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면 가계 통신비가 절감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단통법이 폐지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현장의 변화는 미미하다. 물론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근래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보면 정부가 기대하는 통신비 절감 효과는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비가 줄어든다는 정부의 논리는, 통신사의 마케팅 전략과 인공지능(AI) 시대라는 변수를 간과했다. 정부는 통신사가 보조금을 늘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가계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요금 청구서에 포함된 단말기 할부금을 줄여야 한다. 개인이 내는 단말기 가격은 통신사가 푸는 보조금 규모에 달려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구조에서 통신사는 경쟁적으로 돈을 뿌릴 이유가 없다.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것처럼, 무선통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통신 업계는 AI 등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업계는 탈(脫)통신을 외치는데, 정부만 상황 파악을 못한 것 같다. 소비자는 여전히 단통법 폐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표를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책 효과보다 이른바 ‘돌발 상황’이 통신비를 내려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고가 그 예다. 업계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이탈한 고객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SK텔레콤이 올 하반기 중 대규모 보조금을 풀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돈을 풀면 다른 통신사들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정책의 성과라기보다 1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이벤트에 불과하다. 정부가 말하는 구조적 비용 절감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다음 달 11일 통신 3사 사장단을 만난다고 한다. 신임 장관이 취임하면 늘 통신사 수장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이번 만남이 의례적 소통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도 정부는 ‘단말기 비용 부담 완화’를 포함했다. 배 장관 역시 ‘통신비 인하’를 임기 중 숙제로 꼽았다. 정책적 목표를 완성하려면,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윤예원 기자(yewon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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