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영의 시선]
윤리 빠진 생명공학, 젠더 관점에서 질문하기
인공지능(AI)이 어디에서나 화두다. 공상과학(SF) 소설에나 나올 법하던 단어가 이제는 마치 누구나 알아야 하는 상식처럼 자리했다. AI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고자 하는 산업계나 의료계 관련자에게 한하는 일이 아니다. 일반 시민도 일상생활에서 타인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챗 GPT 같은 생성형 AI 정도는 사용해본 경험이 있어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그야말로 사물인터넷(IoT), 가상물리시스템(CPS)과 더불어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AI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모든 걸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중에서도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AI를 활용한 인공 자궁 기술이다. 지난 5월 일본 준텐도대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인공 자궁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이는 AI로 배아의 성장을 관리해 임신부의 자궁 밖에서 태아를 성장시키는 걸 그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큐베이터나 미숙아 치료 장치와는 차원을 완전히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생명을 시작하는' 완전한 인공 환경을 구현하는 게 그 목표라고 한다.
윤리 빠진 생명공학, 젠더 관점에서 질문하기
편집자주
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젠더, 공간, 권력' 등을 쓴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의 글도 기고로 함께 합니다.영국 로봇 기업 '엔지니어드 아트'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 기사 내용 속 사례와는 관계없음. 연합뉴스 |
인공지능(AI)이 어디에서나 화두다. 공상과학(SF) 소설에나 나올 법하던 단어가 이제는 마치 누구나 알아야 하는 상식처럼 자리했다. AI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고자 하는 산업계나 의료계 관련자에게 한하는 일이 아니다. 일반 시민도 일상생활에서 타인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챗 GPT 같은 생성형 AI 정도는 사용해본 경험이 있어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그야말로 사물인터넷(IoT), 가상물리시스템(CPS)과 더불어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AI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모든 걸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AI를 활용한 인공 자궁과 임신 로봇이라고?
게티이미지뱅크 |
이 중에서도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AI를 활용한 인공 자궁 기술이다. 지난 5월 일본 준텐도대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인공 자궁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이는 AI로 배아의 성장을 관리해 임신부의 자궁 밖에서 태아를 성장시키는 걸 그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큐베이터나 미숙아 치료 장치와는 차원을 완전히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생명을 시작하는' 완전한 인공 환경을 구현하는 게 그 목표라고 한다.
이어 이달 중순에는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 자궁 기술에 기초한 '임신 로봇'이 개발돼 내년에는 시제품으로 출시될 수 있을 거라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이 로봇은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장치펑 박사가 중국 남부 선전시에 로봇업체 카이바 로보틱스를 창립해서 개발 중인데, 인공 자궁을 장착한 휴머노이드 형태를 띠며, 임신에서 출산까지 10개월 동안 태아를 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가격은 약 1,900만 원대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과 인간이란 무엇인지: 젠더 관점에서 질문하다
2021년 8월 11일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인샴스대에서 엔지니어들이 로봇 간호사를 선보이고 있다. 이 로봇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환자와 의료진 간 영상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등 직접 접촉을 줄일 목적으로 개발됐다. 카이로 EPA=연합뉴스 |
인공 자궁이나 임신 로봇이 개발된 배경으로는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사회적 변화가 주로 거론된다. '출산 기계'로서의 인공 자궁이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를 해결할 기술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난임·불임 부부, 동성 부부 등 기존에 임신이 어려웠던 이들에게 새로운 출산의 기회를 제공하고, 대리모 출산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는 것에서 나아가 여성에게는 출산의 고통을 '선택' 또는 '자기결정'의 문제로 변화시킬 수 있단 주장도 있다.
그러나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낙관론에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 기술이 돌봄, 생명, 친밀성과 관련된 것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간호 로봇, 돌봄 로봇, 러브 로봇에 이어 임신 로봇까지 등장하는 이 무렵, 즉 기술을 통한 완벽한 만족이라는 기술 유토피아가 출현하는 즈음에, 독일의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가 '마을과 세계'(2024)에서 전개한 '생식 대안의 슈퍼마켓'에 대한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즈는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생명과학이 특히 여성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임을 강조해왔다. 그는 관련 연구에서 윤리와 도덕에 관한 의문이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시장에 출시할 준비가 된' 제품을 개발한 이후에야 관심을 받는 현실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제 생명공학 뒤에 숨은 경제적 동기를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면서 생명이란 무엇이며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젠더 관점에서 질문하고, 윤리와 도덕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다.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