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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젠더 담론 악마화’는 권력이 만든 두려움

동아일보 김기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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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주디스 버틀러 지음·윤조원 옮김/484쪽·2만8000원·문학동네
“젠더의 중요성을 옹호하는 일은 검열과 파시즘에 맞서 싸우는 일이다.”

1990년 이분법적 젠더 구분을 허물고 다양한 성과 젠더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저서 ‘젠더 트러블’을 출간했던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가 35년 만에 다시 젠더 이슈를 정면돌파하는 신간을 펴냈다. 버틀러는 미국 철학자이자 세계적 젠더 이론가로, 현재 캘리포니아대 비교문학과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은 정치·종교·문화 권력 등이 젠더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전략을 추적하고, 권력이 대중으로 하여금 젠더 담론을 기피하도록 만드는 방식도 파헤쳤다. 단순히 젠더 이론 학술 서적이라기보단 사회비평서에 가깝다.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가독성을 더했다.

책은 차례로 종교 권력, 미국 정부, 영국 정부 그리고 세계 곳곳의 여러 권력기관 등이 어떻게 젠더 이데올로기를 악마화하는지 다룬다. 권력이 젠더 이데올로기가 국가 안보, 이성애 결혼, 규범적 가족, 아동을 위협한다는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이를 증폭시켰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는 ‘반(反)젠더’ 이데올로기가 “판타즘(phantasm, 환영·허상)”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반젠더 이데올로기를 부추기는 대표적 예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등을 거론한다. 이들 같은 ‘포퓰리즘 리더’에 대항하기 위해선 증오를 부추기는 방식보다 공감과 자유에 바탕을 둔 삶의 방식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도 언급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사례 등이다.

다양한 실례(實例)를 풀어서 비교적 쉽게 설명하려 노력했으나 젠더 이론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겐 난해할 수 있다. 하지만 꼼꼼히 읽다 보면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가 직면한 젠더 혐오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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