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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두 얼굴,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장준영의 ‘지피지기’ 일본역사]

헤럴드경제 최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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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토미 히데요시(오른쪽)와의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승리를 거둔 ‘고마키 나가쿠테 전투’  [출처: 야후화상]

▲도요토미 히데요시(오른쪽)와의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승리를 거둔 ‘고마키 나가쿠테 전투’ [출처: 야후화상]



▲일본 전국시대를 평정한 3대 장수, 왼쪽부터 오다 노부나가(급한 성격), 도요토미 히데요시(교활함), 도쿠가와 이에야스(인내)의 성격을 각각 종달새의 울음에 빗대서 그린 풍자화 [출처 : 야후재팬 화상]

▲일본 전국시대를 평정한 3대 장수, 왼쪽부터 오다 노부나가(급한 성격), 도요토미 히데요시(교활함), 도쿠가와 이에야스(인내)의 성격을 각각 종달새의 울음에 빗대서 그린 풍자화 [출처 : 야후재팬 화상]


한일 양국 간의 역사를 조망하면 반목과 화해가 되풀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일본 전국시대 인물로서는 조선을 침략하여 7년 전쟁(임진왜란·정유재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이를 수습하여 260년간 양국이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초석을 놓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다. 두 사람은 같은 시대를 살았으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판이했다. 이번 회에서는 히데요시와 이에야스 두 인물을 소개한다.

“전하, 혹시 여우에게 홀렸소?”

“전하, 이제 겨우 전란이 마무리되어서 세상이 안정을 되찾고 있는데 아무런 죄도 없는 조선을 정벌하러 나서는 건 도대체 무슨 심사인 거요? 요즘 전하의 모습은 정상이 아닌 듯하오. 혹시 여우에게 홀렸소?” 히데요시의 측근 무사, 아사노 나가마사는 그의 면전에 대고 직격탄을 날렸다.

“뭐라고! 감히 이놈이…” 당돌한 그의 발언에 분을 참지 못한 히데요시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빼 들어 나가마사의 목을 치려고 했다. 그 자리에 동석해 있던 이에야스가 황급히 중간에 가로막고 나서 나가마사를 옆방으로 피신시켜 간신히 화를 면할 수 있었다(도쿠가와막부 역사서 ‘도쿠가와짓키’).

히데요시의 무모한 조선 침공에 측근조차도 이처럼 대놓고 반대할 정도였으니 바깥 민심은 더욱 흉흉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급기야 사쓰마(현 가고시마현) 출신 무사, 우메키타 구니카네가 주동이 된 반란군 1천여 명은 조선 침공 직후인 1592년 6월, 전쟁을 반대한다며 민중 봉기를 일으켰다가 참수를 당했다(‘우메키타 난’). 만사를 자기 뜻대로 결정하는 히데요시의 독선을 제어할 사람은 그의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그의 심기를 거슬리는 일은 보복과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1592년, 조선을 침공한 히데요시 군대는 초기에는 파죽지세로 조선반도를 휩쓸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조선에서 의병이 일어나고 명의 지원군이 파병되자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를 타개하고자 히데요시는 중신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직접 조선에 건너가 전장을 지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야스에게는 일본 잔류를 명령했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이 말을 듣자마자 강력하게 출정 의사를 표시했다. 히데요시는 “이 세상에서 감히 내 말을 거역하는 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라며 이에야스에게 버럭 화를 냈다. 이에야스가 자신도 직접 참전하겠다는 태도를 강력하게 피력한 데는 히데요시의 잔류 명령이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떠보기 위해 내뱉은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통신사 행렬 [출처: 야후화상]

▲조선통신사 행렬 [출처: 야후화상]



이에야스와 히데요시의 대격돌, ‘고마키·나가쿠테 전투’

원래 히데요시와 이에야스는 오다 노부나가 생전에 그의 휘하에서 한솥밥을 먹고 지내던 사이였다. 히데요시는 노부나가의 하인에서 출발해서 그의 충직한 가신이 되었고, 이에야스는 노부나가와 양측 가문의 결혼동맹으로 다져진 관계였다. 1582년 어느 날, 천하 제패를 목전에 두고 있던 노부나가와 그의 장남, 노부타다를 죽음으로 내몬 ‘혼노지 변’이 발생했다. 노부나가의 가신 아케치 미츠히데가 자기 주군을 살해한 쿠데타였다.


‘혼노지 변’을 기점으로 히데요시와 이에야스의 관계는 경쟁 관계로 전환된다. 먼저 주도권을 잡은 쪽은 히데요시였다. 그는 노부나가의 세 살짜리 손자 히데노부를 후계자로 내세우고 자신은 그의 후견인이 되어 실권을 장악했다. 이어서 노부나가의 3남과 가신 그룹 내 경쟁자들을 차례로 제거해 나갔다. 그런데 히데요시 앞에는 넘어야 할 큰 산이 버티고 있었다. 바로 이에야스였다. 히데요시는 자신의 권력 장악에 장애가 되는 노부나가의 차남 노부가쓰를 공격했다. 그러자 오다 가문과 20년간 동맹 관계를 맺어온 이에야스는 노부가쓰와 손잡고 이에 맞섰다. 이에야스와 히데요시 간에 대격돌이 벌어지는데 이 전투에서 히데요시군은 처참한 패배를 맛보며 물러서게 된다(‘고마키·나가쿠테 전투’).

이에야스의 강력한 군사력을 경험한 히데요시는 전략을 바꾸어 자신의 여동생을 그에게 시집을 보내고 모친까지 인질로 잡으면서 화해의 손길을 보냈다.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와 화해하고 그의 휘하에 들어가 히데요시 정권의 제2인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며 은인자중 때를 기다린다. ‘종달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말은 이에야스의 이런 면모를 잘 표현한 듯하다.



평화의 씨앗 파종자, 도쿠가와 이에야스

1598년 9월 18일, 히데요시가 사망하자 드디어 이에야스 시대가 도래했다. 사실상 권력의 1인자 자리에 오른 이에야스는 조선에 주둔 중인 병력을 즉시 철수케 하고, 조선과의 전쟁을 종결시켰다. 그에게는 국내외 정세를 안정시키는 일이 급선무였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전란 세력의 척결을 단행해야 했고 대외적으로는 조선과의 관계 회복이 최우선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는 국내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자신에게 반기를 든 히데요시의 구 가신세력 토벌(‘세키가하라 전투’, ‘오사카 전투’), 히데요시의 영지 몰수, 가톨릭 선교사 및 주요 신자 해외 추방(‘바테렌추방지령’), 총기 압수, 대형선박 몰수 등 일련의 조치들을 취해 나갔다.


조선과의 접촉은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599년부터 쓰시마의 영주 소 요시토시를 통해 추진했는데 이에야스가 요시토시에게 반드시 일을 조기에 성사시키라는 엄명을 내리면서 교섭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1605년, 조선 측 사절인 사명대사 유정은 일본 측 초청으로 교토 후시미성을 방문하여 이에야스와 회담을 갖는다. 이에야스는 그 자리에서 “나는 조선 출병에 반대했다. 내 휘하에 있는 병사 단 한 명도 조선에 보낸 일이 없다”며 조속한 국교 회복과 문화사절 파견을 요청했다. 조선통신사는 이에야스의 요청으로 시작된 것이다. 조선통신사는 1607년 양국 국교 정상화와 함께 선린·우호의 상징으로서 12회에 걸쳐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 그로부터 조선 국왕과 도쿠가와 쇼군이 상호 국서를 교환하는 ‘쇼군 외교’가 도쿠가와막부 260여 년 동안 내내 전개되었다. 이 시기는 조선과 일본 사이가 가장 화목하고 평화로운 시기였다고 한다. 이에야스가 뿌린 평화의 씨앗 덕분이었다. 역사가들은 도쿠가와막부 시기에 조선과 일본 사이에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 그의 최대 공적이라고 평가한다.

히데요시와 이에야스는 오다 노부나가라는 같은 뿌리에서 가지를 뻗어나갔으나 히데요시는 조선에 전쟁의 불씨를 남겼고, 이에야스는 평화의 씨앗을 뿌렸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다. 또한 1875년 일본의 조선 침략의 단초가 된 운양호사건이 일어난 지 150년이 되는 해라는 것도 필자는 잊지 않고 있다. 히데요시와 이에야스는 한국인들에게 ‘전쟁과 평화’라는 일본의 각기 상반된 두 얼굴로 투영되어 있다. 한일 양국 간의 우호·협력을 진심으로 바라는 한국인이 일본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만 같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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