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아키 임현정 개인전
초현실적 풍경화 20여점 펼쳐
미국 자연풍경과 한국적 요소
조화롭게 어우러진 장면 눈길
이질적 문화 속 내면세계 표현
초현실적 풍경화 20여점 펼쳐
미국 자연풍경과 한국적 요소
조화롭게 어우러진 장면 눈길
이질적 문화 속 내면세계 표현
임현정 ‘Trip West’(2023). 같은 크기의 캔버스 3개를 나란히 붙여 놓은 세폭화다. 아뜰리에 아키 |
늘 마음 속 풍경화를 그렸다. 하지만 한국에 있을 땐 한 번도 그 그림이 한국화와 닮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서양화를 배우며 스승 삼았던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피터 브뤼헐이나 히에로니무스 보스 등의 화풍을 좇았을 뿐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미국 땅으로 이주한 뒤 일상에서 대자연의 풍경을 마주하게 됐을 땐 오히려 한국의 진경산수화를 떠올렸다. 임현정 작가는 이질적인 두 문화의 경계에서 그렇게 자신만의 풍경화를 그리게 됐다.
미국 시애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 임현정의 개인전 ‘마음의 아카이브: 태평양을 건너며’가 서울 성동구의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에서 오는 10월 4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7년 간 미국 서부에 거주하면서 작가가 일상과 여행에서 겪은 다양한 사건과 심리적 변화를 상상의 풍경으로 풀어낸 회화 20여 점을 선보인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그림 한 장에 옮겨놓은 듯 여러 장면이 콜라주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임 작가는 “미국 서부에 살게 되면서 제가 상상이나 무의식 속에서 그려왔던 풍경들을 실재하는 공간으로 마주하게 돼 놀랐다”며 “한편으로는 외국에 나와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 이전에 한국에 있을 땐 오히려 큰 관심이 없었던 한국 전통이나 한국적인 장소, 동물, 요소들을 더 생각하게 됐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는 동양의 진경산수화를 직접적으로 접목하려는 시도를 처음 해봤다”고 말했다.
임현정의 두폭화 ‘Red Rocks and Buddhas’(2025). 아뜰리에 아키 |
임현정 ‘Flowers and Islands’(2023). 아뜰리에 아키 |
실제로 그의 그림에는 미국 생활에서 영감을 얻은 서구적인 풍경화와 한국적인 산수화·화조화의 요소가 한 데 어우러져 있다. 일례로 같은 크기의 캔버스 3개를 나란히 이어 붙여 그린 대작 ‘Trip West’(2023)에는 미국의 가파른 협곡과 울창한 숲의 풍경이 주를 이루지만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인과 아이, 화조화에서 옮겨온 듯한 백학과 붉은 꽃 등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임 작가는 “관객 분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 이런 다양한 요소를 찾아보고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몽유도원도’를 연상시키는 동양화적 구도에 서양화의 표현기법과 레퍼런스를 차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Trip West’ 좌측 하단에 그려진 나무 옆에서 풍경을 내려다 보는 여인은 카스바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1818년작 ‘Chalk Cliffs on Rügen’에서 가져왔다. 또 구불구불한 뱀 형태의 모양에 뱀 머리 대신 촛불이 그려진 형상은 르네 마그리트의 1930년대 회화 ‘The Return of Nature’를 오마주한 것이다.
임 작가의 대형 작업은 두폭화, 세폭화가 주를 이루는데 그 이유와 관련해 그는 “제단화처럼 세 폭이나 두 폭이 됐을 때 풍경이 분절되면서도 연결되는 느낌이 좋아서 그렇게 그리게 됐다”며 “나란히 배치된 캔버스의 그림이 연결되게 그릴 때도 있고, 어떤 것은 분위기만 공유하고 서로 다른 풍경을 담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Bryce Point’(2024)는 하나의 그림처럼 그려진 3개의 캔버스를 완전히 맞붙여 놨고 ‘Balancing Rock’(2025) 등 같은 크기의 작품 3점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간격으로 떨어뜨려놔 ‘따로 또 같이’의 느낌을 살렸다.
부산 출생의 임 작가는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순수예술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8년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런던의 제임스 프리먼 갤러리(2015), 서울의 OCI미술관(2016)과 에이라운지(2023), 시애틀의 갤러리 4컬처(2025)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임현정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성동구 아뜰리에 아키 전시장 전경. 아뜰리에 아키 |
임현정 작가가 자신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성동구의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경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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