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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맘카페 댓글부대였다... 아픈 아기들의 부모님 속이는 게 나의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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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섭 기자]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대학을 졸업한 후 첫 직장에서 아이 부모를 속이는 거짓 댓글 작업에 참여해야 했던 공익제보자 박강훈(가명) 씨. ⓒ베이비뉴스

대학을 졸업한 후 첫 직장에서 아이 부모를 속이는 거짓 댓글 작업에 참여해야 했던 공익제보자 박강훈(가명) 씨. ⓒ베이비뉴스




다음은 지난 8월 14일 서울 마포구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공익제보자 박강훈 씨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Q. 제보자님,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헬스케어 직원으로 근무하시던 당시 회사로부터 불합리한 업무 지시를 받으셨고,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일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먼저, 한헬스케어에 다니실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특히 부적절한 댓글 작업을 시작하게 된 당시 상황부터 설명 부탁드립니다.

"네, 맞습니다. 제가 부적절한 댓글 작업을 하게 된 건 상사의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입사한 지 한 달 정도 지나서였는데요. 처음에는 제작팀에 발령받아 업무를 배우고 있었는데, 그 무렵 센터장이라는 분에게 텔레그램 초대를 받았습니다.

저와 직장 동기 두 명이 함께 초대됐고, 그곳에서 '사경과 사두증의 치료’라는 네이버 카페에 회원 가입하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그 후로 '사두증 치료’나 '두상교정헬멧’을 고민하는 보호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 하루에 한두 개씩 댓글을 달라는 지시가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댓글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Q. 당시 한헬스케어 직원은 몇 명 정도였고, 여론 조작 댓글 작업에 참여한 인원은 어느 정도였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한헬스케어 본사인 가산센터에는 약 10명 정도가 근무했고, 판교·천안센터 등 전국 센터까지 합치면 전체 직원은 20명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이 보호자들이 네이버 카페에 글을 올리면 판교 센터장이나 각 지역 센터장들이 그 글의 링크를 따로 직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여기에 가서 댓글을 작성하라’는 지시가 전 직원에게 내려왔기 때문에, 당시에는 사실상 모든 직원들이 댓글 작업에 동원됐다고 판단됩니다."

Q. 입사 동기도 함께 있었다고 하셨는데, 그 동기분도 동일하게 댓글 작업 지시를 받았던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저와 함께 단체 채팅방에 초대됐고, 매일 댓글 작업을 했습니다. 하루에 몇 개씩 댓글을 작성했는지 서로 보고하는 방식이었는데, 항상 같이 보고를 올렸습니다."

Q. 그렇다면... 입사 초기, 동기분과 이런 댓글 작업에 대해 고민을 나눈 적이 있었나요?

"네, 항상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루에 한두 건씩 댓글을 달지 않으면 센터장이 '왜 안 하느냐’라며 지속적으로 강요했기 때문에, 동기와 함께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일을 계속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 늘 의문을 가지고 있었죠."


Q. 그럼 입사 동기분은 한헬스케어에 언제까지 근무했나요?

"제 동기는 저보다 한 달 정도 더 근무하다가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인 것처럼 거짓 댓글 작업을 벌인 한헬스케어 측에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러한 사실을 보도자료로 발표하자 국내 주요 언론들이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네이버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인 것처럼 거짓 댓글 작업을 벌인 한헬스케어 측에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러한 사실을 보도자료로 발표하자 국내 주요 언론들이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네이버 



Q. '국○애○’라는 바이럴 마케팅 대행사도 댓글 작업에 동참했다고 제보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애○’ 측의 바이럴 마케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애○의 시나리오 글은 제목과 본문, 댓글, 대댓글까지 모두 계획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글 제목에는 '6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는 초보맘입니다’처럼 작성하고, 본문에는 '우리 아이 두상이 오른쪽 부분이 많이 찌그러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와 같이 올렸습니다.

그에 대한 댓글로 '우리 아이는 한헬스케어에서 두상교정 헬멧을 착용했더니 찌그러진 모양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전체적으로 만족했다’는 내용을 작성했습니다. 대댓글에는 '가산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니 좋았습니다’와 같이 이어졌습니다.

또 다른 댓글로 '3개월 아기 엄마인데 판교 센터에서 헬멧을 착용했더니 두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와 같은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아이의 두상 수치와 진행 기간, 효과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댓글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즉, 하나의 게시글에는 제목, 본문, 댓글, 대댓글이 모두 시나리오에 맞춰 작성되었고, 이를 통해 체계적인 바이럴 마케팅이 이루어졌습니다."

Q. 그러면 이 시나리오는 헬멧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글부터 거기에 달리는 댓글까지, 전체적으로 다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인가요?

"네, 맞습니다. 하나의 게시글에 있는 모든 글과 댓글은 시나리오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제목, 본문, 댓글, 대댓글까지 시나리오에 맞춰 작성되었습니다. 이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는 모든 직원이 참여했습니다. 제가 받은 할당량은 한 달에 시나리오 3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전체 직원이 작성한 시나리오는 취합되어 바이럴마케팅 업체 '국○애○’에 전달됐으며, 실제 맘카페 게시판에 게시되는 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Q. 일하시면서 '댓글 작업’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직원들끼리 쓰는 은어 같은 건가요? 해당 작업을 부르는 용어가 따로 있었나요?

"작업 과정에 대한 공식적인 용어는 없었습니다. 전 직원이 공유한 표현은 아니고, 저와 동기 사이에서만 '댓글 작업’이라고 얘기했던 것입니다."

공익제보자 박강훈(가명) 씨가 회사측으로부터 바이럴마케팅 업체 측에 거짓 게시물 시나리오 작업 지시를 받고 있는 모습. ⓒ공익제보자 박강훈

공익제보자 박강훈(가명) 씨가 회사측으로부터 바이럴마케팅 업체 측에 거짓 게시물 시나리오 작업 지시를 받고 있는 모습. ⓒ공익제보자 박강훈


Q. 그렇다면 한헬스케어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댓글과 국○애○가 작성한 댓글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국○애○의 작업 방식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우선 저희 직원들이 한 댓글 작업은, 하니헬멧 대표가 운영하던 '사경과 사두증의 치료’ 카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직원들이 직접 보호자인 척하면서 '하니헬멧을 쓰고 효과를 봤다’거나 '모양이 많이 좋아졌다’는 식의 후기를 달았습니다.

국○애○의 바이럴 마케팅은 조금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직원들이 먼저 '게시물 제목, 본문, 댓글 내용’까지 시나리오를 짜면, 판교 센터장이 이를 취합해 국○애○에 넘겼습니다. 예를 들어 제목은 '우리 아이 두상 때문에 고민입니다’처럼 작성하고, 본문에는 '하니헬멧 상담을 받아봤는데 해야 할지 고민된다’는 식으로 올립니다. 그리고 댓글에는 '하니헬멧을 써보고 효과를 봤다’, '상담을 꼭 받아보라’는 내용을 붙였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시나리오를 국○애○에 넘기면, 그쪽에서 여러 카페에 무분별하게 게시글과 댓글을 올렸습니다. 사실상 직원들이 초안을 만들고, 국○애○가 대신 뿌려주는 방식이었던 겁니다."

Q. 그렇다면 글이 올라간 아이디는 바이럴마케팅 업체에서 만든 계정이었나요? 그리고 댓글도 여러 명이 달았던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저희는 엑셀 파일에 제목, 본문 내용, 댓글 문구까지 모두 취합해서 바이럴마케팅 업체에 전달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면 그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여러 아이디를 바꿔가며 글과 댓글을 올렸습니다. 직원들이 직접 올린 게 아니라, 업체가 준비한 계정을 통해 게시와 댓글 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바이럴마케팅 업체를 통한 댓글 작업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루어졌는지 기억하시나요?

"제가 입사하고 한두 달 정도 지난 시점부터 퇴사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보통 한 달에 세 차례 정도 시나리오를 작성해 전달했는데, 제가 근무한 약 10개월 동안 작성한 시나리오는 총 30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 다른 직원들도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댓글 작업을 했나요?

"네, 맞습니다. 판교 센터장이 각 직원에게 게시물이 게시될 카페를 배정했는데, 그 명단을 보면 전 직원 이름이 모두 포함돼 있었습니다. 즉, 모든 직원이 같은 방식으로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Q. 지금도 이러한 댓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현재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정명령으로는 제가 작성한 댓글만 삭제되었을 뿐, 다른 직원들의 댓글은 아직 삭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앞으로도 동일한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두상교정헬멧 업체 한헬스케어 측이 홍보 댓글 작업을 직원에게 지시한 것에 대한 증거자료를 보도자료에 포함해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두상교정헬멧 업체 한헬스케어 측이 홍보 댓글 작업을 직원에게 지시한 것에 대한 증거자료를 보도자료에 포함해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Q. 고객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고객분들, 특히 어머님들께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카페가 현재도 한헬스케어에서 운영 중인지, 아니면 운영을 중단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제보자님께서는 사과를 받으셨나요?

"저도 아무런 사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제 개인보다, 지금까지 피해를 당한 보호자분들께 사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나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저는 보호자들이 육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인터넷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공식적인 인터넷 카페 운영과 철저한 모니터링 체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불법 광고나 홍보, 댓글 조작 등과 같은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체계를 강화하고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해주길 바랍니다."

Q.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 계획이나 생각이 있으신가요?

"약 3년 동안 혼자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혼자 힘으로는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건의 내용들을 더 공개하고 알리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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