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열심히 대충 써요, 수제비 뚝-뚝- 뜯듯이"

밴드 '브로콜리너마저' 싱어송라이터 윤덕원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동명의 싱글·책 공개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이 2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 제목과 동명의 신곡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마음속에 간직했던 생각들을 꺼내지도 못한 채 아무것도 쓰지 못한 사람이 되어 헤매고 있었죠. 이젠 열심히 조금 대충 쓰는 사람이 될래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42)의 목소리가 2일 기타 반주를 타고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무대를 메웠다. 그가 전날 출간한 에세이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과 동명의 신곡이다. 같은 제목의 책과 노래를 동시에 내놓는 시도는 흔치 않다. 그는 이날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을 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냈을 때 그것과 결합하고 싶었다"며 "책의 OST라는 느낌으로 (노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코러스는 출판사(세미콜론) 직원들이 불렀다. 그는 "책을 먼저 읽고 음악은 디저트"라고 했다.

책은 그가 노래와 글을 짓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다. '앵콜요청금지' '졸업' '보편적인 노래'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등 동시대인이 한 번쯤 흥얼거려본 '브로콜리너마저'의 가사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39편의 짧은 글과 14곡의 가사, 앨범 소개문 13편이 수록돼 있다.

일상적 소재로 섬세한 감정을 그려내는 작사 비결도 엿볼 수 있다. 의미는 유지한 채 관점만 다르게 "문장을 반대로 뒤집어 표현해 보는 것"이다. "우리 좋았었던 날은 모두 두고서야 돌아설 수 있었네"를 "좋았었던 날을 모두 놓아두지 않고서는 돌아설 수 없다"로 바꾸는 식이다. 때로는 작사를 위해 "단순히 순서를 반대로 놓아보기도 하고" "가끔은 원인과 결과를 바꾸어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이 2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열심히 대충" 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는 "주변 창작자들을 보면 꼼꼼함이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니 균형감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을 짜내는 과정을 대충 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유지해야지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되레 창작에 해가 된다는 얘기다.

그는 "내가 가진 반죽은 한정적이라 일정 정도를 넘으면 밀면 밀수록 점점 얇아지고 속이 비치다가 결국에는 찢어지고 말 것 같다는 두려움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 결심한다. "속에 든 것이 없더라도 내가 가진 반죽을 적당히 얇고 보들보들하게 밀어서 뚝-뚝- 떼어 넣어버리자고. (중략) 그래도 수제비를 생각하면서 무엇이든 계속 써보면 과정이든 결과든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윤덕원 지음·세미콜론 발행·300쪽·1만8,000원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