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경기도 평택항에 전기차 등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
미국의 전기차 구입 보조금 종료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을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단기적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이 불가피하지만, 미국 정부의 에너지저장장치 확대 정책 등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면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31일 업계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주요 이차전지 기업들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신재생에너지 전시회 ‘알이(RE)+ 2025’에 참가해 에너지저장장치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에스디아이(SDI)는 ‘삼성 배터리 박스’(SBB)의 2.0 버전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기존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SBB 1.0, 1.5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SBB는 가성비와 편의성, 안전성 등을 높게 평가 받아 올해 초 열린 정보통신기술(IT) 전시회 ‘시이에스(CES) 2025’에서 혁신상을 받은 바 있다.
엘지(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각형 폼팩터 기반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선보이며 다양한 폼팩터(외형) 양산 계획을 발표한다. 각형 배터리는 외부 충격에 강하고 안정성이 높으며 대용량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스케이(SK)온은 미국 조지아에 위치한 합작공장 ‘SK 배터리 아메리카’(SKBA)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에너지저장장치 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이 에너지저장장치 개발·생산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에 주력했던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감세법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에 따라 9월30일부터 최대 7500달러(약 1040만원)에 이르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폐지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기차 시장 수요가 한동안 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산업계는 미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를 지원하고 있는 부분에도 주목한다. 에너지 시장조사 기관인 에스엔이(SNE)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85기가와트시(GWh)였던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시장 규모는 2035년 618GWh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어,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저장장치는 전기차용 배터리에 견주면 규모도 훨씬 크고 가격도 비싸 즉각적으로 대량 생산에 돌입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는 미국 시장의 수요가 회복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에 이차전지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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