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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기름진 식사도 뇌졸중·치매 위험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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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고지방 식사도 뇌로 가는 혈류를 방해해 뇌졸중과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Pranav Kumar Jain/Unsplash

단 한 번의 고지방 식사도 뇌로 가는 혈류를 방해해 뇌졸중과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Pranav Kumar Jain/Unsplash


기름진 음식은 심장 뿐 아니라 뇌에도 해로운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 한 번의 고지방 식사도 뇌로 가는 혈류를 방해해 뇌졸중과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지방 식품을 섭취한 남성들한테서 식후 불과 4시간만에 혈관이 경직되고 뇌의 혈류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식품에 포함된 지방은 탄수화물, 단백질과 함께 3대 영양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에너지 저장 밀도가 1g당 9 kcal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의 2배가 넘는다. 지용성 비타민(A, D, E, K)의 흡수를 돕는 용매이자, 우리 몸의 중요한 기능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주요 성분이다. 피부 아래에 있는 피하지방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단열재 역할을 하고, 신체 내부의 장기들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세포막의 주요 구성 성분이라는 점이다. 특히 뇌와 신경 조직 대부분이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어 뇌 건강에도 필수적인 영양소다.



지방은 화학적 구조에 따라 쉽게 굳는 포화지방과 잘 굳지 않는 불포화 지방으로 나뉜다. 포화지방은 육류 식품에, 불포화지방은 등푸른 생선과 식물성 식품에 많다. 따라서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은 혈관과 심장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혈관을 통해 공급받는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뇌의 기능에도 큰 변수가 된다.



우리 몸에는 이런 변수에 대비한 ‘동적 뇌 자가조절’(dynamic cerebral autoregulation)이라는 기능이 있다. 일상적인 혈압 변화에 관계없이 뇌 혈류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일종의 충격 흡수 시스템이다. 갑자기 일어서거나 운동할 때 혈압이 상승하면 뇌동맥을 수축시켜 뇌로 과다한 혈액이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고, 반대로 혈압이 떨어지면 뇌동맥을 확장시켜 뇌로 더 많은 혈액이 흐르도록 한다. 이 시스템이 망가지면 혈압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 약해져 뇌졸중이나 치매 같은 뇌 신경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



단 음식을 먹으면 혈당 수치가 급등하듯, 포화지방이 높은 식품을 먹은 뒤엔 혈중 지방 수치가 올라간다.

단 음식을 먹으면 혈당 수치가 급등하듯, 포화지방이 높은 식품을 먹은 뒤엔 혈중 지방 수치가 올라간다.




혈중 지방 수치, 4시간만에 2배 상승





오스트레일리아 사우스웨일스대 연구진이 포화지방이 많이 함유된 식사를 한 뒤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살펴본 연구 결과를 영양생리학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8~35살의 젊은 남성 20명과 60~80살의 남성 21명을 실험참가자로 모집했다. 이들은 모두 심혈관 질환이 없는 비흡연자였다. 연구진은 이들을 대상으로 포화지방이 많은 식사를 하기 전과 식사 4시간 후에 심장 및 뇌 건강과 관련된 혈관의 기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측정했다. 연구진이 제공한 식사는 지방 130g이 함유된 1362칼로리의 밀크셰이크였다.



단 음식을 먹으면 혈당 수치가 급등하듯, 포화지방이 높은 식사를 한 뒤엔 혈중 지방 수치가 올라간다. 정점을 찍는 때는 식후 4시간 뒤다. 혈관이 가장 경직되는 때다. 분석 결과 식후 4시간만에 참가자들의 혈중 지방, 특히 중성지방 수치가 젊은층과 노년층 두 연령대에서 모두 두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 기능도 타격을 입었다. 혈류 증가시 동맥이 얼마나 잘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혈류 매개 확장(FMD) 지표가 젊은 남성은 0.7%, 노년 남성은 1.2% 감소했다. 식후 불과 몇시간 후라는 걸 고려하면 수치가 그렇게 작은 것만은 아니다.






뭘 먹느냐에 따라 뇌도 실시간 영향 받아







뇌에도 안 좋은 징후가 나타났다. 젊은이와 노인 모두에게서 뇌의 혈류 조절 능력(동적 뇌 자가조절)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년층에선 10%나 약해졌다. 뇌혈관이 그만큼 더 딱딱해졌다는 뜻이다. 이는 노년층의 뇌가 지방 식단에 더 취약하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진은 “고지방 식단이 장기적으로 정신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볼 순 없었지만, 이런 식단은 활성산소 같은 자유 라디칼을 증가시키고 일산화질소를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일산화질소는 혈관을 이완시켜 몸 전체로 산소와 포도당을 운반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이번 연구는 남성만을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일반화하기엔 한계가 있다. 여성의 뇌가 고지방 식단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추후 연구 과제로 남았다.



연구진은 전문가 독립매체 ‘더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식단은 장기적인 건강만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과 뇌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뇌 건강을 지키려면 매 끼니가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Post-prandial hyperlipidaemia impairs systemic vascular function and dynamic cerebral autoregulation in young and old male adults.



DOI: 10.1016/j.jnphys.2025.100005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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