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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로 생명을, 검은 실로 우주를 엮는다

조선일보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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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시오타 지하루 개인전
암 투병 이후 최근작 한국 첫 공개
시오타 지하루, ‘리턴 투 어스(Return to Earth·2025)’. 인간은 자연에서 비롯돼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는 순환의 개념을 응축했다. /가나아트

시오타 지하루, ‘리턴 투 어스(Return to Earth·2025)’. 인간은 자연에서 비롯돼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는 순환의 개념을 응축했다. /가나아트


천장에서 바닥까지 얽혀 내려오는 검은 실이 바닥의 흙더미에 닿아 있다. 복잡하게 뻗어나간 검은 실들은 마치 혈관이나 나뭇가지를 연상시킨다. “우리는 흙에서 태어났고, 언젠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 인간 존재가 자연으로부터 태어나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는 순환의 의미를 담았다.”

일본 설치미술가 시오타 지하루(53) 개인전 ‘리턴 투 어스(Return to Earth)’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실의 여인’이라 불리는 작가가 3년 만에 국내서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에서 소개한 주요 근작들을 한국에 처음 공개한다.

시오타 지하루, 'Cell'(2024-2025). /가나아트

시오타 지하루, 'Cell'(2024-2025). /가나아트


두 번의 암 투병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한 그는 실[絲]로 생과 사를 이어왔다. 붉은 실은 생명, 흰 실은 기억, 검은 실은 칠흑의 우주를 상징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병은 내 시선을 몸의 깊숙한 곳으로 이끌었다”며 “생명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향하는지 묻고 싶었다”고 했다. 인간의 장기를 닮은 ‘세포(Cell)’ 연작은 2017년 암이 재발한 뒤 항암 치료를 받으며 시작됐다. 유리를 감싸고 있는 철사가 모세혈관처럼 얽혀 있다. “그것은 항암 치료를 받던 내 몸과 닮았다. 자라나던 암세포들이 제거되고 새로운 세포가 자리를 채워가는 것처럼, 유리는 연약하기 그지없지만 열과 압력을 견디고 다시 태어난다.”

시오타 지하루의 'The Self in Others'(2024) 연작을 한 관람객이 감상하고 있다. 작가가 일본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에서 미리 선보인 연작이다. /허윤희 기자

시오타 지하루의 'The Self in Others'(2024) 연작을 한 관람객이 감상하고 있다. 작가가 일본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에서 미리 선보인 연작이다. /허윤희 기자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설치 작품 ‘리턴 투 어스(Return to Earth·2025)’. /연합뉴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설치 작품 ‘리턴 투 어스(Return to Earth·2025)’. /연합뉴스


하이라이트는 전시명과 동명(同名)의 작품인 ‘리턴 투 어스’. “내 몸이 자연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그 일부임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생명의 순환을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응축했다. 20대에 마지막으로 그린 회화 3점도 볼 수 있다. 그는 “유화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를 모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전시는 내가 왜 회화를 멈췄고, 설치미술로 전환했는지 재확인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7일까지.

'실의 여인'이라 불리는 일본 설치미술가 시오타 지하루가 기자들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의 여인'이라 불리는 일본 설치미술가 시오타 지하루가 기자들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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