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판정 설명이 그렇게 어렵나… 꾹꾹 눌러 참은 이강철, 왜 이기고도 분을 삭이지 못했나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KT는 30일 수원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대체 선발 문용익의 깜짝 호투 등 마운드와 타선의 조화를 앞세워 8-2로 이겼다. 8회까지 팀 노히터를 기록하며 대기록을 쓸 뻔한 경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강철 KT 감독은 승리 외에도 하나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0-0으로 맞선 2회 상황이었다. 2사 후 유준규가 2루수 방면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평범한 타구였는데 방망이가 부러졌고, 부러진 방망이가 2루수 김규성을 향해 날아갔다. 김규성이 이를 피하기 위해 엉거주춤하다 결국 발 빠른 유준규가 1루에 먼저 들어갔다.

이어 장준원이 중전 안타로 뒤를 받치며 2사 1,3루가 됐고 이어진 강민성 타석 때 작전이 걸렸다. 1루 주자 장준원이 2루를 향해 뛰기 시작했고, 그 사이 3루 주자 유준규가 홈을 파고든 것이다. KIA 내야가 급히 움직여 2루수 김규성이 급히 홈을 향해 던졌고, 원심은 아웃 판정이었다.

KT는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다. 홈 충돌 방지 룰을 위반하지 않았느냐는 어필이었다.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면 아웃·세이프 여부와 더불어 홈 충돌 방지 룰까지 모두 본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웃이었다. KT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황당해했다.

홈 충돌 방지 룰의 골자는 공이 없는 포수가 홈이나 타자의 주로를 막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충돌을 막아 주자와 포수를 모두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공이 먼저 홈에 오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갈리는데 애매한 경우도 있다. 30일 같은 경우는 공과 유준규가 거의 동시에 홈에 도착했다.

이강철 감독도 공이 먼저 홈에 왔다면 이 상황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KT는 공이 확실하게 홈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수가 홈을 비워놓고 있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간 앞에서 받아 태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그렇게 룰 적용을 하고 30일 경기에서는 판독실에서 다르게 적용을 했다는 게 이강철 감독의 첫 번째 불만이다.

두 번째, 어쩌면 가장 큰 불만은 그 판독의 근거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명확한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아웃·세이프 판정이야 현장에서도 전광판을 통해 그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30일과 같이 룰 적용에 대한 애매한 부분은 왜 그렇게 판정을 했는지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감독이 직접 나가 그것을 물었다가는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한 어필로 쳐 퇴장을 당할 수도 있다.

이 감독은 “감독자 회의 때도 ‘왜 그런지 말을 해줘라’라고 이야기를 했었다”고 떠올리면서 전날 전혀 설명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그 판단의 근거는 알고 있어야 하는데 아예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불만이다. KT는 일부 선임급 선수들이에 대해 심판진에 문의했으나 이번에도 “판독실에서 결정했다.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경기를 주관하는 심판들이 판독실에서 근거를 전달을 받지 못했다면 그것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단지 도움을 주는 판독실이 현장 심판의 머리 위에 있는 셈인데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 후 KT는 나도현 단장이 직접 KBO 사무총장에 전화를 걸어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판독 결과는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 근거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나 선수들이 봤을 때도 애매한 상황은 명확하게 판독 근거를 설명하고 넘어가야 오해도 줄일 수 있다.

이에 대해 KBO는 "홈 충돌 방지 룰을 적용할 상황으로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예 그 룰을 적용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어 소통 부분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현장과 판독 센터가 소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경기 후에라도 설명을 하는 등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슬라이딩을 하다 강하게 충돌한 유준규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KT 구단 관계자는 “어제 세게 부딪히면서 현기증이 있었다”고 설명했고, 민감한 부위라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MRI 촬영도 했다. 큰 문제는 없었고 선수도 많이 좋아졌다. 이 감독은 “머리를 부딪히는 바람에 어지럽고 그랬는데 지금은 나아졌다”고 걱정을 덜었다.

KT는 이날 허경민(3루수)-스티븐슨(중견수)-안현민(우익수)-황재균(1루수)-장성우(지명타자)-김상수(2루수)-강현우(포수)-안치영(좌익수)-장준원(유격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좌완 오원석이 선발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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