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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예술?…아름다움 잃고 돈과 욕망에 빠진 현대미술

연합뉴스 박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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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미술관장이 쓴 '예술을 무엇이라 할 것인가'
크리스 오필리의 '성모 마리아'2015년 6월 12일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열린 크리스티 여름 전시 '미래 현재/과거 완료'에서 직원이 영국 예술가 크리스 오필리의 작품 '성모 마리아'를 살펴보고 있다. 이 작품은 신성 모독 논란을 낳은 작품이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크리스 오필리의 '성모 마리아'
2015년 6월 12일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열린 크리스티 여름 전시 '미래 현재/과거 완료'에서 직원이 영국 예술가 크리스 오필리의 작품 '성모 마리아'를 살펴보고 있다. 이 작품은 신성 모독 논란을 낳은 작품이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1990년 4월 7일 미국 신시내티 현대 미술관에서 미국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회고전 '완벽한 순간'이 개막됐다.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한 작가의 1주기를 기리는 자리였다.

하지만 개막전이 시작되자 신시내티시가 소속된 해밀턴 카운티는 9명의 심사 위원을 급파했고, 전시된 사진 가운데 7점이 외설물이라고 판단했다.

남자아이 나체 사진인 '제시 맥브라이드', 살짝 들어 올린 스커트 아래로 성기가 노출된 여자아이를 촬영한 '허니', 가면을 착용한 남성이 그의 동성애 상대일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입에 배뇨하는 행위를 담은 '짐과 톰 소살리토' 등을 문제 삼았다.

이를 놓고 미술계는 예술적 가치를 모르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아동 포르노그래피라는 카운티 측 주장에 르네상스 시대의 푸티(큐피드 등 발가벗은 어린이 조각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든가, 동성 상대의 입으로 향하는 오줌 줄기가 그리는 포물선에서 고전적 균형미를 보지 못하는 감상자의 교양 결핍이라는 식이었다.

결국 법원은 이를 음란죄로 판단하고 미술관장과 미술관에 유죄를 선고했다. 이 일로 미국 내에서는 어디까지 예술로 봐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예술을 무엇이라 할 것인가[사람i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술을 무엇이라 할 것인가
[사람i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출간된 '예술을 무엇이라 할 것인가'(사람in)는 일명 '현대미술' 세계에서 논란이 됐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현대미술이 자본과 결탁하면서 얼마나 황폐해졌는지, '아름다움'이 사라진 미술이 얼마나 탈진하고 쇠락했는지 실상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인 심상용 서울대 미술대 조소과 교수다. 그는 현대미술의 과도한 개념화로 아무도 못 알아먹는 예술이 넘쳐나게 됐다고 비판한다.

프랑스 화가 마르셀 뒤샹이 1917년 미국 뉴욕의 한 전시회에 프랑스제 남성용 소변기를 출품하면서 개념 미술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이름만 붙이고 그럴듯한 해석만 달면 미술 작품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저자는 모든 것이 예술이라면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는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인용하며 한탄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예술은 무엇일까.

저자는 "몇 시간을 바라볼 수 있는 조각과 회화…무기 징역에 처한 죄수의 독방에 걸어 두어도 흉하지 않은 그림"이라는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의 말을 빌려 오랫동안 볼 수 있는 미술이 진정 가치 있는 것이라 정의한다.

수십억 수백억 원에 팔리는 현대미술 작품 중 베유의 말처럼, 아무런 희망도 없는 무기수가 몇 시간을 바라보며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될까.


304쪽.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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