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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뉴스1 |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산 철강에 부과된 50% 고율 관세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막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주요 철강사들은 공급망 현지화와 정부에 대한 반덤핑 조치 요청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최근 부지 조성을 위한 지반 조사를 마무리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엔 설비 계약 관련 입찰도 진행해 본격적인 공장 구축에 나섰다.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연산 270만톤 규모의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다. 내년 3분기 착공 후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한다. 58억 달러(약 8조원)가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제철의 대미 관세 대응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원료부터 제품 생산까지의 공정을 갖춘 미국 최초의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도 루이지애나 제철소에 합작 투자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 외 지역에서도 고수익 시장 진출을 확대 중이다.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손잡고 인도 오디샤주를 유력 후보지로 삼아 연산 6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블루스코프·일본제철·JSW그룹과 컨소시엄을 꾸려 연간 120만톤 규모의 와일라 제철소 인수를 검토 중이다. 이 제철소는 봉형강 생산에 특화돼 있으며, 자체 철광석 광산도 보유해 원료 확보 차원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국내 철강사들은 내수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에 반덤핑 조치를 잇따라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산 후판에 이어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최근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제강 역시 중국산 특수강 봉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지난달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5만5571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해 조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전환 특별법)'에도 주목하고 있다. 법안에는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 △녹색철강 특구 지정 △세제·재정 지원 △불공정무역 대응 방안이 포함돼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탄소중립 등 장기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당면한 글로벌 통상 리스크 대응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녹색 전환보다 단기적인 관세 리스크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는 이미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2억834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억8255만달러)보다 25.9% 감소했다. 물량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19만4000톤으로 24.3%가 줄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5% 관세 적용 때까지는 단가를 줄여 물량 감소를 최소화했으나 50%로 오른 이후에는 그마저 어려워졌다"며 "하반기 중국발 감산과 반덤핑 관세 효과 등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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