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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학가는 로스쿨 대비 ‘리트 수업’ 개설 열풍… “대학이 학원이냐” 비판도

조선일보 고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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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려대 리트 대비 온라인 전공 수업 개설
고려대는 이번 가을 학기부터 로스쿨 입학에 필요한 법학 적성 시험(LEET·이하 리트) 대비 강좌를 온라인 전공 과정으로 개설한다. 이미 홍익대와 성균관대도 리트 강좌를 정규 수업으로 편성해 매년 진행하고 있다. 대학들이 정규 커리큘럼과 별도로 ‘고시·자격증 대비반’ 등을 만들어 지원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고시 대비 강좌를 정규 과목으로 편성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공직자·법조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나 학교 안팎에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시험 문제 풀이가 위주인데 사설 학원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강좌와 다를 게 무엇이냐” “대학이 ‘입시 기관’ ‘취업 관문’으로 인식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 실수요를 반영한 조치”란 긍정적 의견이 동시에 나오는 것이다.

고려대에 따르면 리트 대비 강좌 과목명은 ‘행정의 이해와 논리적 사고’로 행정학과 전공 수업으로 편성된다. 수업 내용은 사실상 로스쿨 입학 준비 및 리트 시험 대비가 위주고, 온라인으로만 진행된다. 강의 계획서를 보면 주요 수업 내용은 ‘법학 적성 시험 및 로스쿨 소개’ ‘리트 언어·추리 논증 이해와 전략’ ‘예비 법조인 면접 전략’ 등이다. 강의는 현직 로펌 변호사가 진행한다.

지난달 있었던 수강 신청은 순식간에 마감됐다. 전공과 관계없이 로스쿨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학점도 따고 로스쿨 준비도 할 수 있어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탄 영향이다. 행정학과에서는 ‘수업 정원을 확대해 달라’는 학생들 요구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교수와 학생은 “100% 온라인 수업이라 토론이 어려운 사실상 ‘주입식’ 강좌 아니냐”며 “인문학, 교양 교육이 사실상 무너진 현 대학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는 반응이다. 고려대는 중간·기말고사 등도 리트 문제를 출제해 풀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서도 학생들 사이에선 “리트 시험을 오래 공부한 ‘장수생’들이 학점을 따는 데 유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이철원

그래픽=이철원


홍익대도 지난해 봄 학기부터 ‘상황 판단과 추리 논증의 이해’라는 수업을 일반 선택 과목으로 편성했다. 수업 대부분은 리트 기출 문제 풀이로 진행된다. 이 수업도 수강 신청자가 물 밀 듯 몰리는 인기 강의로 자리 잡았다.


대학들이 잇달아 리트 대비 시험을 정규 수업으로 편성하는 건 로스쿨 지원자가 매년 증가하면서, 시험 난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5년 LEET 응시자는 1만7230명으로 2015년(7585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래픽=이철원

그래픽=이철원


교육계 전문가들은 “리트뿐 아니라 다른 고시나 자격시험 준비도 정규 수업으로 도입될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했다. 한 국립대 교수는 “학교 전공 수업까지 ‘고시화’될 경우 교수나 학생 등 대학 구성원 간 고등교육 방향에 대한 이견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학원에서 리트 강좌를 들으려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드는 상황을 감안하면 대학이 사교육 비용을 완화해 주는 건 환영할 만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재학생·졸업생을 대상으로 사설 학원 수강료를 지원하거나 현직 변호사, 전직 법조인을 강사로 초빙해 리트 준비반을 운영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취업난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대학이 학생들의 실질적 필요를 반영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고 했다.


☞법학 적성 시험(LEET·리트)

로스쿨 입학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시험으로, 언어 이해·추리 논증·논술 세 영역으로 구성된다.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나뉘어 있고, 긴 글을 읽고 핵심을 파악하거나 자료를 분석하는 능력과 함께 논리적으로 글을 전개하는 능력 등을 평가한다. 난도가 높아 ‘로스쿨 입시의 최대 관문’으로 꼽힌다.

[고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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