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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사와서 식당 장사" 위기의 강릉…'급성 가뭄'의 습격

머니투데이 권다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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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반도 기후변화 리포트]<2>기후재난의 습격
①기후변화가 초래한 급성가뭄

[편집자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자연재해의 양상도 바꿔놓고 있다. 최근 강원도 일대에서 발생한 가뭄은 폭염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찾아 온 가뭄이다. 재난의 변화는 예보와 대응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머니투데이는 10인의 기상·기후학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한반도 기후변화 진단(2025 한반도 기후변화 리포트 <1>)에 이어 기후변화가 불러온 가장 심각한 자연재해 중 하나인 급성가뭄(돌발가뭄)과 산불을 살펴본다.

#. 강릉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권정희씨(68세)는 요즘 수돗물에서 끌어 오는 정수물을 평소처럼 쓸 수 없게 되면서 영업을 위해 생수를 대량 구입하고 있다. 강릉에서 태어나 자란 권씨는 이 지역에서 이런 제한급수는 "처음 겪어 보는 상황"이라 했다.

지난 20일 강릉시가 사상 첫 무기한 제한급수를 시작하자 여파가 강릉시민들의 일상을 강타하고 있다.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평년대비 저수율이 8월 말 들어 20%대까지 떨어지는 등 가뭄 피해가 본격화한 데 따른 것이다. 수도권에는 8월 중순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가 있었지만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해소되지 않는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그래픽=윤선정

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그래픽=윤선정




예보 가능한 '전통적 가뭄'과 다르다…폭염이 불러 온 급성가뭄


기후변화는 재난의 양상도 바꾼다. '전통적 가뭄'과 다른 형태의 가뭄이 최근 몇년간 한반도에 이미 빈번하게 출몰했다. 대표적인 게 '급성가뭄(돌발가뭄)'이다. 여름철 극심한 폭염이 토양의 수분을 마르게 해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수 주 만에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가뭄을 이렇게 부른다.

전통적인 가뭄은 6개월에서 2년 정도 여러 기상현상들이 중첩돼 발생한다. 더 높은 기온, 덜 내린 비, 비껴간 태풍, 엘니뇨 같은 주기 변동이 공교롭게 겹쳐 생기는 전통적 가뭄은 예측과 대비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에 이런 전통적 가뭄이 전국적으로 온 건 2015년이 마지막이었다.

반면 최근 몇 년 동안 극심해진 급성가뭄은 예측이 어렵다. 지구온도 상승에 따른 폭염 장기화가 근본적 원인이라 더 자주 발생할 거란 점만 자명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강원도 일대에 발생한 가뭄이 전형적인 급성가뭄이다. 올해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5월까지 평년보다 높거나 유사해 6월까지만해도 가뭄을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강하고 긴 폭염에 적게 내린 비가 동반되며 평년대비 저수율이 6월말 63.5%에서 8월 말 20%대로 급감해 가뭄으로 이어졌다.


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던 2018년은 급성가뭄이 전국적으로 발생한 해다. 싱크탱크 넥스트의 '기후위기 시대, 돌발가뭄이라는 예고 없는 재난' 보고서에 따르면 2018 년 8 월 전국 약 2만2767헥타르(ha)의 면적에 농업용수 피해가 발생했고 전국 150개 시·군 지역이 가뭄 피해를 입었다. 그 해 봄비는 역대 세번째로 많았지만 짧은 장마와 평년보다 3배 이상(31.4 일) 긴 여름철 폭염일수가 8월 중순 약 2주라는 짧은 시간에 대규모 가뭄 피해를 야기했다.

처음에는 기상·기후학자들도 여름철 강수량이 많은 한반도에 급성가뭄이 발생할 거라 예상 못했다. 그러다 2010년대 중후반쯤부터 이전에 없던 급성가뭄이 등장했다. 폭염의 강도가 심해지고 전국적인 비 대신 좁은 지역에 내리는 폭우가 빈번해지며 일부 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는 추세가 반복된 영향이다.

폭염과 급성가뭄은 서로를 강화하며 악순환을 만든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땅에 수분이 있으면 대기가 뜨거워질 때 땅 수분이 증발돼 토양 온도를 식히지만 토양이 건조할 때 폭염이 지속되면 나무가 더 많은 수분을 토양에서 빨아들여 토양의 건조화를 부추긴다. 토양의 수분이 고갈되면 지면을 식힐 수 있는 식물의 증산작용(나무가 뿌리에서 수분을 빨아들여 잎을 통해 대기에 수증기를 방출하는 활동)이 더 작동하지 못하게 되고 증산작용이 급감하며 땅의 온도가 급격히 대기하층을 가열시켜 가뭄이 폭염을 더 강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급성가뭄 종류/그래픽=윤선정

급성가뭄 종류/그래픽=윤선정




수도권은 폭우, 지역은 가뭄…온난화→달라진 강수가 불러온 복합재난


급성가뭄은 아니지만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형태의 복합재난도 현실이 됐다. 일부 지역에 폭우가 내릴 때 다른 지역에선 비가 오히려 평년보다 안 오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다. 서울 강남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던 지난 2022년 전남 지역에 30년 내 최악의 가뭄이 온 게 대표적이다. 전남 지역의 2022년 연간 강수량(769㎜)은 1995년 이후 최소였고 오랜 기간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으면서 이 지역은 이듬해 봄까지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이런 변화는 2000년대 초반 이후 본격화해 심화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상 현상은 서서히 늘어나는 게 아니라 어느 지점 후 폭발적이고 급작스러운 형태로 찾아오는데 그 지점을 이미 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상청 지정 가뭄특화연구센터 센터장인 정지훈 세종대학교 환경융합공학과 교수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동아시아 내륙지역 토양수분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급감했다"며 "이 시기가 티핑포인트"라고 했다.

정지훈 교수는 "온실가스 증가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동아시아 내륙 토양이 지속적으로 건조해지는 중"이라며 "이러한 폭염증가와 토양건조는 과거 300여년 동안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준과 강도로,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의 단면을 나타낸다"고 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자연재해가 등장한만큼 예·경보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해수 넥스트 연구원은 "올해 강원도 가뭄의 문제는 발생 후에 예·경보가 됐다는 점"이라며 "현재 가뭄은 '서서히' 일어나는 현상으로 정의 돼 있기 때문에 정의를 추가한 뒤 가뭄의 발달 속도에 대한 추적이나 그에 따른 별도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조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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