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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광례 지우고 ‘어쩔수가없다’ 아라로… 일년간 두 인물 살아낸 염혜란[2025 베니스영화제]

매일경제 김유태 기자(in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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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베니스영화제] ‘어쩔수가없다’ 염혜란


배우 염혜란에게 2025년은 지워지지 않을 한 해로 남을 것만 같다. 올해 상반기, 염혜란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 엄마 광례 역을 맡아 깊은 울림을 남겼고, 하반기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아라 역으로 제82회 베니스영화제 레드카펫 무대에 섰으니 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염혜란이 올해 ‘살아낸’ 두 캐릭터의 결이 서로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애순 엄마 광례는 땀냄새가 배어 있는 ‘삶의 근원’을 노래하는 헌신적인 어머니였던 반면, ‘어쩔수가없다’ 속 그녀가 열연한 아라는 누구보다도 현대적인, 자기 내부의 또 다른 감정을 탐색하는 여성이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아라 역으로 제82회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염혜란. 30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염헤란은 “‘어쩔수가없다’의 아라는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 역과 전혀 다른 캐릭터라 부담이 된다”고 했다. [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아라 역으로 제82회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염혜란. 30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염헤란은 “‘어쩔수가없다’의 아라는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 역과 전혀 다른 캐릭터라 부담이 된다”고 했다. [CJ ENM]


30일(현지시간) 베니스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리도섬에서 만난 배우 염혜란은 이렇게 운을 뗐다.

“수많은 분들이 광례을 사랑해 주시고 예상보다 더 큰 반응이 와서 너무 놀랐어요. 이것만으로도 과분할 정도인데, ‘어쩔수가없다’의 아라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 부담되 돼요. 광례를 지우고 아라를 보셔야 하니까요.”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염혜란은 주인공 만수가 살해하려는 실직자 구범모의 아내 아라 역을 맡았다. 범모와 아라는 운명적인 만남으로 혼인했지만, 더없이 사랑했던 범모가 직장 해고 이후 몰락하자 뜻밖의 선택을 감행한다. 아라의 모습에서, 염혜란이 연기한 광례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스포일러이기에 밝힐 순 없지만 배우 염혜란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놀라운 서사가 전개된다.

“박찬욱 감독님께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 저는 너무 하고 싶지만 저와 너무 다른 캐릭터인데 왜 제게 이 캐릭터를 말씀하셨어요. 제가 아닌 많은 배우들이 떠오르는데 왜 저를 택하셨어요’ 라고 여쭤봤어요. 하지만 박 감독님께서 예상이 가능한 배우보다 예상이 되지 않는 배우여야 한다고 말씀을 주셨어요. 그 말씀이 얼마나 감사한지,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었어요.“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 역을 맡은 염혜란. “살면 살아져”라고 주문을 외는 광례와 달리 ‘어쩔수가없다’의 아라는 다른 삶을 모색하지 못하는 남편을 원망하는 인물이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 역을 맡은 염혜란. “살면 살아져”라고 주문을 외는 광례와 달리 ‘어쩔수가없다’의 아라는 다른 삶을 모색하지 못하는 남편을 원망하는 인물이다. [넷플릭스]


‘어쩔수가없다’의 아라 역을 맡은 염혜란.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 흔적은 이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CJ ENM]

‘어쩔수가없다’의 아라 역을 맡은 염혜란.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 흔적은 이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CJ ENM]


극중 만수(이병헌)의 아내 미리(손예진)와, 구범모(이성민)의 아내 아라(염혜란)는 서로 다르면서도 같다. ‘실직자’인 남편을 둔 공통점 때문이다. 아라의 선택은 미리의 잠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다만 그 일을 감행하는가, 혹은 마음속에 묵혀 두는 가의 차이점만 있을 뿐이다.


“부부란 짐작만 하고 서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지 못하는 때가 있잖아요. 근본적인 얘기는 서로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 얘기를 피하게 되기도 하고요. 아라와 미리는 서로 근접해 있는 인물이에요.”

영화 속 아라는 남편 구범모 앞에서, 마치 가슴 깊은 곳이 긴 가뭄 끝 저수지처럼 갈라지듯 찢어지는 목소리로 절규한다. 아라의 ‘비명’은 단순히 고통의 순간에서 터져 나온 반응이 아니다. 함께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 앞에서 끝내 ‘다른 선택’을 망설이는 배우자를 향한 극도의 절망감이다. 주어진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상황에 어떻게 행동할지, 또 그런 상황 속에서 ‘또 다른 선택’을 감행해볼 마음이 ‘없는’ 사람 곁에 머무는 것의 고통을 아라는 대변한다. 아라의 선택은 잔혹하고 아라 곁의 구범모는 누구보다 고립된 인물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정작 잔혹했던 인물은 구범모이고 정작 고립됐던 인물은 아라였는지도 모른다.

“메시지와 메시지가 만나지는 영화예요. 영화 속에서 말하는 바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기도 하고요. 그런 감정을 관객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아라 역으로 제82회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염혜란. 30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염헤란은 “‘어쩔수가없다’의 아라는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 역과 전혀 다른 캐릭터라 부담이 된다”고 했다. [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아라 역으로 제82회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염혜란. 30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염헤란은 “‘어쩔수가없다’의 아라는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 역과 전혀 다른 캐릭터라 부담이 된다”고 했다.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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