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락실]
<1>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형제복지원 등의 피해자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가 과도한 재현 논란에 휩싸였다. 다큐멘터리는 15일 공개 후 사흘 만에 넷플릭스 국내 ‘톱10’ 1위에 올랐고 2주 넘게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나는 생존자다'는 JMS 교주 정명석의 성폭력 등을 폭로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2023)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사이비 종교의 실상을 고발하는 데 주력했다면 후속작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힌 메이플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회복과 치유, 그 과정에서 사회 구조적인 문제 등을 짚는다.
'나는 생존자다'에는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던 1980년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1993~1994년 연쇄살인 조직 지존파 사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8회에 걸쳐 담겼다. 다큐멘터리는 사건 피해자와 관련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재현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본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들이 '나는 생존자다'의 선정성 논란을 짚어 봤다.
<1>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
편집자주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한 주간 관심이 뜨거웠던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을 나눕니다.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는 1975~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인신매매, 아동학대 사건 생존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사진은 당시 형제복지원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
기독교복음선교회(JMS), 형제복지원 등의 피해자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가 과도한 재현 논란에 휩싸였다. 다큐멘터리는 15일 공개 후 사흘 만에 넷플릭스 국내 ‘톱10’ 1위에 올랐고 2주 넘게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나는 생존자다'는 JMS 교주 정명석의 성폭력 등을 폭로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2023)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사이비 종교의 실상을 고발하는 데 주력했다면 후속작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힌 메이플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회복과 치유, 그 과정에서 사회 구조적인 문제 등을 짚는다.
'나는 생존자다'에는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던 1980년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1993~1994년 연쇄살인 조직 지존파 사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8회에 걸쳐 담겼다. 다큐멘터리는 사건 피해자와 관련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재현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본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들이 '나는 생존자다'의 선정성 논란을 짚어 봤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생존자가 제작진이 형제복지원을 똑같이 복원한 세트장에 들어서며 오열하고 있다. 넷플릭스 캡처 |
고경석 기자(고) : 보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지옥 대리 체험 같았다. 새벽까지 몰아보고 잠들었는데 악몽을 꿨다.
강유빈 기자(강) : 보는 내내 불쾌하고 마음이 무거웠지만 궁금증에 못 이겨 계속 보게 되더라. 범죄자 심리나 알려지지 않은 배후에 대한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해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 같다.
남보라 기자(남) : 피해자들과 연대하려는 마음이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응징하려는 마음으로 시청한 사람들도 꽤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고 : TV 다큐멘터리보다 훨씬 표현 수위가 높아 대중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은 어떤 방식으로 범죄를 다뤄야 하는가’ 고민하게 되더라.
강 : 형제복지원 편이 특히 불편했다. 첫 장면부터 생존자가 당시 형제복지원을 똑같이 복원한 세트장에 들어서면서 "너무 똑같아요. 이불도. 80년대 그때 잡혀오는 기분이에요"라면서 오열한다. 트라우마가 다시 소환돼 괴로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생존자들이 '형제원'이라고 적힌 파란색 체육복 다시 입고, 생존자 최승우씨는 죄수복과 포승줄까지 찬 채로 인터뷰를 한다. 보는 내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란 물음표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형제복지원에 자신을 넘겼던 경찰에 대한 트라우마로 경찰만 보면 폭언 등을 해 전과 36범이 된 생존자 최승우씨가 형제복지원을 복원한 세트장에서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인터뷰하고 있다. 넷플릭스 캡처 |
고 : 생존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긴 했던 것 같지만 범죄 사실 폭로 이상의 불필요한 묘사도 있었다. 생존자들에겐 트라우마를 자극했을 것 같고 시청자에겐 대리 체험으로 간접 트라우마를 심어주는 것 같다.
남 : 자신을 형제복지원에 넘겼던 경찰에 대한 트라우마로 경찰만 보면 폭언 등을 해 전과 36범이 된 최승우씨를 포승줄에 묶어 인터뷰한 장면에서 특히 놀랐다. 제작진은 증언이나 사건 내용을 모두 시각화시킨다. 시각화에 대한 강박이 느껴질 정도였다. 제작진은 ‘참상을 있는 그대로 전한 것이다. 이렇게 해야 시청자들이 본다’는 입장이다.
고 : 우리는 생존자들의 현재를 보는 것이지 피해 당시의 그분들을 만나는 것이 아닌데 왜 당시를 재현한 세트와 의상으로 ‘현재성’을 가공했는지 의문이다. 재현된 세트에서 약간의 엔터테인먼트성까지 엿보여 불편했다.
남 : 콘텐츠 홍수 속에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으려면 어느 정도 선정성이 필요할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오로지 고통과 피해를 낱낱이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선정성만 부각하는 것은 가장 쉽고도 게으른 연출 방식이라고 본다. JMS 편은 어땠나.
메이플은 '나는 생존자다'에서 자신의 JMS 성폭력 증언으로 추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았다며 옳은 선택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캡처 |
강 : 다큐의 효능감을 느꼈다. 생존자인 메이플이 “‘나는 신이다’ 출연을 후회한 적도 있지만 방송 이후 21명의 피해자가 정명석을 고발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특히 더 그랬다. 길었던 사법 싸움이 끝나고 메이플이 일상의 행복을 되찾은 모습으로 마무리되면서 생존자들의 용기와 연대가 그래도 조금은 희망적으로 그려졌다.
고 : JMS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를 이끌어내고 범죄 집단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신이다’ 때부터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았다면 범죄가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형제복지원 사건만큼이나 표현 수위가 지나치게 높았다고 생각한다.
남 : 이 다큐의 성과가 적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JMS라는 사이비 종교에서 일어난 ‘특수한 성폭력’으로만 한정한 점은 아쉽다. 위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 수사기관의 방관 또는 은폐는 JMS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 구조적인 성폭력의 문제로 넓혔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본다.
고 : 앞으로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다큐가 등장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 넷플릭스 제공 |
남 : 언론은 성폭력 사건을 다룰 때 한국기자협회·여성가족부가 만든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을 따라야 한다. ‘선정적 보도를 지양하고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하라’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이 다큐는 이런 기준을 모두 무시한다.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관심을 유도하는 ‘빈곤 포르노’가 떠오른다. 선정적인 범죄 재현은 ‘범죄 포르노’라고 불러야 하나.
강 : 과거의 피해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들의 일상의 회복과 치유까지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사회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