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편집자 레터] 시 잘 쓰는 법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원문보기
“나는 수백 년 뒤 먼 나라에서 태어날 어느 낯선 이를 위해 시를 쓴다는 말을 즐겨 한다. 이 생각은 특히 시를 고쳐 쓸 때 아주 유용하다. 시에 필요한 모든 것이 반드시 페이지 위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시인 메리 올리버의 책 ‘시 쓰기 안내서’(마음산책)에서 읽었습니다. 원제는 ‘A Poetry Handbook’. 시를 쓸 때의 기교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책인데, 운율이 중요한 영시와 우리 시는 구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책에 나오는 세부적인 팁을 우리 시 쓰기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시 쓰기의 대전제가 되는 조언들이 인상 깊습니다.

이를테면 올리버는 “모방은 진짜 시를 탐구하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라면서 창작 교실에 다니는 것보다 다른 시를 많이 읽고 모방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미술관에서 페르메이르나 반 고흐의 작품을 열심히 베끼며 자신이 귀중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믿는 젊은 화가의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감정의 자유, 작품의 진정성과 독창성-이것들은 시작이 아니라 마지막에 온다. 인내심 있고 부지런한 사람, 그리고 영감을 받은 사람만이 그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시 쓰기 교실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 급우들과 합평하던 시인 지망생이 비로소 진정한 ‘시인’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올리버는 ‘고독’을 말합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게 되면 시 쓰기에서 토론보다 ‘자기 교감’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라고요. “그날부터, 시인은 고독이 본질적 조건임을 인식하고 친구들과 창작 교실, 그리고 시 쓰기 안내서를 뒤로한 채 그 고독을 향해 근면하고 결연하게 나아간다.” 시를 쓰고픈 당신, 고독해질 결심이 되어 있나요? 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베네수 부두 폭격
    베네수 부두 폭격
  2. 2푸틴 관저 공격
    푸틴 관저 공격
  3. 3유재석 대상
    유재석 대상
  4. 4모바일 어르신 교통카드
    모바일 어르신 교통카드
  5. 5이시영 캠핑장 민폐 논란
    이시영 캠핑장 민폐 논란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