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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가치를 어떻게 돈으로 따지나”…현대미술에선 ‘틀린 말’ 됐다 [Books]

매일경제 김유태 기자(in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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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24인으로 읽는 초현대미술 지도

가격으로 결정되는 미술품 한 점의 가치
작가의 명성·미술 역사 내 위치까지 결정


작업실에서 풍경화와 조각 앞에서 앉은 니컬러스 파티. [Nicolas Party]

작업실에서 풍경화와 조각 앞에서 앉은 니컬러스 파티. [Nicolas Party]


“가장 비싼 예술가가 최고의 예술가는 아니다. 그러나 이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 예술의 가치를 돈으로 매길 수 없다는 말 또한 순진한 발상이다.”

책 ‘탐나는 현대미술’은 이 명제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예술 한 점 한 점의 가치가 가격으로 환산되고 대중의 열과 사랑이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란 냉철한 판단 때문이다. 작품의 시장 가격, 아트페어와 경매장에서의 기록은 오늘날 예술의 평가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며 작가의 명성, 미술사에서의 위치까지 규정하는 절대적 힘으로 작동한다. 작품은 더 이상 미학적 가치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경쟁하며 살아 움직인다.

이 책은 현대미술의 시대, 아니 ‘초현대미술(Ultra Contemporary Art)’의 시대에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24인을 조망한다. 가격과 작품성이 교차하는 현대미술 시장을 취재해온 기자인 저자는 한 점의 회화 너머에 숨은 작가의 삶과 불운, 그리고 비극적 개인사와 세계에 대한 울분을 작품으로 확장한 그들의 일생을 책으로 조망한다.

루마니아 출신의 아드리안 게니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후예로 통한다. 책에 따르면 독재 정권 치하에서 성장한 게니는 개인적 혹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재료 삼아 회화의 가능성을 개척했다. 그 결과 30대에 이미 100억원이 넘는 경매가를 기록했다. 정치적 격변과 억압적 심리가 담긴 초상화의 주인공인 게니는 말한다. “나는 회화의 전통과 역사를 어떻게든 보존하는 동시에, 20세기 회화와 완전히 단절되는 회화를 찾고 있다.”

다소 꺾인 현대미술 시장에서 니콜라스 파티는 여전히 꾸준히 거래되며 ‘체급’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 작가다. 그의 손에는 파스텔이 쥐어져 있다. 연약하고 쉽게 부서지는, 그러나 마르는 데 시간이 걸리는 유화와 달리 빠른 작업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고칠 수 없는 파스텔은 파티의 주된 무기였다. “나는 언젠가 먼지로 그림을 그린다. 우리는 모두 먼지에서 왔고 먼지로 돌아간다.”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예술가로서의 루이즈 부르주아, 회화를 부활시킨 영원한 회화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추상미술을 넘어 여성 미술의 대모가 된 조안 미첼 등의 일화도 자세하다. 특히 조지 콘도가 앤디 워홀의 작업실에서 실크스크린 기술을 9개월간 익힌 이야기, 나라 요시토모의 초기작 속 귀여운 아이들의 손에 왜 늘 칼이 들려 있는지에 관한 설명은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책은 단순한 작가 소개집이 아니다. 예술과 자본이 교차하는 최전선에 선 저자는 미술사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엮어내며 현대미술이 왜 여전히 ‘탐나는’ 세계인지 보여준다. 컬러 도판 40여 점은 책의 소장 가치를 자극하고, 주요 작품으로 연결되는 QR코드 수십 개는 이 책의 독서를 한층 입체화한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추천사에서 “저자의 해설을 따라 미술 시장이라는 무대로 시선을 좁혀 주요 스타플레이어 작가들의 치열한 움직임에 주목해보면 어렵고 복잡해 보이던 현대미술의 작동 원리에 조금은 눈을 뜨게 되리라”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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