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록 티테라스동에 자리 잡은 ‘말차 누들바’. 전새날 기자 |
[헤럴드경제(제주)=전새날 기자] 지난달 29일 찾은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 티테라스 동에는 ‘말차 누들바’가 새롭게 들어섰다. 말차 누들바는 오설록이 처음 선보인 프리미엄 티 페어링 다이닝 공간이다. 오설록은 이곳에서 차(茶)를 국수로 맛보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제면실과 오픈키친이 한눈에 들어왔다. 제면실에서는 매일 아침 하루에 한 번, 면을 직접 뽑아낸다. 메뉴 개발에는 미쉐린 스타 김도윤 셰프가 함께했다. 17년 이상 면 요리를 연구한 김 셰프는 말차 본연의 깊고 순수한 풍미를 살린 특제면을 개발했다.
말차 누들바에서 판매 중인 모든 메뉴를 먹어봤다. 말차 면으로 만든 메뉴는 말차 온 국수, 말차 찬 국수, 말차 비빔 국수 총 3가지다. 모두 한 그릇에 1만5000원이다. 돼지 수육과 제주 된장 멜젓 소스를 더한 메뉴도 만나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제주 티뮤지엄에서 생산한 로스티드 티를 우려낸 식전 차가 제공됐다. 본격적인 식사 전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었다. 처음 맛본 메뉴는 말차 온 국수다. 녹색 빛깔 말차면의 두드러지는 색감이 시각적인 재미를 줬다. 한입 맛보니 납작하고 굵은 면발에서 은은한 말차 향이 퍼지며 의외의 조화를 이뤘다. 맑은 돼지 육수에 사태와 제주 고사리가 올라간 고명도 적절했다.
이어 맛본 말차 찬 국수는 평양냉면처럼 슴슴하고 깔끔한 맛을 냈다. 온 국수보다 얇은 면을 사용해 면의 식감이 확연히 달랐다. 마지막으로 비빔 국수는 들기름 향이 가장 먼저 코를 자극했다. 제주 고사리, 유채나물, 표고버섯, 돼지고기가 어우러져 씹는 재미도 있었다. 비빔 국수는 별도 제공되는 매콤한 비빔장을 곁들이면 취향껏 즐길 수 있다. 한 그릇으로 다채로운 맛을 경험해 볼 수 있지만, 말차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 기본 구성이 더 만족스러웠다.
말차 온육수. 전새날 기자 |
오설록 제주 말차 누들바 말차 면 제조 모습 [오설록 공식 유튜브 갈무리] |
요리에 사용된 특제면은 오설록 제주 차밭에서 재배한 고품질의 말차를 활용한다. 오설록의 차밭 중 하나인 한남차밭 현장도 찾아가 봤다.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 자리한 한남차밭은 흙과 물, 바람이 만들어내는 맛(味)이 특징이다. 가장 최근에 조성된 만큼 다른 차밭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 비결이 집약돼 있다. 고품질의 차를 생산할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췄다는 의미다.
말차는 수확 전 일정 기간 빛을 차단하는 차광 재배를 한다. 선명한 초록빛과 더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서다. 차광을 하게 되면 찻잎의 색은 점점 진해지고, 맛이 부드러워진다.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자란 찻잎을 따서 쓰는 녹차와는 재배 방식부터 차이가 있다.
고건희 오설록연구팀 수석연구원은 “차광 작업을 하게 되면 아미노산 함량이 더 높아져 덜 씁쓸하고 부드러운 맛을 갖게 된다”며 “하지만 이는 곧 차나무에 그만큼의 스트레스를 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찻잎에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 수석연구원은 “연속 차광을 하지 않는 이유도 높은 품질을 위해 차나무에 휴식을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9일 찾은 제주서귀포시 남원읍의 한남차밭. 전새날 기자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말차스테이션 [오설록 제공] |
오설록은 지난 3월에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말차 스테이션과 이번 말차 누들바를 통해 ‘말차 경험의 확장’을 내세우고 있다. 단순히 마시는 말차의 개념을 넘어 일상에서 고객 경험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말차 열풍은 전 세계에서 진행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말차 시장은 지난해 38억4000만 달러(약 5조4000억원)에서 올해 42억4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9년에는 64억8000만 달러 규모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설록은 건강을 중시하는 웰니스 트렌드가 말차의 인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오설록 관계자는 “말차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건강한 하루를 만들어주는 한 잔의 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특히 말차를 즐기는 습관은 일상 속 나만의 웰니스 포인트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나만의 말차 레시피’, ‘말차 맛집’ 등을 하는 공유하는 트렌드도 확산하고 있다”라며 “말차는 MZ세대 사이에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잡은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차 시장이 커지면서 오셜록의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오설록의 지난해 매출은 937억원으로 전년 동기 839억원 대비 11.7%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92억원으로 전년 동기 55억원 대비 68.7% 급증했다. 오설록 관계자는 “말차 트렌드를 고려한 제품국 확장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말차 누들바 메뉴 [오설록 제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