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韓 기업 소유 中 공장 중
유독 삼성·SK만 찍어서 통제 강화
VEU ‘영구’ 자격 TSMC는 ‘조용’
내년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행정부
바이든표 규제 정책 더 강하게 고삐
中 ‘AI 칩 독립’ 차단 노림수일 수도
한국산 HBM, 中 AI 칩에 필수부품
유독 삼성·SK만 찍어서 통제 강화
VEU ‘영구’ 자격 TSMC는 ‘조용’
내년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행정부
바이든표 규제 정책 더 강하게 고삐
中 ‘AI 칩 독립’ 차단 노림수일 수도
한국산 HBM, 中 AI 칩에 필수부품
삼성전자 HBM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콕 집어 내년 1월부터 중국 반도체 공장에 첨단 장비 반입을 엄격히 금지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공정 장비에 대해 건별로 미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은 2023년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라는 지위를 얻어 건별 규제가 아닌 포괄 승인으로 복잡한 반도체 규제를 피했습니다. 대만 TSMC의 중국 공장도 같은 혜택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TSMC를 상대로는 조용한 가운데 삼성과 SK하이닉스에 불리한 규제 적용 결정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우리 정부 대응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이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면 내년부터 K-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공장은 공정 고도화는 커녕 현상 유지에도 애를 먹으며 퇴물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그 공포를 투자자들도 감지한 것인지, 1일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3%, SK하이닉스는 5%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투자에 적극 뛰어온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규제 특혜 지위를 없던 일로 전환했을까요.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중 첨단기술 압박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선거 승리 강박’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리스크’로 파악됩니다.
현재 VEU 특혜 지위가 부여되는 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공장,TSMC 중국 공장, 그리고 미국 AMD·AMAT·램리서치의 중국 시설입니다.
미 상무부와 국방부, 국무부, 에너지부 등이 참여하는 VEU검토위원회(ERC)는 올해 회의에서 이 중 K-반도체 기업들만 발라내 VEU 자격을 취소한 것입니다.
미국 업체들의 경우 현지 시설이 제조 설비가 아닌 연구 및 지원 사무실 성격입니다.
TSMC의 경우 지난 2024 사업보고서(145페이지)에서 중국 난징 공장이 영구적(permanent)인 VEU 라이선스 허가를 받았다고 공개했습니다.(하단 이미지 참조)
미국 상무부로부터 중국 난징 공장에 대해 영구적 VEU 지위를 획득했다고 소개하고 있는 TSMC 사업보고서 내용. <이미지=TSMC 사업보고서 145페이지 캡처> |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TSMC가 제외된 배경을 두고 반도체 업계는 미 상무부가 한국 기업과 비슷한 VEU 자격 박탈을 내용으로 후속 발표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지지층 표를 결집하기 위해 중국을 상대로 보다 강력한 첨단기술 통제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 상징적 대응이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의 대중국 공장 규제 강화라는 전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집권과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친환경 산업 지원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 각종 혜택을 조기 종료시키는 등 산업 정책을 이념의 관점에서 폄훼하고 폐기처분하는 극단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바이든표 대중 기술 통제 정책보다 더 강력한 규제 대안을 제시해 차별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후 전임 행정부보다 강화된 규제가 드리워질 것으로 염려가 됐다”면서도 “(이번 VEU 자격 박탈은) 규제 강화의 시점과 내용 측면에서 우리의 예측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취해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더구나 K-반도체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HBM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듯 HBM은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의 핵심 부품입니다. 글로벌 제조 3사 중 마이크론만 중국 내 제조 시설이 없습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HBM을 만들어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3사 중 중국 공장을 운영 중인 기업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두 곳입니다.
K-반도체 HBM 제품이 다양한 무역 경로를 거쳐 중국으로 우회 공급되는 현실에서 새로 바뀐 트럼프 행정부가 K-반도체의 대중 HBM 우회 공급을 막고 중국 공장의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해 VEU 자격을 박탈하고 향후 허가 수준도 공정 업그레이드가 아닌 ‘현상유지’로 제한했을 가능성이 유력해 보입니다.
K-반도체사에서 제작돼 중국으로 공급되는 HBM은 중국 빅테크들이 자체 개발하는 AI칩에 전용되고, 이는 미국 엔비디아와 AMD가 이끄는 AI 칩 패권에 중대한 균열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엔비디아와 AMD에 AI 칩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풀어주는 대가로 중국 관련 매출의 15%를 정부가 가져가는 기상천외한 합의까지 만들어냈습니다. AI 칩 패권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면 중국의 AI 칩 ‘독립’ 기세를 꺾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K-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공장을 겨냥해 규제 강도를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 공장에 새롭게 드리워진 미국의 규제를 걷어내기 위해 과연 K-반도체는 트럼프 행정부에 어떤 양보와 선물을 제공해야 할까요.
거레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인텔처럼 회사 지분을 미국 정부에 제공하거나 엔비디아처럼 중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헌납하는 소설 같은 일이 K-반도체에 확장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 4월 백악관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사진=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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