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라 호리 질병통제예방센터 부국장(오른쪽 빨간옷), 다니엘 제르니건 국립신종·인수공통감염병센터장(가운데), 드미트리 다스칼라키스 국립면역호흡기센터 소장(오른쪽)이 28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질병통제예방센터 앞에서 전현직 질병통제예방센터 직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이들은 수전 모나레즈 센터장의 해임과 정부의 비과학적 보건 정책에 항의하며 사표를 냈다. EPA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을 해임하고, 의료계 경력이 없는 투자업계 출신인 보건복지부 차관을 대행으로 지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보도를 보면, 로버트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이 질병통제예방센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이메일에서 짐 오닐 보건복지부 차관이 질병통제예방센터장 대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짐 오닐 차관은 2002~2008년 조지 더블유(W) 부시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수석 차관보로 일했고, 이후 여러 투자 회사에서 15년 넘게 일해온 투자자다. 트럼프와 밴스 부통령과 각별한 피터 틸 페이팔·팔란티어 창업자가 만든 틸 재단 대표(2009~2012)로도 일했다.
의료계 경력은 없는 그는 ‘백신음모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다. 코로나19 예방에 비타민D가 효과가 있고, 치료는 말라리아 치료약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할 수 있다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는 ‘사스2’로 불러야 한다며, “코비드(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기원을 감추기 위해 선택된 것”이란 음모론을 펴기도 했다.
짐 오닐 차관이 차관직과 질병통제예방센터장직을 겸임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에이피통신은 보도했다.
케네디 장관은 기존 백신자문위원들을 모두 해고하고 자신과 같은 백신음모론자들을 여럿 포진시키며 미국의 백신 정책을 뒤집는 중이다. 백신자문위원회는 다음 달 18일에 비(B)형 간염, 홍역, 수두 등에 대한 소아 백신 접종 권고안을 두고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수전 모나레즈 질병통제예방센터장이 지난 6월 미국 워싱턴 디시 상원 청문회에서 출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해임된 수전 모나레즈 질병통제예방센터장은 케네디 장관으로부터 비과학적인 결정을 승인하도록 압박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모나레즈 센터장은 1946년 설립된 질병통제예방센터 역사상 가장 임기가 짧은 센터장이 됐다. 그는 감염병을 연구해온 미생물학 박사로, 보건복지부 등에서 보건의료 관련 연구 개발을 이끌어왔다.
리처드 베서 전 질병통제예방센터장은 지난 27일 모나레즈 전 센터장을 만났다며 “모나레즈는 두 가지는 절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불법으로 간주되는 일과 과학에 반하는 일이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를 하라고 요구받았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케네디 장관이 모나레즈 전 센터장에게 새로 개편된 백신위원회의 모든 권고를 무조건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고도 베서는 전했다. 앞서 모나레즈는 인준 청문회에서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증거를 본 적이 없다고 밝히며, 케네디 장관과 시각차를 드러낸 바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핵심 간부 세 사람도 모나레즈 센터장의 해임에 항의하며 사직서를 던졌다. 센터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센터의 소장직을 던진 디미트리 다스칼라키스 박사도 “백신에 대한 잘못된 결정 때문에 어린이들이 해를 입을 것이 두렵다”며 “공중보건을 해체하고도 여전히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라”고 일갈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 직원들은 이날 애틀란타에 있는 센터를 떠나는 고위 간부들에게 꽃다발을 안기고 박수를 보내며 “알에프케이(RFK·케네디 장관)가 아닌 유에스에이(USA·미국)”라고 구호를 외쳤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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