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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들어 본 '이주엄마들'의 기쁨과 슬픔 [최주연의 스포 주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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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배경 엄마들의 일상 '포토보이스' 기법으로 들여다보다
가정통신문, 약봉지, 외로움... 모두 이주 엄마들에겐 '장벽'
"외국인 엄마를 위해서도 육아 지원 정책 개선이 필요"

편집자주

이야기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행위를 ‘스포일러(스포)’라 합니다. 어쩌면 스포가 될지도 모를 결정적 이미지를 말머리 삼아 먼저 보여드릴까 합니다. 무슨 사연일지 추측하면서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한 장의 사진만으로 알 수 없었던 세상의 비하인드가 펼쳐집니다.


올가(39· 고려인)이 촬영한 '내 삶의 동력'. 두 아이가 제일 제 삶의 활력소에요. 아이들이랑 매일 밤 요가 영상을 보면서 따라해요. 본인 제공·그래픽 한가희

올가(39· 고려인)이 촬영한 '내 삶의 동력'. 두 아이가 제일 제 삶의 활력소에요. 아이들이랑 매일 밤 요가 영상을 보면서 따라해요. 본인 제공·그래픽 한가희


이주배경(다문화) 학생 18만 명 시대, 아이 한명 한명 뒤에는 낯선 한국 땅에서 아이를 길러내기 위해 동분서주해온 엄마들이 있다.

2023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이주배경 학생 중 외국인가정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4년새 65.1% 증가했다. 내국인-결혼이주여성 자녀들이 여전히 이주배경 학생의 과반수를 넘긴 하지만 외국인 부부의 자녀도 놀라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타국에 적응하랴, 아이를 키우랴 고군분투 중인 '이주 엄마'들을 포토보이스 기법으로 인터뷰 했다. 이번 취재는 국무조정실 중앙청년지원센터가 추진하는 ‘청년을 위한 지역 만들기’ 연구의 일환으로, 구로청년이룸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다.
사진으로 말하다: ‘포토보이스’ 속 엄마들의 삶
한국일보는 러시아, 중국 출신 이주여성 4명을 대상으로 ‘포토보이스’ 취재를 진행했다. 포토보이스란 당사자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기자는 인터뷰이에게 세 가지를 물었고 인터뷰이는 질문에 맞는 답을 사진으로 제시했다. 1. 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엄마로 살아가는것은? 2.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어려움 3. 극복에 도움이 됐던 것


두 아이를 키우는 비올레따(34세·고려인)은 같은 질문에 가정통신문 사진을 촬영해 언어적 어려움을 드러냈다. 본인 제공·그래픽 한가희

두 아이를 키우는 비올레따(34세·고려인)은 같은 질문에 가정통신문 사진을 촬영해 언어적 어려움을 드러냈다. 본인 제공·그래픽 한가희


두 딸의 엄마 올가(39·고려인)가 '내가 느끼는 장벽'에 대한 답으로 한국어 표기만 돼있는 약봉지를 촬영해 육아 중 느끼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했다. 본인 제공·그래픽 한가희

두 딸의 엄마 올가(39·고려인)가 '내가 느끼는 장벽'에 대한 답으로 한국어 표기만 돼있는 약봉지를 촬영해 육아 중 느끼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했다. 본인 제공·그래픽 한가희


사진 답변을 종합하면 '외국인' 이주배경 엄마들은 낯선 한국 땅에서 인적·제도적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힘든 사각지대에 처해있었다.

현재 법적으로 내국인과 결혼한 결혼이민자의 경우만 가족초청 비자를 이용해 친정 가족을 초대할 수 있다. 외국인 부부의 경우 보장되는 장기간 체류 비자가 없어 부모 중 한 명은 보통 '독박 육아'를 한다. 유학 중 결혼한 판링링(40·중국)씨는 남편이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중 혼자 태교와 출산 준비를 했다고 말한다.

'언어'적인 문제 또한 장벽으로 언급됐다. 자녀가 가져오는 가정통신문(비올레따·34·고려인), 아이에게 먹여야 할 약(올가·39·고려인) 등을 이해할 수 없어서 힘들었다고 답변했다. 러시아 국적의 남편을 둔 비올레따는 "사람들이 전화로 얘기하면 남편 바꿔달라고 쉽게 얘기하는데 남편도 외국인일 거라곤 생각을 못해요"라며 "출산 당시에도 병원에 통역하는 사람을 따로 고용해서 데려 갔어요"라고 말했다.

8세와 13세 아이의 엄마인 판링링(40·중국)이 '한국 사회에서의 나'에 대한 답변으로 새벽을 견딘 연약한 이슬이 빛나는 모습을 촬영했다. 본인 제공·그래픽 한가희

8세와 13세 아이의 엄마인 판링링(40·중국)이 '한국 사회에서의 나'에 대한 답변으로 새벽을 견딘 연약한 이슬이 빛나는 모습을 촬영했다. 본인 제공·그래픽 한가희


세라(가명) (39·중국)이 '한국 사회 속의 나'에 대한 답변으로 혼자 동 떨어져 있는 꽃의 모습을 촬영했다. 세라 제공·그래픽 한가희

세라(가명) (39·중국)이 '한국 사회 속의 나'에 대한 답변으로 혼자 동 떨어져 있는 꽃의 모습을 촬영했다. 세라 제공·그래픽 한가희


이주여성 엄마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또 '가족'이었다. 안산에서 미용시술을 업으로 하는 고려인 올가씨는 아이들과 하는 저녁 운동 시간을 '활력소'로 꼽았다. "퇴근 후 만나는 두 아이가 제일 제 삶의 활력소예요. 아이들이랑 매일 밤 요가 영상을 보면서 따라해요."


이주엄마들은 한국 사회 속 자신을 '아침 이슬', '홀로 핀 꽃'에 비유했다. 중국 이주여성 판씨는 출근하는 길에 신호등을 기다리던 중에 만난 이슬을 사진으로 담았다. "연약하지만, 강인하게 아침을 맞아 나가는 이슬이 꼭 한국사회에서의 저의 모습 같아서 사진을 찍었어요."

세라(39·중국·가명)는 외롭지만 아름다운 꽃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사회 생활을 하면서 혼자 동 떨어져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혼자 떨어져서 피어있는 꽃을 보고 꼭 '이주 엄마'들 같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주민 관련 단체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안순화 생각나무 BB센터장은 “아이 한 명이 소중해진 시대, 미래 자원인 다문화 아이들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탱하는 이주 여성들의 외로움과 어려움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라며 언어·문화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통역·교육 지원, 가족 초청 제도 개선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래픽 한가희

최주연 기자 ju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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