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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교육의 사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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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치유캠프에 참가한 한 청소년이 만든 연령별 스마트폰 사용 시간. 김원진 기자

전북 무주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치유캠프에 참가한 한 청소년이 만든 연령별 스마트폰 사용 시간. 김원진 기자


내년 3월부터 초중고 학생들은 수업 중 스마트폰을 쓸 수 없다. 지금도 상당수 학교가 교육부 고시를 근거로 시행 중이지만, 아예 국회가 ‘법’으로 대못을 박았다. 이제 소위 ‘몰폰’(몰래 스마트폰 하기)이나, 스마트폰 수거에 대한 ‘인권 침해’라는 학생들의 저항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 그만큼 교실을 파고든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와 학습권·교권 침해를 엄중하게 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를 법으로까지 할 일인가 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은 그간 첨예하게 입장이 부딪치는 논쟁 대상이었다. 지난 10년간 국가인권위원회에는 학교 측의 휴대폰 수거가 ‘인권 침해’라는 진정이 300여건이나 접수됐다. 줄곧 ‘인권 침해’ 의견을 내던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돌연 입장을 바꿨다.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입법이 시작된 계기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규제는 실상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는 문제다. ‘숏폼’ ‘SNS’의 부정적 현상들이 갈수록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온라인 콘텐츠로 인한 ‘뇌 썩음’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중국·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 각국이 이미 교내 스마트 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적 규제가 교육적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교육은 한 사람이 그 사회의 주체적 인간으로 서기 위한 과정이다. 시행착오를 포함한 자기 결정 경험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렇게 보면 국가 차원의 강제수단을 교육 현장에 투입하는 게 달가울 수 없다. 뇌 썩음은 완화할지 모르지만 ‘길들여진 뇌’를 양산하게 되지는 않을까. 정치의 사법화처럼 ‘교육의 사법화’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인간 정체성의 뿌리조차 흔드는 디지털 시대에 “교육의 목적은 현 제도의 추종자가 아닌, 제도를 비판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콩도세르) 같은 계몽적 교육관이 낭만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유와 자율이 인간 창의의 수원임 또한 잊어선 안 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관할 초중고교에서 취합한 ‘휴대전화 사용 제한 현황’을 보면 이미 3분의 1에 가까운 학교(31%)가 학생자치회 등의 의견 청취를 통해 규정을 만들었다. 자율이 불가능하지 않다.

김광호 논설위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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