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계약을 도급 계약으로 보아 수급인(개발사)이 일을 완성해야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완성'의 기준을 두고 도급인(발주자)과 수급인 간의 견해 차이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발주자는 프로젝트 지연으로 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거나, 불완전한 결과물을 떠안아 추가 개발 비용을 지출하는 위험에 직면하게 됩니다. 심지어 이미 지급한 대금을 회수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계약을 해제한 후라도 그 대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실력 있는 개발사를 선정하는 것만큼이나, 계약 전후의 다양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측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 요구사항은 구체적으로: 과업 범위의 명확화
소프트웨어 개발 계약은 수급인이 특정 소프트웨어의 개발이라는 ‘일의 완성’을 약정하고 도급인이 그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도급계약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계약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일의 완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개발하려는 소프트웨어의 기능, 성능, 사양, 디자인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합니다. 제안요청서(RFP), 기능명세서, 화면설계서 등을 상세히 작성하여 해당 문서들이 계약의 일부이자 완성의 기준으로 명확히 명시해야 합니다. 만약 과업의 범위가 추상적이거나 모호할 경우, 개발 완료 후 '완성'에 대한 해석 차이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판례는 도급계약에서 일의 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보수를 청구하는 수급인에게 있다고 보고 있으므로(대법원 1994. 11. 22. 선고 94다26684 판결), 발주자(도급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라도 명확한 과업 정의는 필수적입니다.
▲ 프로젝트는 함께 만드는 과정: 소통 및 프로세스 관리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도급인과 수급인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완성하는 '공동의 과업'입니다. 이를 위해 계약서에 주간 보고, 정기 회의 등 정기적인 보고 의무와 협의 채널, 양측의 담당자를 명시하여 체계적인 소통 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도급인에게는 개발에 필요한 자료를 적시에 제공하고, 수급인의 질의에 신속히 답변하며, 필요한 의사결정을 지체 없이 내려야 할 '협력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도급인의 협력 지연으로 프로젝트가 늦어지면, 이는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아니므로 개발 기간 연장이나 추가 비용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완성된 결과물의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자료의 성질 또는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한 때에는 수급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으나, 수급인이 그 재료 또는 지시가 부적당함을 알고도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책임을 면할 수 없으므로(민법 제669조), 이 점을 유의하여 상호 간에 투명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 '완성'의 기준을 정하다: 검수 및 하자보수
개발 결과물에 대한 '완성'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검수 기준과 절차를 계약서에 상세히 명시해야 합니다. 검수 항목, 테스트 방법, 합격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합리적인 검수 기간을 설정해야 합니다. 수급인을 위하여 검수 기간 내에 도급인이 합격 여부를 통지하지 않으면 검수에 합격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도급인에게 불리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검수 완료 후 발견된 하자에 대해 수급인은 하자보수 책임을 부담합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판례가 하자담보책임(무과실 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고의·과실 책임)을 별개의 권리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9다268252 판결). 따라서 계약서에 정한 하자보수 의무와는 별도로, 수급인의 고의나 과실로 하자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추가 손해가 발생했다면 도급인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관련하여 사전에 법률적으로도 면밀하게 검토하여야 합니다.
▲ 결과물은 온전히 우리 자산으로: 지식재산권(IP) 귀속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프로그램 저작권의 귀속도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입니다. 저작권법상 저작권은 창작자인 수급인(개발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도급인이 개발을 기획하고 비용을 전액 부담했더라도, 저작권 귀속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판례 또한 당사자 사이에 저작권을 도급인에게 원시적으로 귀속시키기로 약정했더라도, 이는 저작자인 수급인이 원시취득한 저작권을 도급인에게 양도하는 계약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4다60461 판결 참조).
따라서 도급인이 지식재산권을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 해당 내용을 반영한 조항을 계약서에 반드시 명시해야 합니다. 또한 수급인이 기존에 보유한 기술(배경 IP)이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권리는 도급인에게 이전되지 않으므로 사용 범위와 라이선스 조건을 명확히 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 분쟁을 사전에 차단해야 합니다.
▲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 조항을 마련해야 합니다. 수급인의 책임으로 개발이 지연될 경우, 지체일수당 일정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지체상금 약정을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어, 실제 손해액을 입증하지 않고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수급인의 중대한 계약 위반이나 능력 부족 등으로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한 계약 해지 사유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완성된 목적물에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민법 제668조), 이 해제권은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행사해야 함을 유의해야 합니다(민법 제670조). 그 외에 해지 시 기성고 정산 방법, 산출물 인수인계 절차 등도 명확히 규정해야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 마치며: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로드맵
계약은 프로젝트의 성공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입니다. 발주자는 단순히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개발사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최적의 파트너를 선택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요구사항 정의 단계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고, 계약 체결 후에도 개발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친 계약서는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발주자의 권익을 보호하며,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이끄는 든든한 기반이 됩니다. 계약서는 책임을 추궁하는 도구가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향한 명확한 '로드맵'입니다.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계약서를 준비한다면,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김송경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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