됐다. 이에 대해 모디 총리는 어제까지 적대국이었던 중국을 방문해 미국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대중국 포위망의 중요한 고리인 인도를 그대로 놔둘지, 아니면 달래기에 나설지에 따라 인도의 입장도 달라질 것이다. 과연 인도의 시도가 제3의 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강대국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만 연출하고 끝날지 궁금해진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김원훈 신인상 수상
    김원훈 신인상 수상
  2. 2백악관 황금열쇠
    백악관 황금열쇠
  3. 3탁재훈 추성훈 신스틸러상
    탁재훈 추성훈 신스틸러상
  4. 4서강준 연기대상
    서강준 연기대상
  5. 5쿠팡 개인정보 유출
    쿠팡 개인정보 유출

머니투데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