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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역에서의 느낌, 세상은 아직 고맙다 [休·味·樂(휴·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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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안동역. 최흥수 기자

옛 안동역. 최흥수 기자


‘기다린다’는 말이 어울리는 장소가 기차역이다. 가수 진성의 ‘안동역에서’도 기다림이 소재다. 첫눈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을 기다리는 설렘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진성도 오랜 기다림의 인생을 살았다. 20년의 춥고 배고팠던 무명 가수 시절을 견딘 끝에, ‘안동역에서’를 히트시켰다. “생활고로 더는 버틸 수가 없어 노래를 그만둘까 갈등하면서 ‘안동역에서’를 불렀다”는 애수 어린 말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어차피 지워야 할 노래(사랑)는 꿈이었나/ 첫눈이 내리던 날 안동역 앞에서...”로 이어지는 이 좋은 노래를 팬들에게 선사해준 그의 인내심에 감사드린다.

‘안동역에서’는 김병걸 작사, 최강산 작곡의 작품이다. 경북 안동시가 2008년 안동을 홍보하기 위해 ‘안동 사랑 노래’라는 앨범을 만들 때 진성과 가까운 최강산이 ‘님의 사랑’과 함께 ‘안동역에서’를 부르게 했다. 그리고 6년 뒤, 2014년 편곡을 새로 해서 불러 비로소 한 시대의 명곡이 됐다. 진성은 안동의 명예시민이자 안동역장이다.

안동역에 기차가 도착하고 출발할 때 시그널 뮤직으로 ‘안동역에서’가 흘러나온다. 구역사 앞에는 ‘안동역에서’의 노래비도 있다. 또 20대 대통령 선거 때는 안동 출신 이재명 후보의 로고송으로도 사용됐다. 진성은 ‘안동역에서’의 히트를 “제 노력도 있지만, 인간관계 덕분이에요. 작사, 작곡자들을 꾸준히 만난 관계 설정이 결정적인 도움을 줬어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열차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지하철은 생활의 필수요건이다. 필자도 뒤늦게나마 지하철을 기다리고 탑승하는, 지하철의 매력을 알게 됐다. 얼마 전 일이다. 서울 ‘시청역’에서 신촌에 가는 데 몇 호선을 타야 할지 몰라 옆에 있던 한 여성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같은 방향이라며 타고, 내릴 때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몹시 더운 또 다른 날이었다. 역 근처 학교에 가는 길이라 택시에 손짓을 하는데, 한 여학생이 자기도 대학병원에 간다며 자신이 부른 택시를 같이 타자고 했다. 요금도 ‘이미 지불했다’며 사양했다. 세상은 아직 고맙다.

고마움을 경험한 장소지만, 지하철은 정확한 곳이다. 약속 장소에서 약속 시간에 만나고 정시에 떠난다. 가끔은 맹세대로 되지 않아서 사람이고, 사랑도 인생도 그래서 아름답다. 주말 아침 ‘안동역에서’를 들으며 생각해본다. 사랑은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것을, 지워야 할 꿈이라는 것도.


신대남 한국대중문화예술 평론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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