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현지시간) 경찰 장갑차에 치여 배달기사가 사망하자 자카르타 경찰청 앞에서 항의 시위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대학생이 ‘경찰은 살인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
인도네시아에서 국회의원에게 주는 주택 수당에 반대하며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해 족자카르타, 반둥, 수라바야, 메단 등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불에 탄 남술라웨시주 마카사르 지방 의회 건물에서 구조당국이 시신 세 구를 수습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숨진 시민은 총 4명이 됐다.
2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 마카사르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중 마카사르시 지방 의회 하원 건물에 불이 타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
이번 시위는 지난해 9월부터 하원의원 580명이 1인당 월 5000만루피아(약 430만원)의 주택 수당을 받았다는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지난 25일 시작됐다. 5000만루피아는 수도 자카르타 월 최저임금의 약 10배에 달한다.
시위 참가자들은 국회의원 수당은 늘어난 반면 프라보워 수비안토 정부가 교육·보건 인프라 등을 포함한 2025년도 공공 서비스 예산을 306조6695억루피아(약 26조원) 삭감했다고 비난했다.
배달기사 아판 쿠르니아완(21)의 사망 사건은 반정부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지난 28일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자카르타 의회 부근을 지나가던 중 경찰 기동대의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사건 장면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자 반정부 시위대는 리스티오 시깃 프라보워 경찰청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배달기사를 비롯한 시위대 수백명은 자카르타의 경찰청 기동여단 본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30일(현지시간) 경찰 장갑차에 깔린 배달기사가 사망하자 자카르타 경찰청 기동여단 본부 앞에서 항의 시위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
프라보워 대통령은 유가족과 면담하고 “경찰관의 과도한 행동에 충격을 받았고 실망했다”면서도 “끊임없이 불안을 조장하고 혼란을 부추기는 세력에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장갑차를 몰던 7명에 대한 특별수사에 착수했다.
자바섬 서쪽 반둥에서는 지방 의회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수라바야에선 시위대가 지역 경찰청사의 펜스를 파괴하고 차량을 불태운 후 청사에 난입했다. 보안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던지거나 물대포를 쏘았고 일부 시위 참가자는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며 반격했다고 AP는 전했다.
휴양지 발리에서도 학생과 오토바이 택시기사 수백명이 덴파사르 지역 경찰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나렌드라 위착소노는 “인도네시아 관광의 중심지인 이곳에서 시위를 벌여서 불의, 부패, 경찰 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얻고 싶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시위대는 이날 아흐마드 사흐로니 국회의원 자택에 침입해 안에 있던 토지증서 등 물건을 약탈하기도 했다. 사흐로니 의원은 시위대를 향해 멍청하다고 말해 논란이 된 인물이다. 시위대는 스리 물야니 재무장관 자택에도 들어가려다 군인들에게 제지당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9월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을 취소했다.
이와 동시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위 콘텐츠 확산을 막기 위한 단속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번주 메타와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관계자들을 불러 허위정보가 확산하지 않도록 “콘텐츠 중립성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틱톡은 인도네시아 내 라이브 방송 기능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최근 시위가 과격해지자 주인도네시아 한국·미국·일본·싱가포르 대사관 등은 자국민에게 시위 현장 주변에 접근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최근 실업률이 급증한 인도네시아에서 국회의원 특혜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결국 의회가 논란이 된 주택수당을 폐지하기로 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정부와 의회는 국회의원 주택 수당 정책을 철회하기로 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지도자들이 국회의원 (주택) 수당과 해외 출장을 포함한 여러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 “국회의원 고액 급여·특혜 폐지하라”···경찰, 반정부 시위 이어지자 최루탄·물대포로 진압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262000001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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