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매경이코노미 언론사 이미지

“가상 세계에서 지나치게 과소보호” [편집장 레터]

매경이코노미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원문보기
“부모들은 현실 세계의 위험을 엄청나게 과대평가하고, 디지털 세계의 위험은 엄청나게 과소평가한다.”

오랫동안 공감해온 문장입니다.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온라인 안전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10대의 39%가 온라인에서 증오심 표현을 경험하는 반면, 부모의 29%만이 10대 자녀가 온라인 증오심 경험을 하고 있다고 답했죠. 또 10대의 19%가 온라인에서 폭력 위협에 노출됐지만, 부모의 11%만이 “그렇다”고 응답했고요. 이외에 ‘자살이나 자해 콘텐츠에 대한 노출’ ‘사이버 괴롭힘과 학대’ 등도 모두 10대 자녀의 경험치에 비해 부모는 훨씬 낮은 비율로 동의했습니다.

같은 얘기를 한 사람이 또 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엔 스마트폰을 쥐여주지 말라”고 주장하는 그는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입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사춘기를 맞이한 Z세대에 주목한 하이트 교수는 자신의 책 ‘불안 세대’에서 “이 세대는 앞선 세대에 비해 청소년기에 더 많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해하며, 자살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잘라 말했죠.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상 세계에서 지나치게 과소 보호했다.”

내년 3월부터 초·중·고등학생은 학교 수업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죠. 법 시행은 내년 3월부터랍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 등이 보조기기로 사용하는 경우나 긴급한 상황에는 교사 승인을 통해 사용할 수 있게 했죠. 오랫동안 ‘학교에서 사용 금지를 넘어 미성년자는 아예 스마트폰 가입을 못하게 하자’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두 아이를 양육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해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을 목격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 세계적인 바람이 불고 있는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 금지’ 대열에 함께하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물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테죠. 특히 청소년 단체들은 “왜 학생 의견은 반영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기숙재수학원을 거쳐 올해 대학생이 된 A는 기숙재수학원의 최고 장점으로 ‘스마트폰 반납’을 꼽았습니다. “스마트폰이 없어 공부가 잘됐다”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시간이 많아졌고 그 시간 동안 나를 돌아보게 됐다. 스마트폰 없이 지낸 경험은 인생 최고 경험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스마트폰 없는 경험을 우리 아이들에게 강제로 쥐여주는 게 어른으로서 꼭 해야 하는 일일지도요.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5호 (2025.09.03~09.09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통일교 특검법 논란
    통일교 특검법 논란
  2. 2WBC 오타니 대표팀
    WBC 오타니 대표팀
  3. 3연말정산 혜택
    연말정산 혜택
  4. 4김영대 추모
    김영대 추모
  5. 5현빈 손예진 아들
    현빈 손예진 아들

매경이코노미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