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5월 중국 다롄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손을 맞잡고 있다. 같은 해 6월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이가 껄끄러운 국가 정상들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톈진에서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참석했다. 모디 총리의 방중은 7년 만이다. 2020년 갈완계곡 난투극으로 인도군 20여 명이 숨진 이래 중국과 앙숙으로 지냈지만 트럼프에게 50%의 관세폭탄을 맞고는 손을 잡았다. SCO는 회원국이 전 세계 인구의 40%,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주도 협의체다. 트럼프의 일방주의에 반발해 중국이 깃발을 든 다자협력에 가세해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틀 후엔 베이징에서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도 열린다. 그간 중국, 러시아와 그것도 단둘이만 만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여 개국 정상과 조우하며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10년 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올랐던 톈안먼 성루에 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선다. 대북제재를 해제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해온 북한의 뒷배들과 결속을 과시하는 자리다.
이처럼 반트럼프 진영이 뭉칠수록 신냉전의 대립구도는 굳어지고 국제사회의 분열을 노린 북한은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와 안보의 목표인 비핵화엔 치명적이다. 2023년 4월 한미 워싱턴 선언과 8월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핵협의그룹(NCG)을 가동시켰지만 북중러의 거센 반격이 가시화한 만큼 한미일 공조를 다시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앞서 2018년과 2019년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트럼프와의 회담에 앞선 사전 포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단하기 어렵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방송에 나와 “그 반대 방향으로 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를 '피스메이커'로 띄웠지만 김 위원장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정부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초청장을 북한엔 보내지 않은 상태다. 동북아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넘어선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재차 고비를 맞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