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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서 들려온 떼창 “리(Lee)”… 이병헌은 한 명의 팬도 외면하지 않았다[2025 베니스영화제]

매일경제 김유태 기자(in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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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베니스영화제] ‘어쩔수가없다’ 이병헌


올해 베니스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리도섬. 지난 29일(현지시간) 영화제의 본당인 팔라초 델 치네마 1층은 ‘거대한 합창’이 일어나는 무대 같았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주연 배우 이병헌이 턱시도를 차려입고 레드카펫 위에 모습을 드러내자, 행사장에 미리 운집해 있던 수천 명의 군중은 한 목소리로 여기저기서 “리(Lee)”를 외쳤다. 몇 사람 사인하고 움직이면 또 팬들은 “리”를 외쳤고, 한 걸음 더 떼면 또 “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스타’ 이병헌은 자신에게 쏟아진 그 열기를 한 번도 외면하지 않고 일일이 팬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내밀며 따뜻하게 화답해 눈길을 끌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행사장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주인공 만수 역으로 제82회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이병헌. 30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이병헌은 이 영화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했다. [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주인공 만수 역으로 제82회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이병헌. 30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이병헌은 이 영화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했다. [CJ ENM]


전날인 29일(현지시간) 배우 이병헌이 팔라초 델 치네마에 입장하자 관객들은 이병헌을 뜻하는 “리(Lee)”를 외쳤다. 이 때문에 영화 ‘어쩔수가없다’ 상영이 예정된 시각보다 다소 지연될 정도였다. [김유태 기자]

전날인 29일(현지시간) 배우 이병헌이 팔라초 델 치네마에 입장하자 관객들은 이병헌을 뜻하는 “리(Lee)”를 외쳤다. 이 때문에 영화 ‘어쩔수가없다’ 상영이 예정된 시각보다 다소 지연될 정도였다. [김유태 기자]


다음날인 30일 오전 한국 언론과 만난,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주인공 배우 이병헌은 이렇게 운을 뗐다.

“이번에 베니스에 와서 많이 느꼈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를 절절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징어 게임’ 때만 해도 이 시리즈의 세계적인 명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면이 있는데, 이번에 ‘어쩔수가없다’로 베니스영화제에 방문해 든 느낌은 정말 ‘K’ 문화를 사랑해주시는 세계의 팬들이 정말 많다는 점이었어요.”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에서 주인공 만수 역을 맡아, 직장 해고로 인한 개인의 실직이이 사회적 폭력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깊이감 있게 그려냈다. 사회적인 사형선고인 ‘해고’를 다루는 무거운 주제의 작품이이지만 영화는 희극적 요소로 가득해 전날 영화가 상영된 극장에선 객석의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엄중한 주제임에도 툭툭 터지는 웃음, 그 불가피한 이중성이 ‘어쩔수가없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병헌은 비극을 온몸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절망의 밑바닥에서도 ‘블랙유머‘를 객석에 선물한다.

“정서는 어둡고 서글픈 이야기이지만 의도치 않게 훅 들어오는 코미디적 요소가 ‘어쩔수가없다’ 속 만수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박 감독님께서 그 점을 최대한 살려달라고 주문하셨어요. 작위적이지 않은 선에서, 비극 속의 희극을 연기하려 했습니다. 영화를 직접 보니 쓸쓸한 느낌이면서도 코미디가 얹히니까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의 묘한 감적으로 계속 보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쩔수가없다’에는,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려야만 했던 인물들이 나온다. 이병헌이 연기한 만수 역시 “어쩔 수가 없다”는 자조와 푸념으로 연쇄살인을 자행한다.


“수많은 순간마다 모든 인물이 ‘어쩔 수가 없던’ 사람들이에요. 주인공 만수뿐만 아니라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이 내뱉어지는 상황들이잖아요. 독특한 제목이기도 하지만 감정적으로도 늘 우리의 일상과 붙어 있는 제목이기도 해요.”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주인공 만수 역으로 제82회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이병헌. 30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이병헌은 이 영화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했다. [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주인공 만수 역으로 제82회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이병헌. 30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이병헌은 이 영화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했다. [CJ ENM]


이병헌은 ‘어쩔수가없다’의 결말과 관련해, 이 영화의 주제를 이렇게 표현했다.

“만수에겐 성취감보다도 텅 비어버린 것만 같은, 커다랗게 상처받은 가족들만이 남았어요. 아내 미리(배우 손예진)도, 아들과 딸 시원과 리원이도요. 그냥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웃으면서 헤어지고 나오지만 끝내 슬퍼지는, 텅 빈 결말이기도 하죠.”


배우 이병헌과 박찬욱 감독의 인연은 ‘공동경비구역 JSA’가 개봉했던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쓰리, 몬스터’가 2004년이었으니, 이병헌 배우와 박찬욱 감독 두 사람의 유대는 영화인으로서 보냈던 각자의 세월의 절반을 넘어선다.

“사실 박찬욱 감독님과는 워낙 편하게 지내서 25년 전부터 ‘밥친구‘ ‘술친구’처럼 지내왔어요. 그러다 보니 잘 몰랐던 것도 같은데, 이번에 베니스영화제에 와서 박 감독님을 바라보는 팬들과 외신 기자들의 ‘눈빛’을 보니 정말이지 거장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계의 저명한 영화 관계자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박 감독님이 그만큼 대단하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수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은 올해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31일(현지시간) 현재까지 공개된 작품 가운데 ‘어쩔수가없다’의 이병헌을 뛰어넘는 남우주연상 후보는 아직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베니스영화제 수상 결과는 9월 7일 새벽(한국시간 기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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