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전광판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WLF의 공동창업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에릭 트럼프(좌)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우). /연합뉴스 |
“이건 단순한 밈코인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바꾸는 진짜 시스템의 근간입니다. 자유+금융+미국이 우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1일(미국 동부시각) X(옛 트위터)에 게시한 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상자산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코인(WLFI)이 전 세계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지나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은 WLFI에 대해 투자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2일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WLFI는 전 세계 거래량 9위에 올라있다. WLFI 관련 가상자산인 스테이블코인 USD1,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도 거래량 순위로 각각 12위, 14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WLFI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날 국내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 동시 상장된 WLFI는 거래가 시작된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이미 비트코인의 거래량을 뛰어넘었다.
◇ 미국 중심 탈중앙화 금융 꿈꾸는 트럼프家
일부에서는 WLFI에 대해서도 ‘오피셜 트럼프’와 같은 사실상 밈코인(유행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가상자산)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WLFI를 실체 없는 밈코인이 아닌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 프로젝트로 분류하고 있다. WLFI를 발행하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은 지난해 10월 미국 델러웨어에 본사를 두고 설립된 탈중앙화 금융(디파이·De-Fi) 프로토콜 가상자산 기업이다. 디파이는 사용자가 기존 은행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도 디지털 자산을 대출,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한마디로 미국 중심의 크립토 뱅크, 토큰화 자산 운용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게 WLF의 목표다. WLF는 사이트를 통해 ‘가상자산과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을 슬로건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WLF를 비롯한 가상자산 기업에 친화적인 규제 환경을 만들고 있는데, 이를 통해 WLF는 달러를 기반으로 미국 중심의 글로벌 탈중앙화 금융을 주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런 목표를 위해 WLF가 자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USD1이다. 테더(USDT)나 서클(USDC)과 마찬가지로 미국 달러와 1대1로 가치가 연동되며, 발행량에 상응하는 준비금은 단기 미국 국채와 미국 달러 예치금, 기타 현금 등가물 등으로 구성됐다. 현재 USD1 시가총액(시총)은 23억3000만달러(약 3조2473억원)로, 전체 스테이블코인 점유율 0.86% 수준이다. USD1은 WLF가 만들어갈 가상자산 생태계의 화폐로 쓰일 예정이다.
WLF 및 연계된 가상자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연 가상자산 규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이를 통해 WLF와 같은 기업이 혜택을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만큼, WLF에 유리한 규제 환경이 조성되어 성장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투자자가 상당하다.
비트코인2024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참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 규제권자인 미국 대통령 사업인데 내부거래 논란까지
동시에 가장 큰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이다. WLF는 트럼프 대통령을 명예 공동 창립자로, 그의 세 아들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배런 트럼프를 공동 창립자로 등록해 설립된 사실상 가족 기업이다. WLF는 사적 기업 활동과 대통령 권한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정치와 사업을 결합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올해 초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트럼프와 멜라니아 밈코인은 WLF의 생태계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밈코인이다. 하지만 WLF를 이끄는 에릭 트럼프는 이 밈코인을 장기 보유하면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또한 트럼프 일가는 WLFI의 전체 발행량 1000억개 중 약 22.5%인 225억개 토큰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약 50억달러(약 7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내부 거래 논란도 있다. 트럼프 일가는 WLFI의 거래 실적과 무관하게 현금을 챙기는 구조를 마련해 놨다. WLF는 토큰 상장 전 미국 나스닥 상장사 알트5 시그마(Alt5 Sigma)와 특수 관계를 맺었다. WLF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잭 위트코프는 지난 8월 알트5 회장에 올랐고, 트럼프 대통령 차남 에릭 트럼프는 이사회 이사로 합류했다.
경영권을 확보한 이들은 알트5가 총 7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WLFI 토큰을 매입하도록 결정했다. 이 거래로 발생한 매출 가운데 최대 75%는 약정에 따라 트럼프 일가 소유 법인으로 지급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금액만 해도 약 5억달러(약 695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는데, 만약 이게 일반인 가족 기업의 사례라면 금융 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기영 크립토 퀀트 대표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오피셜 트럼프와 같은 밈코인은 아니지만, 아직 명확한 상품이나 계획이 제시된 것도 없다”며 “최근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유명세 자체가 프로젝트의 가치와 연동되는 경우도 있어서, 단기간에 상승할 수 있으나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서연 기자(mins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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