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요한. 위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겸 그룹 위아이 멤버 김요한은 “학창시절부터 최근까지 줄곧 간절함을 안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확신에 찬 목소리에는 한 점의 후회도 없었다. 눈빛에는 어느 하나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김요한의 간절함, 그로 비롯된 성실함은 지난 행보에 오롯이 녹아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 이후 13년을 태권도에만 쏟았다.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에도 다시 일어나 훈련했다. 묵묵하게 한 길을 걸으며 전국소년체전 2회 우승, 국가대표 상비군 자격을 따냈다. 상명대 사회체육학과에도 장학생으로 진학했다.
탄탄대로만 남은 줄 알았던 태권도 선수로서의 꿈은 부상으로 끝내 좌절됐다. 더 이상 길이 없을 것만 같았던 그에게 '연예인'이란 새 꿈이 생겼다. 뒤늦게 소속사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2019년 Mnet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에 참가했고, 결국 1위를 거머쥐었다. 이듬해 그룹 위아이로 정식 데뷔해 5년차 아이돌 멤버이자 연기, 예능 활동을 병행하는 '올라운더'로 성장했다.
배우 겸 가수 김요한. SBS '트라이' 한 장면. SBS 제공. |
김요한은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트라이'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그래서 이 드라마는 내 '인생작'이 될 것 같다”면서 “이런 좋은 선배, 동료들을 만나 행복하게 촬영할 기회가 주어져 감사할 뿐”이라고 웃었다.
배우 김요한. 위엔터테인먼트 제공. |
“'트라이'를 거의 1년 가까이 찍었다. 3개월의 럭비 연습 과정이 있었고, 7개월간 촬영했다. 1년을 함께 한 배우들, 스태프들, 감독님, 럭비 코치 분들까지 모두가 고생한 결실이 작품에 잘 담긴 것 같아 다행이고 감사하다. 첫 회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끝나서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Q. 럭비를 원래 잘 알았나. 어떻게 럭비 선수의 모습을 표현했나.
“원래 럭비를 잘 몰랐다. 럭비 공도 촬영을 준비하며 처음 잡아봤다. 그래서 처음에는 공 던지는 것도, 태클 거는 것도 다 어려웠다. 럭비 선수 출신 코치님께 배우면서 기초체력 훈련부터 진짜 선수처럼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처음에는 안 될 것 같았던 것들이 나중에는 되더라. 공에 스핀을 넣는 것 자체가 힘든데 어느 순간 '슉'하고 들어가더라. 주변 동료들이 '오!'하고 박수를 쳐줬다. 그렇게 되기까지 2~3개월이 걸린 것 같다. 진짜 실력이 늘어가는 걸 보면서는 '오, 이게 되네' 싶었다.”
Q. 실제 체육고 출신이기도 하다. 태권도 선수 생활과 서울체육고 졸업 경험이 도움이 됐나.
“극 중 럭비부 상황이 제 고등학교 3학년 때와 비슷했다. 극 중 윤성준의 성격은 당연히 많이 안 닮았다. 그렇게 안 괴팍하다. 하하! 윤성준은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는데 성적은 없고, 엄마는 운동을 그만두고 동생이 축구를 하는 스페인에서 에이전트 공부를 하라고 재촉하지 않나. 저도 실제로 2학년 때 발목 수술을 해서 한 시즌을 날린 적이 있다. 대학교 감독과 교수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3학년 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윤성준의 간절함에 누구보다 공감했다. 심정은 90% 정도 비슷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엄마가 응원을 많이 해줬다. 태권도는 스텝을 많이 뛰는 종목인데, 럭비를 하며 스텝이 도움이 많이 됐다. 그리고 체고 분위기를 잘 알아서 럭비부 구호를 만들 때 아이디어를 좀 냈다.”
Q. 럭비 선수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은 어땠나. 럭비의 매력은 무엇인가.
“체격부터 키웠다. 지금은 많이 뺐는데 당시에는 하루 네 끼씩 닭가슴살 먹으면서 운동을 2~3달 했다. 몸무게를 78㎏까지 벌크업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 카메라에 비치는 얼굴이 신경이 쓰이더라. 그래서 체중 컷팅을 다시 시작해서 73㎏을 만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시합 용어 등은 넷플릭스 '최강럭비' 장면에서 많이 따왔다. '라인 올려' '태클 로우로 해' 등의 말들은 실제 경기에서만 볼 수 있다. 럭비 프로그램을 보며 많이 연습했다. 럭비는 정말 '원팀'이어야만 할 수 있다. 팀워크가 정말 끈끈해야만 한다. 공을 뒤로 밖에 패스를 못 하니까 주변에 꼭 누가 있어 줘야 한다. 팀워크로 뭉치지 못하면 트라이(럭비 득점 방식)를 찍을 수가 없다. 혼자서는 절대 상대들을 뚫고 넘어갈 수 없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반복해야 트라이를 찍을 수 있다. 그런 점이 참 매력적이다.”
배우 김요한. 위엔터테인먼트 제공. |
“전 아직도 '계상교'다. 윤계상 선배님이 항상 먼저 다가와 주셨다. 저희(럭비부)와 진짜 정말로 똑같이 놀았다. 러면서 친해지고, 편해졌다. 연기를 함께 하며 이끌어주는 면이 컸다. 저는 실제 체육고 출신이라 감독님께 대드는 장면이 어려웠다. 그런데 선배님이 '더 하라'고 말해주셨다. 그렇게 독하게 미워해야 변화된 감정이 더 잘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 감정이 올라올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 주시기도 했다. 그런 배려 하나하나가 전부 감사했다.”
Q. 김이준, 이수찬, 윤재찬, 황성빈, 우민규, 조한결 등 럭비부 동료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실제 체육고 친구들이 드라마를 보고 연락해온 적이 있나.
“럭비부 친구들과는 촬영 전부터 정말 많이 친해졌다. 매일 같이 밥 먹고, 단합하고, 가끔은 술 한 잔씩 하며 '우리 잘 만들어보자'고 수없이 이야기했다. 글에 있는 에너지를 채우기 쉽지 않을 때가 있는데 우리끼리 끈끈해서 나올 수 있었던 부분이 확실히 많았다. 편하게 애드리브 칠 수 있으니까 좋았다. 체고 친구들은 감독님께 대드는 장면을 보자마자 '장난하냐?'라고 문자메시지를 쏟아냈다. 태권도부 주장이었던 친구는 '그 장면을 보다 멘탈이 나가서 TV를 껐다'고 말하더라. 하하! 친구들에게 '드라마적 허용'이라며 계속 봐 달라고 말했다. 그런 반응들이 재미있더라.”
배우 겸 가수 김요한. SBS '트라이' 한 장면. SBS 제공. |
“고등학교 1학년 말에 동계훈련을 한다. 그걸 다 버티고 첫 시합 사흘 전에 발목 인대가 끊어졌다. 그래서 '시즌 아웃'이 됐다. 수술도 했다. 한동안 울기만 했다. 이제 시작해야 하는데, 시작하기도 전에 발목 인대가 끊겨서 아무 것도 못하고 병원에만 누워있어야 하는 상황이 정말 힘들었다. 그렇게 2학년 지나고 3학년이 왔을 때에는 사람이 이성을 놓고 운동을 하게 되더라. 사실상 그 순간이 아니면 대학을 못 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다. 재활을 매일 했다. 당시에는 무조건 대학을 장학생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여동생 둘이 있어서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다. 나한테는 운동 밖에 없었다. 그런 부담감이 오히려 날 버티게 해줬다. 나 또한 시합 하나하나가 정말 간절하고 소중한 마음을 느껴봤기에 '트라이'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Q. 2022년 KBS 2TV '학교 2021' 이후 3년 만의 드라마다. 그간 작품 공백을 어떻게 보냈나.
“작품을 계속 준비했는데 연달아 무산되거나 연기됐다. 두 세 작품이 연이어 그렇게 되니 가슴이 아팠다. 나는 연기를 계속 하고 있는데 내 연기를 보는 사람들이 없고, 내가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힘들었다. (날 보는 사람들의)오해가 쌓이게 됐다. 멤버들은 활동도 하고, 해외도 가는데 나는 연기를 열심히 하는데도 빛을 보지 못하니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팬들한테 많이 미안했다. (출연)기사만 나오고 작품은 안 나오니까. '왜 나만 그렇게 되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인드컨트롤이 안 됐고, 극복도 안 됐다. 그냥 버티기만 했던 것 같다. 나중에는 많이 내려놓게 됐다. 엄마는 전화할 때마다 '아들 괜찮아, 잘 안되면 대전 내려와서 아빠랑 같이 체육관 하면 되지'라며 농담처럼 위로해줬다. 멤버들은 한 명씩 번갈아 가며 저와 술을 마시면서 힘을 주더라. 배우 동료들도 따뜻한 말을 해줬다. 그런 주변의 도움들이 안 좋은 생각을 조금씩 없애 줬다.”
Q. 그럼 '트라이'가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겠다.
“맞다. 그러다 들어온 작품이 '트라이'였다. 처음에는 솔직히 이 작품도 다른 작품처럼 엎어지는 것 아닌가 마음을 졸였다. 믿음이 가지 않았다고 할까. 그런데 찍으면서 점점 희망이 차올랐다. 좋은 선배님들, 형, 동생들 만나서 이렇게 작품을 찍을 수 있는 순간이 또 올까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첫 회 때는 누군가는 날 오랜만에 볼 테고, 날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서 설렘과 함께 두려움도 느꼈다. 그런데 점점 걱정이 씻겨 내려갔다. 첫 방송 시청률이 4.1%가 나온 걸 보고, 이후 드라마에 과몰입하는 시청자 반응을 찾아보면서 정말 많이 안심했다.”
배우 김요한. 위엔터테인먼트 제공. |
“복싱 연습 열심히 하면서 9월 크랭크인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도 대본 준비하다 왔다. 그룹 활동과 촬영을 병행해야 해서 힘들 것 같긴 하지만 정말 기분이 좋다. 운동선수 이미지는 오히려 제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 이미지를 떨쳐내거나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순간이 올 때까지 계속 하고 싶다.”
Q. 나중에는 어떤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나.
“제가 코믹한 연기를 정말 좋아한다. '트라이'에서도 각 캐릭터에 맞게 동료들에게 코미디 아이디어를 '이거 300원인데' 하면서 제공해주곤 했다. '대상고를 소상고로 만들어주겠다' 럭비부가 다 친하니까 서로의 캐릭터가 생기지 않나. 내가 못하니까 이 캐릭터에 맞는 코미디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다. '대상고를 소상고로 만들어주겠다'는 대사도 제 아이디어다. 언젠가는 조정석 선배님 같은 코미디 캐릭터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영화 '형'을 봤을 때도 진짜 엄청 웃었다. 평소에는 좀 웃기는 편이냐고?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괜찮은 것 같다. 하하!”
Q. '트라이'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나한테는 '인생작'이 될 거다. 작품이 잘 되어서가 아니라 촬영하면서 정말 행복했다. 사계절 고되고, 힘들었지만 이런 선배님들, 또래 동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한 게 '트라이'다. 오랫동안 내 '인생작'으로 설명하고 싶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위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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