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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혁신IV] (12)무탄소 철강 제조 공정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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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철강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9%를 차지하며, 단일 산업군으로는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제철 공정에서는 철광석을 이루는 산화철 (Fe2O3)에서 산소를 떼어 내기 위해 대량의 코크스(C)를 주요 환원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게 된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주된 철강 제조 방식인 고로(Blast Furnace) 기반으로 1톤의 조강을 생산할 때, 약 2.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19억톤의 철강이 생산되므로 약 44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수치는 단순히 개인이 에너지 절약, 친환경 교통 수단 활용, 소비 패턴 변화를 주는 등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실천을 하더라도 그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배출량이므로, 철강 산업 전체의 기술적 혁신 뿐 아니라 정부 주도하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탈탄소' 철강 수요 높아진다

지구 온난화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각국의 탄소 규제 정책과 맞물려 철강 산업 또한 그 대응책 마련을 위해 시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제도 (CBAM)를 2026년부터 시행한다고 공표해 철강, 알루미늄, 수소 등 고탄소 제품 수입 시 탄소세를 부과하여 역내 저탄소 생산자와의 공정 경쟁을 유도하려고 준비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 철강에 대한 요구를 제도적으로 강화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철강 산업은 '저탄소화'라는 점진적 전환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무탄소화' 기술을 요구 받는 전환점에 서 있다.


저탄소 철강 제조를 위해 많은 철강사들은 고로 기반의 공정에서 전기로를 활용한 공정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기로 공정은 고철을 주요 원료로 활용하여 전기 아크를 통해 철을 녹이는 방식이다. 이 공정은 이미 환원된 고철을 녹이기 때문에 환원제로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100% 고철을 활용할 경우 탄소배출량은 철강 톤당 약 0.7 톤으로, 기존 고로 공정 대비 약 70% 이상 감축할 수 있다. 또한 전기로의 전기에너지 효율 극대화 및 신재생 에너지 활용을 통해 추가적인 감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종적인 목표는 철강 생산 1톤당 0.5톤의 CO2에 도달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고효율 대용량 전기로 개발, 고철 불순물의 정련 기술 등 저탄소 철강의 생산성 제고와 고부가 제품 제조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뒤따라야 한다.

'수소환원제철' 기회와 도전

미래 무탄소 철강 제조 공법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이 개발되고 있다. 수소 기반 직접환원철은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고 금속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CO2가 아닌 물(H2O)이기 때문에,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수소 공급 방안이다. 국내 연 철강 생산량은 약 5000만톤으로 이를 위해서는 약 10%인 500만톤의 수소가 필요하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로 500만톤의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30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할 정도로 막대한 전기가 소모된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도 높아 수전해 효율 향상, 천연가스 직접 열분해 기술, 수소 저장 및 수송 인프라 투자 등도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유럽의 최대 철강 기업인 아르셀로미탈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소 환원제철법을 추진하던 스웨덴의 SSAB, 독일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티센크루프 등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수소환원 기술 도입을 전면 중단하거나 가동 시점을 늦췄다. 그린수소가 안정적인 가격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낮고, 유럽의 고질적인 높은 전기 요금과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따른 미래 수요 약화가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낮은 에너지 비용을 이유로 국내가 아닌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수소환원 기반의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와 같이 저탄소 및 무탄소 공정 기술로의 전환은 기존 탄소 기반 설비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운영비용 또한 부담이 되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 하에 다각도의 기술·정책·경제적 노력을 통합해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선도해야만 우리나라가 전 세계 신 철강 기술 혁신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글=백민규 클라우스탈 공대 교수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백민규 클라우스탈 공대 교수

백민규 교수는 화학야금을 전공하였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서 수석연구원으로써 포스코의 철강 공정 및 재활용 공정연구를 하였고, 벨기에 배터리 소재 기업인 유미코아에서는 비철 제련 공정 및 배터리 재활용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핀란드 Aalto 대학교의 금속공학과에서 조교수 및 핀란드 과학기술인협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독일 클라우스탈 공대 금속공학과에서 정교수로 재직중이며, 유럽한인재료소재전문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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