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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잘하면 성공 밑거름"…스타트업 마무리는 '이렇게'

이데일리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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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얼라이언스·아산나눔재단, 가이드북 발간
"여기까지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실패과정서 뭘 배우고 다음 창업으로 가는지 중요"
폐업시 피해보는 건 창업자…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스스로 여기까지란 점을 인정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보물섬에 배를 타지 못하고 헤엄을 쳐서라도 가고 싶었는데 여기서 멈출 수 밖에 없다는 걸 인정해야 했거든요. 사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파트너사로부터 계약금 15개월치를 받지 못해 급격한 재정 악화를 겪었는데 여기까지라는 점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김영웅 슈퍼래빗게임즈 대표(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김영웅 슈퍼래빗게임즈 대표(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김영웅 슈퍼래빗게임즈 대표는 2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열린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 기자간담회에서 폐업 당시의 어려움을 이같이 털어놨다. 게임 개발자 출신인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비컨스튜디오를 창업해 7년 뒤 폐업했으며 2023년 슈퍼래빗게임즈를 재창업했다.

김 대표가 다시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첫 창업의 마무리를 제대로 지었기 때문이다. ‘폐업이 사고처럼 다가왔다’는 그는 주주 동의와 채무, 게임서비스 이용자 약관 등 각종 법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물론 투자자나 직원들에게도 모든 과정과 절차를 투명하게 밝히고 공유했다. 김 대표는 “사업을 진행했던 긴 시간 동안 얼마나 자주 위기감과 기대감을 공유했느냐가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며 “폐업 직전 일부 남은 직원들과 3~4가지 프로젝트를 실험적으로 진행했는데 그게 다음 창업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 역시 마무리를 잘 지어야 다음 창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는 컬리의 초기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박 대표는 “(벤처캐피털로서)한 번에 성공한 창업자도 좋지만 실패를 거듭한 가운데 성공한 창업자를 더 인정한다”며 “성공과 실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고 그 다음에 어떤 창업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대(왼쪽)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영웅 슈퍼래빗게임즈 대표, 이하영 도그메이트 전 대표,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기대(왼쪽)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영웅 슈퍼래빗게임즈 대표, 이하영 도그메이트 전 대표,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많이 발전해왔지만 폐업할 때는 창업자들이 오롯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많다는 점은 여전한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법 체계 속에서 가장 먼저 임직원과의 관계를 고려하고 그 다음으로 고객과 주주를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현실은 투자자나 주주들의 의사 결정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요구로 인해 무리하게 회사를 유지하다가 정리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피해가 커진다”고 했다. 이어 “결국 창업자가 신용불량자가 되고 5년 정도는 경제 생태계에서 퇴출되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도 “2015년만 해도 교육부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창업을 장려했는데 경기가 안좋아지고 결과가 나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창업자였다”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계를 아쉬워했다. 박희덕 대표도 “최근 몇 년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폐업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어려움을 겪는 창업자들에게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가이드북을 처음 제작함에 따라 마련됐다. 가이드북에는 △마무리 전 점검 리스트와 △단계별 절차 안내 △투자자·임직원·고객 등 이해관계자별 대응 방법 △청산·파산·회생의 차이와 청산형 M&A 등 상황별 대응 전략이 담겼다. 가이드북은 공동 제작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아산나눔재단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는 “폐업은 말 그대로 그냥 업을 그만둔다는 의미인데 우리는 이를 흔히 실패나 몰락과 연결지어 받아들이곤 한다”며 “기업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시장의 변화 속에서 문을 닫는 것은 자연스런 순환 과정의 일부일 수 있다. 앞으로는 도전 뿐 아니라 마무리 또한 존중받고 박수받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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