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지난 1월 3일 미국 뉴욕시 지방법원에 출두하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
2001년 9·11 테러 당시 전립선암 투병 중에도 현장에서 사태 수습을 지휘하며 ‘미국의 시장(市長)’으로 불렸던 루디 줄리아니(81) 전 뉴욕 시장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몸 곳곳에 부상을 입어 입원 중이다.
31일 줄리아니의 대변인 마이클 라구사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줄리아니가 탄 차가 전날 밤(8월 30일) 미국 뉴햄프셔주(州)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뒷차와 부딪쳤다”면서 “그는 다수의 열상과 타박상을 입었지만 회복 중”이라고 했다. 라구사에 따르면, 이날 밤 도로에서 줄리아니는 한 여성의 손짓을 보고 차를 멈췄다. 이 여성은 ‘가정 폭력 사건의 피해자’였다고 한다. 줄리아니는 여성을 돕기 위해 911에 연락을 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줄리아니는 다시 출발을 해 달리고 있었는데, 고속으로 달려온 차량이 뒤에서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라구사는 줄리아니가 여성과 아는 사이인지 등 사건 당시와 관련한 자세한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줄리아니의 지인이 차를 운전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사고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라구사와 경찰의 얘기를 들어봐도 약간 불분명하다”고 했다.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줄리아니가 공격당했다”와 같은 ‘음모론’이 나오자 라구사는 성명을 다시 올렸다. 그는 “이것은 누군가 의도한 공격이 아니었다”면서 “근거 없는 음모론을 유포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그렇지만 온라인에서는 이 상황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여전히 나온다. ‘매가맘(MAGAmom)’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라구사의 글에 “사고 나기 전에 줄리아니가 한 일에 대해 성명에서 굳이 말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사용자는 “젊은 여성을 돕고 난 뒤 사고를 당했다는 게 뭔가 이상하지 않나”라고 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대변인 마이클 라구사가 올린 성명./X |
1944년 브루클린의 이탈리아계 가정에서 태어난 줄리아니는 뉴욕에서 한 해 2000명이 범죄로 사망하던 1983년 뉴욕 남부지검장에 취임했다. 11개 마피아 조직을 소탕하고 화이트칼라 범죄에도 거침없이 칼을 휘둘러 ‘강한 공권력’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민주당 텃밭인 뉴욕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시장직에 도전해 1993년 당선됐다. 그는 9·11 테러 당시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으로 큰 인기를 얻은 후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사퇴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한 줄리아니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하자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을 퍼뜨린 뒤 지난해 7월 법원에서 1900억원대에 이르는 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는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변호사 자격증도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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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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