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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트럼프, 삼성·SK 中 공장 묶는다…'B급 기지' 경고음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강민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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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 장비 봉쇄 후폭풍 우려…50조 투자 거점 흔들
"더 투자하라"는 신호…韓 겨냥 통상 압박론 대두
"VEU는 애초 한시적"…위기론 선긋는 시각도


/그래픽=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적용해온 '포괄허가(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를 철회하면서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내년 1월부터 미국산 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건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생산 확장이나 공정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불가능하죠.

당장은 구형 제품 중심의 중국 라인 특성상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장기적으로 50조원이 투입된 거점이 'B급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정치적·통상적 계산이 맞물린 이번 조치의 속내와 파급력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차세대 막힌 中 공장…'3세대 격차' 경고

최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VEU(Validated End User)' 명단에서 삼성반도체유한공사, SK하이닉스반도체유한공사, 인텔에서 인수한 SK 중국법인을 제외했습니다. VEU는 특정 외국 기업에 한해 별도 허가 없이 미국산 장비 수출을 허용하는 제도인데요.

바이든 행정부가 2023년 동맹국 피해를 최소화한다며 한시 적용했던 예외 조치를 트럼프 행정부는 정면으로 뒤집은 겁니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바이든 시대의 구멍"이라고 규정하며 폐지했죠. 상무부는 "외국 소유 공장은 앞으로 VEU 지위를 얻지 못한다"며 "현상 유지 목적의 장비 반입만 허용할 뿐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허가는 불가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번 조치는 이달 2일(현지시각) 관보에 게재돼 120일 유예를 거쳐 내년 1월부터 발효됩니다.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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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위치한 삼성 시안 공장은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35%, SK 우시 공장은 D램의 4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화웨이 등 글로벌 IT 기업이 거점을 둔 최대 수요처이기도 하죠. 그간 두 회사는 VEU 지위를 바탕으로 장비 교체와 라인 업그레이드를 신속히 해왔지만, 이제는 건별 심사로 묶이게 된다는 게 골자입니다.

단기적으론 생산 차질이 크지 않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중국 공장은 한국 본국 대비 1~2세대 뒤 공정을 사용하고 HBM 같은 전략 제품은 중국에서 만들지 않기 때문이죠. 레거시 수요를 받는 기지 성격이 강합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가 봉쇄되면 격차는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삼성은 시안에서 128단에서 256단으로 전환을 추진했지만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내년 한국에서 400단 이상을 양산하면 중국은 3세대 뒤처진 설비가 된다는 겁니다.

삼성과 SK가 중국에 쏟아부은 자금은 50조원에 이릅니다. 삼성은 시안 공장에만 30조원을 투자했고 SK는 우시·다롄 신설과 인텔 인수에 20조원 이상을 들였죠. 문제는 미국 장비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는 각각 식각·이온주입·계측 장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요. 미국이 장비 반출을 통제하면 일본·유럽 장비로 대체하기도 어렵죠. 이에 업계 내에선 "중국 라인이 결국 B급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적 변수도 얽혀 있는데요. 이번 조치가 지난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 발표된 점은 상징적이라는 분석입니다. 반도체 관세 협상과 연계해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120일 유예 기간 동안 세부 집행 기준을 완화하는 협상에 나설 방침인데요. 산업부는 "VEU 철회에도 현상 유지 차원의 장비 반입은 허용된다"며 "최대한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美 압박과 中 현실 사이…남은 시간 '120일'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 전략, 한국을 겨냥한 통상 압박 그리고 실제 파급력은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교차합니다.

우선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를 미국의 장기 전략 차원서 읽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은 2030년까지 반도체 패권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며 "반도체는 단순 산업재가 아니라 경제 안보와 군사 안보까지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기 때문에 중국의 성장 속도를 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장비 의존도를 짚었는데요. "삼성이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미국산 장비가 막히면 대체 공급처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일본이나 유럽 장비로 바꾼다고 해도 호환성과 생산성 검증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돌리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선 단순 대중 견제를 넘어 '한국을 직접 겨냥한 압박 카드'에 무게가 더 실려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와 보조금 정책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얻지 못해 이번에는 협상 과정서 확실히 쓸 수 있는 카드를 쥐려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중국에는 일부 반도체 수출을 허용하면서도 삼성과 SK에는 장비 반입을 막은 건 '너희는 더 투자할 여력이 있으니 더 내놓으라'는 압박 신호"라는 게 김 교수의 진단입니다.

그는 '120일' 유예 기간 역시 단순한 준비 시간이 아니라 정치적·협상적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습니다. "유예는 말 그대로 시간을 준다기보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며 "결국 한국 기업으로부터 추가적인 양보를 끌어내려는 수단"이라는 설명입니다.

김 교수는 특히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투자를 확대해도 뚜렷한 대가를 얻어낸 적이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습니다. "현대차가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곧바로 자동차 관세 25%를 맞았고 현대제철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단순 '잘 보여주기식' 투자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미국이 원하는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 따로 있을 것이고 결국 그것을 더 들어주라는 압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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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나친 위기론은 불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연구원은 "언론이 지나치게 위기론을 부각하지만 실제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는데요. 이미 2년 전 미국이 중국 반도체 투자를 억제하며 장비 반입을 '허가제'로 전환했을 당시 한국 기업들은 충격을 가늠하고 대응책을 준비해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김 연구원은 "첨단 제품은 애초에 중국서 생산하지 않았고 당시 기업들도 시나리오를 세워놓았을 것"이라며 "갑자기 무방비 상태로 맞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VEU의 성격 자체를 짚었는데요. "2년 전 VEU를 연장할 때 미 행정부가 기한을 정해두지 않았다"며 "당시 '무기한 연기'라고 해석했지만 이는 사실 반대로 '언제든 폐지될 수 있다'는 점이 내재돼 있었던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따라서 이번 철회가 특별히 이례적이거나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치의 의미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데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목적은 '너희는 결국 우리 승인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데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관건은 앞으로의 '120일'입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협상 테이블에서 얼마나 실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중국 공장의 운명을 가를 전망인데요. 업계 일각선 "장기적으로는 탈중국 가속화,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 관리가 핵심 과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의 압박과 중국 시장의 현실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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