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호 광주총국장 |
지역 경제는 호황인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로 한숨짓던 여수시민들이다. 당시 여수는 남성 이발요금이 5000원에서 단번에 8000원대로 올랐다. 6000~7000원이던 갈비탕은 9000~1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여수시는 엑스포 1년여 전부터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시내 곳곳에 물가 인하 플래카드를 붙이며 캠페인을 벌였지만 물가는 더 뛰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011년 여수의 물가는 한 해 4.9% 상승했다. 전국 평균(4.0%)보다 22.5% 높은 수치로 전국 도시 중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2012 여수엑스포’ 박람회장에 몰린 관람객들. 당시 여수의 물가는 820만명의 엑스포 흥행에 ‘옥에 티’로 지적됐다. [연합뉴스] |
여수의 물가 폭등은 엑스포 개막 후 ‘바가지 요금’으로 이어졌다. 관공서의 감독에도 음식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상당수 호텔·모텔의 숙박비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다. 당시 악명을 떨친 물가 폭등은 총 관람객 820만명의 엑스포 흥행에도 두고두고 ‘옥에 티’로 언급됐다.
여수엑스포 후 13년이 흐른 최근 여수 관광업계. 지난달 시작된 전수조사로 5100여개 식당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1박에 40만원을 받는 여수 한 호텔에서 ‘걸레’라고 적힌 수건을 손님에게 제공한 사실이 불거진 여파였다. 앞서 여수의 한 유명 식당에선 2인분을 시키고 홀로 식사하는 유튜버에게 “빨리 먹으라”며 면박을 줬다가 전국적인 망신살을 샀다.
불친절 논란이 커지자 여수시는 지난달 7일 식당·숙박 업주 등 200여명과 함께 친절 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당시 업주들은 친절과 정직한 가격 등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으나 또다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결의대회 하루 뒤 잔반을 재사용한 식당이 적발된 탓이다. 이어진 전수조사에서도 여수 식당 3곳 중 1곳꼴로 조리장·화장실 청결 미흡 등이 지적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여수시는 2차 전수조사와 함께 ‘혼밥식당’ 발굴을 선언했다. 대표 먹거리인 게장정식, 갈치조림 등을 1인분만 제공할 수 있는 식당을 찾는 게 목표다. 내년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관광업계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에도 나설 모양새다.
내년 9월 개막하는 세계 최초의 섬박람회는 여수시로선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여수는 2012년 엑스포 개최 후 한해 150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도시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여수시민들 사이에선 “불친절과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지 않으면 섬박람회 성공도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애써서 국제행사를 치르고도 또다시 여수엑스포 때처럼 ‘옥에 티’를 남겨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최경호 광주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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