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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없는 삶은 가능한가…포토샵과 게이밍으로 본 자유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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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닿는 한 필자는 늘 윈도우를 사용해왔다. 처음 사용한 PC에서도 윈도우가 돌아가고 있었고, 아버지 무릎에 앉아 화면을 들여다보던 기억이 선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이렇게 말하는 게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쌓인 결과다. 기술 트렌드의 변화, 여러 브랜드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의식적인 선택이 맞물려 지금의 결과에 이르렀다.


분명히 말하자면, 필자는 여전히 윈도우를 사용한다. 지금 이 글도 직접 조립한 고사양 게이밍 데스크톱에서 작성하고 있다. 여기에 트리플 모니터와 온갖 주변 장치가 연결돼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환경이 필수는 아니다.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필자는 완전히 다른 OS로 옮겨가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 이는 필자에게 매우 중요한 변화이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 본다.


더 이상 윈도우가 필요 없는 이유

필자가 “이제 윈도우가 필요 없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업무와 생활에서 의존하는 모든 도구, 프로그램, 정보가 이제는 특정 기기와 본질적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은 구글 문서에서 작성 중이며, 완성되면 워드프레스에서 편집한다. 업무 중에는 동료와 상사와 슬랙으로 소통하고, 친구들과는 문자와 왓츠앱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대화한다. 개인적인 할 일은 구글 킵(Google Keep)에 기록하고, 업무 과제는 먼데이(Monday)에서 관리한다. 지메일로 개인 메일을, 아웃룩으로 업무 메일을 확인한다. 또, 블루스카이와 올드 리더(The Old Reader)를 통해 통해 뉴스와 소셜 트렌드를 RSS로 확인한다.


물론 여전히 로컬 파일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주 단위로 백블레이즈(Backblaze)에 백업돼 어떤 기기를 사용하든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다. 사실 백업된 파일에 자주 접근하지는 않는다. 설치된 게임 파일, 드물게 쓰는 업무·세금 관련 문서, 그리고 개인 및 가족의 방대한 사진 라이브러리를 제외하면, 필자는 더 이상 PC 저장공간에 대해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Michael Crider/Foundry

Michael Crider/Foundry


필자의 윈도우 작업표시줄에는 비발디, 지메일, 아웃룩, 워드프레스용 PCWorld 로고, 곧 설명할 초록색 ‘P’ 아이콘, 슬랙, 파일탐색기, 먼데이, 구글 킵, 구글 문서, 유튜브가 있다.


공통점을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나열한 모든 도구는 웹 기반 툴이거나 최소한 웹 인터페이스를 갖춘 것이다. 필자는 즐겨 사용하는 비발디 브라우저를 통해 대부분에 접근한다. 보통은 PWA(progressive web app) 형태로 실행하거나, 전체 브라우저 인터페이스 없이 단순히 바로가기로 실행한다. 이는 현대 브라우저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필요한 순간에 각 도구를 분리해 집중할 수 있다.


이 모든 도구는 웹을 통해 접근할 수 있고, 다른 플랫폼에서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서도 거의 기능 차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재택근무를 하는 지금도 하루 중 상당 부분을 같은 플랫폼의 스마트폰 앱으로 처리한다. 이쯤 되면 윈도우는 단지 익숙한 고가의 하드웨어에서 웹에 편리하게 접속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필자만이 아니라 아이폰 이후 세대라 할 수 있는 젊은 사용자 사이에서는 이런 사용 방식이 더욱 보편적일 것이다.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포토샵

변화의 과정에서 끝까지 버티던 마지막 걸림돌은 이미지 편집이었다. 필자는 20년 넘게 포토샵을 사용했다. 고등학교 시절 미디어 수업에서 처음 배운 이후로, 기사 헤더 이미지를 만들거나 리뷰용 사진을 편집할 때 포토샵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벗어나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어도비에 불만을 품어왔다. 특히 어도비가 고가의 크리에이티브 제품군(Creative Suite, CS)을 더 비싼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 구독 모델로 전환했을 때 그 불만은 커졌다. 마치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채 만족해야 한다”라는 인상을 풍겼다.


필자는 한때 포토샵을 소유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그 선택지가 사라진 것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마지막으로 ‘실물 구매’가 가능했던 2012년판 CS6을 여전히 사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었다. 대안도 여러 차례 시도했다. 김프(GIMP)를 비롯해, 어피니티 포토(Affinity Photo), 픽슬러 X(Pixlr X)까지 모두 써봤다. 모두 나쁘지 않은 도구였지만, 필자는 늘 익숙한 포토샵으로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필자의 기억과 손에 밴 습관이 발목을 잡았다. 대안 툴 대부분이 포토샵의 핵심 기능을 충분히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정착하기 쉽지 않았다. 필자는 오랜 세월 포토샵을 다뤘고, 한때는 인쇄소에서 하루 8시간씩 작업할 정도로 깊이 사용했다. 소프트웨어 하나에 그렇게 밀착돼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 경험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굳이 비유하자면, 다른 사람의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쓰는 듯한 이질감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종류의 기능적 불편함이었다.


필자는 어도비가 이 지점을 의도적으로 노린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학생이거나 학교에 속한 사람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비틀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17살까지의 고등학생을 내게 맡겨라. 그러면 나는 평생 구독 고객의 토대를 보여주겠다.”


그러나 오랫동안 미뤄왔던 윈도우 재설치 이후, 필자는 익숙하지만 이미 낡아버린 CS6을 다시 실행하기 위한 번거로움은 감수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온라인 래스터 이미지 편집기인 포토피아(Photopea)를 써봤다. 이는 포토샵 인터페이스를 뻔뻔할 정도로 그대로 복제한 동시에 놀라울 만큼 잘 만든 도구였다.


Photopea

Photopea


클론의 역습

필자는 포토피아를 여러 번 사용한 적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것이 도구 자체의 성능 부족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CS6만큼의 완성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강력한 데스크톱에서 현대 브라우저 성능이 좋아진 덕분이든, 서버 측 성능 개선이든, 혹은 이미지 편집 기능의 발전이든, 무슨 요소가 달라진 것이든 간에 이번에는 제대로 안착했다.


현재 필자는 모든 업무에서 포토샵 대신 포토피아를 사용한다. (사실 실제 발음은 ‘포토-피(photo-pee)’지만, 제작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이제는 포토샵조차 설치하지 않았다. 다만 만일을 대비해 보관용 복사본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소프트웨어를 사고 싶다”라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광고 제거 버전을 쓰기 위해 매월 5달러를 낸다. 광고가 붙은 상태에서는 완전히 무료이고 광고를 없애더라도 어도비 구독 요금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은 구두쇠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포토피아는 서버에서 구동되는 웹 기반 도구이므로 구독료를 받는 데 최소한의 명분은 있다. 반면 어도비가 독립 실행형, 비구독 버전의 포토샵을 판매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탐욕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포토피아는 포토샵의 클론일 뿐, 완벽한 대체재는 아니다. 특히 사용자 지정 폰트를 불러올 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등 전업으로 그래픽 작업을 했다면 적응하기 힘든 제약이 있다. 현재 필자는 포토피아에서 예전만큼 능숙하지 않다. 포토샵에서 손쉽게 구현하던 몇 가지 효과가 기대만큼 매끄럽게 나오지 않는다. 이는 한편으로는 필자가 아직 고급 기능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포토피아가 포토샵 깊숙이 숨겨진 강력한 옵션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예전의 숙련도를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제 더 이상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홍보용 이미지를 많이 잘라내고, 약간의 배경 처리, 원본 사진에 대한 복제 도장과 색상 보정 정도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속도나 기능을 크게 희생하지 않고도, 게다가 로컬 소프트웨어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노트북이든 태블릿이든, 심지어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연결한 스마트폰이든, 어떤 기기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가능하다. 그리고 어디서든 로그인만 하면 광고 없는 환경에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혹시라도 어도비의 과도한 요금을 지불할 의향이 있더라도 굳이 로컬에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는 없다. 현재 포토샵은 이미 포토피아와 매우 유사한 온라인 버전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구독에 포함돼 있다.


필자가 업무에 필요한 모든 것, 그리고 그 외 대부분의 작업은 이제 윈도우와 완전히 결별했다. 결별이 아니더라도 우호적인 별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필자보다 먼저 이 지점에 도달한 이들도 많다. 나이와 상관없이, 더 기술에 능숙한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이미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여전히 하나의 개인적 이정표처럼 느껴지는 일이다.


게임은 아직 윈도우에…적어도 지금은

필자는 여전히 윈도우 11을 사용한다.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많고, 소위 프리미엄 소프트웨어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광고가 침투하는 현실에 불평하면서도 말이다. 게다가 원치 않는 AI 도구를 강제로 권유하는 공격적인 판매 전략에도 잘 버티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용자에게서 진짜 수익, 즉 반복적인 구독료를 뽑아내려는 시도다. 하지만 필자는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도우는 여전히 필자의 개인적·업무적 기반이다. 단, 나날이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서 보내는 점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다.


윈도우에 머무는 결정적인 요소가 바로 게임이다. 필자는 닌텐도 스위치와 플레이스테이션5, 꽤 쓸 만한 태블릿과 몇 가지 다른 게임 기기를 가지고 있다. 최근 휴가 때는 심지어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로 스카이즈 오브 아카디아(Skies of Arcadia)를 끝까지 플레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몰입하는 공간은 여전히 PC 게이밍이다. 이 점은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데스크톱 PC 조립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필자에게는 스팀이 게임을 구매하고 즐기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마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은 아니다. 밸브는 이미 스팀OS를 내세워 자체 OS를 구축하고 있으며, 레노버와 에이수스 같은 파트너사와 함께 하드웨어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필자는 이 시도가 PC 게이밍의 중심에서 윈도우를 끌어내릴 현실적인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 더해, 언제 어디서든 게임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흐름도 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지포스 나우(GeForce Now)는 스팀 게임을 실행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게임 패스 스트리밍도 제공된다. 필자 역시 이동 중에 두 서비스를 모두 활용해봤다. 집에서 쓰는 고사양 데스크톱만큼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었고, 동시에 이들 서비스가 플랫폼 비종속적 성격을 지녔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체감했다.


삼성 스마트폰의 덱스(DeX) 데스크톱 모드, USB-C 모니터, 그리고 지포스 나우를 활용해 포트나이트(Fortnite) PC 버전을 마우스와 키보드까지 연결해 즐겼다. 다가올 미래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작은 단면이었고, 충분히 괜찮은 경험이었다.


새로운 선택지가 펼쳐진다

이렇게 누리게 된 자유는 소비자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충분히 해방감을 준다. 필자는 처음으로 맥이나 크롬북 노트북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일상적인 작업 흐름에 거의 손댈 필요 없이 필요한 모든 것에 접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프로는 최우선 선택지는 아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심지어 데스크톱 리눅스까지 시도해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아마 듀얼 부팅으로 남겨두겠지만 말이다. 여기에 더해, 끝없는 게이밍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스팀OS나 바자이트(Bazzite) 같은 파생 OS를 고려할 수도 있다.


필자는 이제 더 이상 윈도우가 필요하지 않다. 어쩌면 당신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최소한 예전보다 훨씬 쉽게 윈도우를 우회해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은 분명하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Michael Crider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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