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5월7~8일 중국을 두번째로 방문해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도중 해변을 걷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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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돌 경축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조만간 평양을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받을 ‘의전’과 그곳에서 펼칠 ‘정상외교’는 북한의 대외전략과 한반도·동북아의 역학·정세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참조점이 된다. 쟁점을 셋으로 추려 짚어본다.
① 천안문 망루 김정은의 자리는?
중국 전승절 80돌의 정점은 3일 오전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진행될 열병식을 포함한 경축행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천안문 망루 정치·외교’를 통해 발신할 신호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김 위원장의 ‘망루 위치’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은 30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중 일정(31~9월3일) 을 발표하며 “중국 동료들이 알려준 대로 우리 대통령(푸틴)은 열병식이 진행되는 동안 시 주석의 오른쪽에 앉아 있을 것이고, 북한 지도자는 그의 왼쪽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푸틴과 김정은이 양쪽에 선다는 예고다. 이는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에 맞서 북·중·러 3국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상징적 외교 신호를 발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승절 기간 중국 정부의 김 위원장에 대한 ‘외빈 의전 서열’은 ‘주빈’인 푸틴 대통령에 이어 2순위다. 앞서 홍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시 주석의 초청으로’ 전승절에 참석하는 26개국 국가원수(급) 명단을 발표하며 푸틴 대통령을 가장 먼저, 그 다음으로 김 위원장을 호명했다. 이는 2015년 전승절 70돌 경축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외빈 의전 서열’과 같다.
지난 2015년 9월3일 중국 전승절 70돌 경축행사에 참석해 천안문 망루에 선 박근혜 당시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왼쪽엔 고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오른쪽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섰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3일 천안문 망루에서 시 주석 바로 옆에 서지 못했다. 시 주석 바로 왼쪽엔 푸틴이, 그 다음에 박 전 대통령이 섰다. 당시 시 주석의 오른쪽엔 장쩌민·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순으로 섰다. 요컨대 당시 시 주석이 발신한 ‘천안문 망루 정치·외교’ 신호는 ‘혁명 원로’와 ‘외교 동지’를 양 날개로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는 3일 시 주석이 천안문 망루에서 70돌 의전을 고수할지, 아니면 ‘혁명원로’를 뒤로 물리고 ‘외교 동지’를 양옆에 배치할지에 따라 김 위원장의 ‘망루 위치’가 달라지리라 예상된다.
② 방중 교통수단은 전용기? 전용열차?
김 위원장은 2018~2019년 네 차례 방중 때 두번(2·3차)은 전용기(참매1호), 두번(1·4차)은 전용특별열차를 이용했다. 참매를 탔을 땐 1박2일, 열차를 이용하면 3박4일 일정으로 방중했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은 31일 “여러 정황에 비춰, 김 위원장이 이번엔 전용열차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전용기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는 열차를 이용한다면 평양~베이징을 오가는 길에 중국의 특정 지역을 방문하는 등 ‘북중 양자 외교 일정’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이르면 1일 평양에서 전용열차편으로 출발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고위 정보 소식통은 “현재로선 중국의 특정 지역에서 김 위원장의 방문에 대비해 준비하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전용특별열차. 지난해 8월 압록강 범람으로 수해을 입은 조중 접경 평안북도 의주군을 방문했을 때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③ 북중러, 3국 정상 회의까지 나갈까?
전승절 행사 기간 주최자인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중·러 회담,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북·중 회담은 확정적이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북·러 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은 “우리는 (북한과) 양자 회담 조직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승절 기간 북·중·러 3국 정상 사이의 연쇄 양자 정상회담은 기정사실에 가깝다.
관심사는 2012년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집권 이래 한번도 없었던 북·중·러 3국 정상회의가 열리느냐다. 주최자인 시 주석의 선택에 달린 문제인데, 만약 3국 정상회의가 열린다면 중국의 대미 전략과 관련해 중대한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북·중·러 3국 정상이 천안문 망루나 환영연회장에서 언론 카메라에 한데 잡히는 ‘상징적 공조’와, 셋이 회담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현안과 전략을 조율하는 ‘실질적 공조’는 그 의미와 무게감이 다르다. 지금껏 외부에 3국 공조로 비치는 모습을 애써 피해온 중국이 전승절 80돌을 계기로 어디까지 내달을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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