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베네치아영화제] 기예르모 델 토로 ‘프랑켄슈타인’
이탈리아 베네치아영화제는 프랑스 칸영화제, 독일 베를린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영화의 준거점입니다.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가 열리는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황금사자상 후보인 ‘경쟁 부문(In Competition)’ 진출작 소식을 빠르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30일(현지시간)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열린 영화 ‘프랑켄슈타인’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앞두고 입장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세계적인 거장인 그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2017년 이미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EPA·연합뉴스] |
괴물에 대한 상상력은 언제나 인간 사회와 함께 존재해 왔습니다. 괴물은 곧 ‘비(非)인간’, 즉 인간다움이 결여된 존재였고, 그 비인간에 대한 물음은 언제나 인간 사회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괴물, 비인간을 다룬 예술 작품은 언제나 괴물의 정체성보다는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예술 속 괴물은 단순히 낯선 타자가 아니라 거꾸로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괴물을 상상하고 응시하는 행위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보려는 욕망과도 유관할 겁니다.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In Competition)에 진출해 황금사자상 후보에 오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이 질문을 보다 구체화합니다. 괴물을 창조한 한 인간을 통해 ‘인간의 고유함’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문제작이기 때문입니다. 30일(현지시간) 첫 공개된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리도섬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살펴봤습니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괴생명체의 모습. 그는 인간의 잘린 신체를 결합해 창조됐지만 인간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며 동요합니다. [IMDb] |
‘프랑켄슈타인’은 잘 알려졌듯이 1818년 소설가 메리 셸리가 발표한 장편소설(원제 ‘프랑켄슈타인, 혹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입니다. 이 작품을 원작 삼은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의 구도를 유지하면서, 괴물의 폭력성보다는 괴물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했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1857년 북극으로 향하던 로열 데니쉬호가 얼음에 갇혀 꼼짝 못 하는 신세가 됩니다. 선원들이 얼어붙은 바다에 내려 얼음을 깨지만 탈출은 쉽지 않습니다. 꼼짝없이 겨울 추위에 갇힌 함선 곁에서, 심각하게 부상당한 한 남자가 발견됩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함장과 선원들은 프랑켄슈타인을 구조해 배에 태웁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으로 보기엔 너무 거대하고, 사람의 사지를 찢어발길 정도의 괴력을 가진 괴생명체가 함선을 박살냅니다. 꽁꽁 언 바다에 갇힌 함선을 두 손으로 밀어낼 정도의 힘이었습니다. 괴생명체는 선원들에게 다그칩니다.
“그 자식을 내게 내놔(Bring him to me).”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빅터는 인간의 신체를 자르고 결합한 뒤 전기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창안합니다. 1818년 메리 셸리의 원작소설의 외형은 유지하면서도 괴생명체의 ‘감정’에 주목했습니다. [IMDb] |
우여곡절 끝에 괴생명체가 사라지자, 부상을 당한 빅터는 괴생명체에 얽힌 자신의 삶을 함장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저 괴생명체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인간의 신체 파편’을 모아 창조한 생명체였습니다. 어머니를 잃고 ‘무생명의 생명화’에 집착하며 연구했던 빅터는 인간의 신체 파편을 연결한 뒤 전기신호를 줌으로써 생명을 ‘작동’하는 방법의 창안자였습니다.
어린 아기처럼 순했던 괴생명체를, 빅터는 헌신적으로 가르쳤습니다.
이 생명체는 빅터의 창조물이었고, 그는 자신의 연구가 성공하자 전율합니다. 하지만 비인간인 괴생명체와의 유대는 쉽지 않았습니다. 생명체는 점차 자신의 존재에 대해, 날 창조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에게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난 누구인가?’
괴생명체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찾아내려 합니다. 메리 셸리의 원작소설에선 괴생명체의 존재를 대하는 인간 표정에 집중했다면,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은 괴생명체가 느끼는 감정에 주목한다는 점도 차별점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어린 빅터 프랑켄슈타인는 자신을 사랑하던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의 학대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의 유년 시절 트라우마는 ‘무생명의 생명화’라는 그의 연구로 이어집니다. [IMDb] |
괴생명체의 존재는, 우리에게도 질문을 남깁니다. ‘도대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빅터가 만들어낸 괴생명체는 인간 사회에 동화되기 어려운 존재인데, 이는 타인을 대하는 우리 자신의 윤리를 고민하게 합니다. 타자는 언제나 혐오의 대상인 시대이며, 우리가 ‘나’를 기준으로 타자를 바라볼 때 유대는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고유함은, 복잡한 함수를 풀어내는 계산 능력이나 탁월한 신체능력이 아니라, 타인과 연결돼 한 사회의 성원이 됨으로써 가능하지 않던가요. 자신을 창조해놓고 책임을 지지 않는 빅터의 모습은 과연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를 우리에게 되묻습니다.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이 결여된 사회, ‘프랑켄슈타인’의 괴생명체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연기한 배우 오스카 아이작. [로이터·연합뉴스] |
영화는 인상적인 장면이 넘쳐납니다. 교수형 당한 인간의 사체를 ‘거래’해 실험실에 모으고, 이를 자른 파편을 결합하는 장면과 빅터가 자신의 실험 결과를 학자들에게 당당히 발표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그러면서도 괴생명체가 로열 데니쉬호를 공격하는 초반부 장면도 영화의 몰입감을 강화합니다. 빅토리아 시대를 철저히 재현하면서도 동화적인 요소가 가득한 점도 장점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을 연출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미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는 7일 새벽(한국시간) 발표되는 폐막식에서 트로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외신은 호불호가 다소 갈리고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으로 10월 17일 전 세계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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